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균/충남도경제진흥원장
한동안 떠들썩했던 '한국의 제2 스페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요즘 잠잠하다. 스페인은 은행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결국 국가부도의 동의어인 구제금융 신청이 기정사실이 되었는데, 국내언론이 잠잠해진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위기의 근원인 부동산 시장은 거품의 붕괴가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다급해진 MB정부는 거품 파열의 속도를 늦추어서 곧 있을 대선에 미칠 영향을 줄여보겠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것마저 역부족이란 것은 누구의 눈에도 뚜렷이 읽힌다.
상황이 이처럼 위급한데 국내언론은 하우스 푸어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일 뿐, 은행부실이 국가부도로까지 이어질 위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득세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부동산 시장 거품붕괴 가속도
지난 8월 1일 한국은행이 63개 금융기관의 경영전략 및 리스크 담당 부서장을 대상으로 면담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의 53%가 "1~3년 사이에 시스템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리스크의 뿌리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였다. 시스템적 리스크라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했지만, 쉽게 말하면 금융기관의 부실이 너무 커져 더 이상 대출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는 상황을 말한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정부가 은행에 세금을 투입해야 하고 국가재정은 부실해진다. 지난 몇 달 동안 스페인에서 벌어진 일이 1~3년 이내에 한국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마저도 낙관적인 시각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시스템적 위기가 1~3년 이내가 아니라 조만간 닥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거품의 붕괴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 다음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딱 하나뿐이다. 아직 거품이 꺼지지 않은 주식시장을 통해 은행의 자본을 미리 확충해두는 일이 그것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분석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스페인의 가계와 기업의 부채 규모는 GDP의 214%로 한국의 191%보다 약간 높다. 리스크의 크기는 한국이 스페인보다 약간 작은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은 한국이 훨씬 위험하다. 스페인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로 한국의 154%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스페인 은행들이 부실채권으로 입게 될 손실액은 1000억 유로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 원화로 환산하면 150조원이 넘는다.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은행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 은행들도 자본바닥 가능
금융감독원의 통계를 보면 2010년 말 현재 7개 시중은행과 6개 지방은행 및 5개 특수은행을 모두 합한 18개 은행들의 자기자본 총계는 130조원이다. 만약 스페인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국의 은행들은 자본이 모두 바닥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 가시화되어 투자자들이 은행주식을 마구 던지기 시작하면 마지막 남은 카드마저 효력이 상실된다. 신속하게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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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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