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통과 공감이 도시 면역력 높인다

지역내일 2012-08-16

진익철/서울 서초구청장

2012년 7월 11일은 서초구 주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한국마사회는 이날 서초구청을 상대로 한 교대역 사거리 마권장외발매소 설치 관련 소송에서 항소를 포기했다. 이날로 한국마사회와 서초구의 1년여에 걸친 법정공방이 서초구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마권장외발매소'란 경마장에 가지 않고 모니터로 현장중계를 보며 마권을 매매할 수 있는 일종의 경마도박장이다. 한국마사회는 현재 수도권 25개소 등 전국 32개소에 'KRA플라자' 라는 이름의 마권장외발매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 기준으로 마사회 전체 매출액은 장외발매소가 경마공원의 2배가 넘는다 하니 이 시설이 마사회의 쏠쏠한 수입원임은 불문가지이다.

마권장외발매소가 주택가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은 사행성 도박을 부추기는 문제만은 아니다. 주변에 성인오락실이나 퇴폐이발소가 난립해 도시는 급격히 유흥가로 변할 것이고 내기에서 손실을 본 이들의 흥분과 욕설로 품격 있는 거리 분위기는 급격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교사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대역 인근에는 위험천만한 시설이 아닐 수 없다. 마사회 반발이 아무리 거세도 기필코 막아내지 않으면 안될 일이었다.

1년여에 걸친 법정공방에서 승리

마권장외발매소 허가 배경은 이렇다. 2009년 11월 20일 구청에 교대역 8번 출구 주변에 지하 6층, 지상 11층 규모의 '문화 및 집회시설' 건축심의 신청이 들어왔다. 최근엔 대개의 건축물이 회의장 시설을 갖추고 있으므로 문화 및 집회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신청하면 적법하기만 하면 허가해야 한다. 이 건축허가도 적법한 상황이라 서초구는 당연히 건축 허가를 해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2010년 12월 당초 건축주가 허가가 난 상태의 토지를 한국마사회에 팔았다. 서초구는 마사회가 땅을 사들인 만큼 회의장이 마권장외 발매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지, 해법을 강구했다.

서초구는 현행 건축법의 허점을 찾아내고 국토해양부에 법률개정을 건의했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회의장 예식장 등 용도인 '문화 및 집회시설' 로 건축허가를 받아 준공된 후에 건축주 임의로 마권장외발매소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요구는 마권장외 발매소는 당초부터 문화 및 집회시설이 아니라 위락시설로 분류해야 마땅하다는 거였다.

농림수산식품부에는 경마도박장 이전 승인 취소를 건의하고 마사회에는 사업추진중단을 요청하는 한편 사법기관에 의혹이 있는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마권장외발매소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목소리도 뜨거웠다. 서초구는 서초역에서 강남역에 이르는 서초로변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사행시설인 마권장외발매소 불허용도로 지정하도록 서울시에 요청하고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한국마사회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과 건축허가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시와 서초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패하자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로펌을 소송대리인으로 지정하고도 패소, 결국 항소를 취하했다. 지난 1년 골리앗같은 마사회에 맞서 싸우느라 서초구 주민과 구청은 하나가 됐다. 주민과 행정기관이 공동목표를 위해 힘을 합하면 못해낼 게 없다. 지난한 싸움을 통해 주민과 공무원들은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건전한 도시성장을 방해하는 바이러스

늘 감기를 달고 산다면 일시적으로 콧물과 기침을 멈추게 하는 약을 먹고 말 게 아니라 면역력을 높일 궁리를 해야 한다. 꾸준한 운동과 기력 보강이 더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다. 도시도 인체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건강한 도시라 해도 법규나 제도의 사각지대를 틈타 건전한 성장을 방해하는 바이러스가 진입할 여지가 상존한다. 도시 건강을 지키는 근본적인 면역력이 무엇일까. 바로 행정과 주민간의 소통과 공감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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