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밤새 일하고 5만원 …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모든 경비 본인부담
초보 대리운전사 이수영(39)씨는 지난달 처음 대리운전에 입문을 했다. 한때는 고깃집을 운영하던 어엿한 사장님이었지만 극심한 불경기로 문을 닫고 주유소부터 각종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전전하다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대리운전사 이수영씨.=""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하루="" 5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정석용="" 기자="">
7일 이씨는 오후 6시 집을 나섰다. 밤새 일을 하려면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라면에 밥까지 말아서 먹고 출근했다.
7시쯤 광화문 근처로 나와 콜을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찌는 듯한 폭염에 저녁 시간인데도 땀은 줄줄 흘렀다. 더위를 식히려고 커피전문점 빈자리에 잠깐 앉아 스마트폰으로 올림픽 소식을 보고 있는데 이내 종업원이 와서 짜증난다는 투로 "주문을 하지 않을 거면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멋적은 듯 일어나 자리를 비워주고 커피전문점 현관 앞에서 계속 눈치를 보며 콜이 뜨길 기다렸다. 먼저 콜이 뜬 곳은 삼청동 인근 식당. 강남으로 가는 손님이다.
이씨는 잽싸게 콜을 잡고 손님에게 전화를 했다. 초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셔야 되니 빨리 와 줄 걸 부탁했다. 이씨는 뛰기 시작했다. 4개의 신호등을 건너 15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손님은 늦었다는 표정으로 빨리 강남의 한 술집으로 가줄 걸 요구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과는 강남에서 사당으로 사당에서 의왕으로 의왕서 다시 서울로 와 불광동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새벽 4시가 돼서야 하루 일과가 끝났다. 다행히 이날은 콜이 잘 잡힌 날이다. 이씨가 이날 일당으로 번 돈은 9만원. 이중 20%는 콜센터에 소개료로 내야 한다. 또 지방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렌탈 승합차 차비와 콜을 잡고 손님에게로 이동하는 차비 등을 제하고 나면 5만원가량 손에 쥔게 된다. 이씨는 "그래도 허탕치는 날도 있는데 5만원이면 나은 편"이라며 스스로 위안했다.
대리운전회사와 대리운전기사는 고용관계가 아니다. 골프장 캐디처럼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대리운전기사는 기본급이나 4대보험, 퇴직금, 고정급 등이 전혀 없다. 또한 교통비, 보험료, 단말기대금, 통신료, 프로그램사용료 식대 등 모든 경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이씨는 "순수입 5만원을 벌려면 10만원은 찍어야 한다"며 "일주일에 절반은 10만원도 못 찍는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얼마전 경기도 안산으로 손님을 3만원에 모셔주고 나오는데 차가 없어 3시간을 걸어 나온 적도 있었다"며 "늦은 밤 가로등도 없어 무섭기도 했고 이런날은 완전 공치는 날"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매너 좋은 손님만 만나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욕설은 물론 폭행까지 하는 손님을 심심찮게 만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술취한 여성손님이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이런 일로 어떻게 먹고 사냐'며 핀잔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이씨가 하루 종일 들여다 보는 스마트폰에는 유치원생 딸의 사진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씨는 일하는 도중 배가 고파도 돈이 아까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등으로 끼니를 떼운다. 이씨는 "아무리 힘 들어도 그때마다 스마트폰을 보며 집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을 딸 사진을 보며 기운이 난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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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대리운전사 이수영(39)씨는 지난달 처음 대리운전에 입문을 했다. 한때는 고깃집을 운영하던 어엿한 사장님이었지만 극심한 불경기로 문을 닫고 주유소부터 각종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전전하다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대리운전사 이수영씨.=""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하루="" 5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정석용="" 기자="">
7일 이씨는 오후 6시 집을 나섰다. 밤새 일을 하려면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라면에 밥까지 말아서 먹고 출근했다.
7시쯤 광화문 근처로 나와 콜을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찌는 듯한 폭염에 저녁 시간인데도 땀은 줄줄 흘렀다. 더위를 식히려고 커피전문점 빈자리에 잠깐 앉아 스마트폰으로 올림픽 소식을 보고 있는데 이내 종업원이 와서 짜증난다는 투로 "주문을 하지 않을 거면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멋적은 듯 일어나 자리를 비워주고 커피전문점 현관 앞에서 계속 눈치를 보며 콜이 뜨길 기다렸다. 먼저 콜이 뜬 곳은 삼청동 인근 식당. 강남으로 가는 손님이다.
이씨는 잽싸게 콜을 잡고 손님에게 전화를 했다. 초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셔야 되니 빨리 와 줄 걸 부탁했다. 이씨는 뛰기 시작했다. 4개의 신호등을 건너 15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손님은 늦었다는 표정으로 빨리 강남의 한 술집으로 가줄 걸 요구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과는 강남에서 사당으로 사당에서 의왕으로 의왕서 다시 서울로 와 불광동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새벽 4시가 돼서야 하루 일과가 끝났다. 다행히 이날은 콜이 잘 잡힌 날이다. 이씨가 이날 일당으로 번 돈은 9만원. 이중 20%는 콜센터에 소개료로 내야 한다. 또 지방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렌탈 승합차 차비와 콜을 잡고 손님에게로 이동하는 차비 등을 제하고 나면 5만원가량 손에 쥔게 된다. 이씨는 "그래도 허탕치는 날도 있는데 5만원이면 나은 편"이라며 스스로 위안했다.
대리운전회사와 대리운전기사는 고용관계가 아니다. 골프장 캐디처럼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대리운전기사는 기본급이나 4대보험, 퇴직금, 고정급 등이 전혀 없다. 또한 교통비, 보험료, 단말기대금, 통신료, 프로그램사용료 식대 등 모든 경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이씨는 "순수입 5만원을 벌려면 10만원은 찍어야 한다"며 "일주일에 절반은 10만원도 못 찍는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얼마전 경기도 안산으로 손님을 3만원에 모셔주고 나오는데 차가 없어 3시간을 걸어 나온 적도 있었다"며 "늦은 밤 가로등도 없어 무섭기도 했고 이런날은 완전 공치는 날"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매너 좋은 손님만 만나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욕설은 물론 폭행까지 하는 손님을 심심찮게 만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술취한 여성손님이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이런 일로 어떻게 먹고 사냐'며 핀잔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이씨가 하루 종일 들여다 보는 스마트폰에는 유치원생 딸의 사진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씨는 일하는 도중 배가 고파도 돈이 아까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등으로 끼니를 떼운다. 이씨는 "아무리 힘 들어도 그때마다 스마트폰을 보며 집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을 딸 사진을 보며 기운이 난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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