설동훈/전북대 교수/사회학
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로 이루어진 다문화가족의 자녀는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있지만, 외국인 부모의 본국에서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고 뒤늦게 한국에 온 아이들도 일부 있다. 또 결혼이민자가 한국인과 재혼하면서 본국에서 자라던 자녀를 한국으로 데려오기도 한다.
그 아이들은 외국 국적을 가진 채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와서, 새아버지의 자녀로 입양되는 게 보통이다. 입양이 되면, 그 아이는 '특별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다. 즉, 그들은 입양과 귀화 절차를 거쳐 한국인이 된다. 그렇지만 입양이 거부당해 외국인으로 남는 아이도 있다.
그들을 '다문화가족의 중도입국 자녀'라 한다. 앞의 유형은 극소수고, 대부분이 뒤 유형에 해당한다. 그 아이들은 한국말이 서투르고 한국문화를 낯설어 한다. 중도입국 자녀는 거의 대부분이 중국 출신이다. 나이는 골고루 분포하지만, 10대 중·후반에 이르러 입국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말조차 통하지 않는 생소한 나라로 이주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의하면, 2011년 말 기준 부모 따라 한국에 온 '다문화가족 중도입국 자녀' 중 초중고교 학령기 아동 수는 4,480명이다. 그 중 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은 전체의 57%인 2,540명이다. 다시 말해, 중도입국 청소년의 43%는 학교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한국어가 서투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나이보다 학년을 낮추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결과, 초등학교 재학률은 106%로 계산된다. 초등학교 연령대 아이 수보다 초등학교 재학자 수가 많다는 뜻이다.
대부분 중국 출신, 한국어 서툴러
교육과학기술부 발표 중학교 재학률은 65%이지만, 초등학생으로 학년을 낮춘 경우까지 재학으로 포함하여 다시 계산하면, 그것은 약 73% 수준으로 높아진다. 즉, 초등학교는 전원이 다 다니지만, 중학교는 약 3/4만 다닌다.
중학교 때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학교생활 부적응 탓이다. 중학교 때는 누구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시기다.
학교에 가면 친구도 없고, 학과 수업도 이해하기 힘든데, 도와주는 이가 아무도 없으면 학교생활이 재미없어지고, 자존심이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급우 중 누군가가 특별한 악의 없이 던진 장난말에도 상처받고, 종종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학교를 떠난다.
고등학교 연령대 중도입국 청소년의 재학율은 더욱 낮아져 18%에 불과하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여 돈을 번다. 그들은 출신국의 기준으로 응당 취업해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연령대 중도입국 청소년은 대부분 근로청소년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들은 취업하여 돈을 벌며 자립의 의지를 불태우지만, 동시에 학교를 더 다녀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싶어 한다. 부업으로 학비를 벌며 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있지만, 그 수는 별로 많지 않다.
어떠하든 그들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만 하는 또래 청소년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숨기기는 쉽지 않다. 요컨대, 사회구조적 강제와 본인의 선택의 결합으로,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거의 대부분 고등학교 때 학업을 중단한다. 그것은 교육수준의 양극화로 귀결된다.
고등학교는 거의 다 진학하고, 고등학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대한민국에서, 중도입국 청소년은 그 연령대의 고작 18%만 고등학교에 다닌다. 가난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이고, 또 그들의 가족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18%만 고교 진학, 대부분 취업전선으로
최근 서울시는 '중도입국 다문화자녀'들을 위해 한국어 교육, 한국생활 적응, 심리·정서 지원 등 7개 분야 22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중도입국 청소년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여 지원하려는 시도로 높이 평가한다.
정부와 학교 및 민간단체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존 프로그램과 결합하여 정책을 추진하면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다. '부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는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도모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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