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용 논설주간
감동도, 드라마도, 스토리도 없었다. 오로지 박근혜만 있었다. 경선 투표율도 낮았다. 역대 최저치인 41.2%에 그쳤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접전을 벌였던 2007년 경선(70.8%)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치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흥행은 참패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박 후보의 지지율은 84.0%이다.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주의 정당에서 지지율이 80%를 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유신독재 시대인가.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 정치학자는 정말 부끄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번 경선이 이상한 선거임은 2위가 누구인가가 관심이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절대부동의 1위는 선거 시작 전부터 박근혜 후보였다. 2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러나 그의 지지율은 불과 6.7%다. 10%도 못 넘었다. 2위부터 5위는 도토리 키재기였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은 시작부터 결과가 뻔한 것이었다. 올 1월 '위기'의 순간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박 후보는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다시 선거의 여왕이 됐다. 새누리당은 완전히 박근혜당으로 변모했다. 8·20경선 승리는 '따논 당상'이었던 것이다. 많은 국민과 야당은 이번 경선을 '박근혜 추대행사'라고 부른다.
지지율 84% 기록 … 경선 아닌 '박근혜 추대 행사' 방불
사실 새누리당이 8·20 전당대회에서 박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뽑은 것은 정치사적으로는 의미가 있다. 그가 집권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오는 12월 대선에서는 헌정사상 첫 성대결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그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큰 딸로 한국 역사상 첫 부녀 대통령이 탄생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그의 대선 도전은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라며 정치를 시작한 박 후보는 2002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면서 독자출마를 저울질한다. 그러나 보수세력의 단일화 요구로 한나라당에 복당, 이회창 당시 총재를 지원한다.
두번째 도전은 국민들이 잘 아는 대로 2007년 대선. 그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석패한다. 두번째로 대통령의 꿈을 접는다.
박근혜 후보는 세번째 도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현 추세라면 그가 오는 12월에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상당하다. 현재 여론조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1·2위를 다투지만 아직 안 원장은 대선 출마여부조차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누가 될지 아직 알 수 없고 안 원장과 민주당 대선 후보간 단일화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느 모로 보나 현 시점에서 보면 박 후보는 가장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이다.
그러나 박 후보가 안심할 수는 결코 없다. 그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영광스런 호칭을 부여받았지만 그에게는 권위주의와 불통, 독선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이 자산이기도 하지만 '박정희의 딸'이라는 점은 그의 최대약점이 되기도 한다.
결국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불통의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신뢰와 원칙이다. 그러나 그는 신뢰와 원칙을 지킨다며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아 국민 마음을 상하게 한 경우가 많았다. 불통과 독선의 이미지를 벗어나야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릇된 역사관'은 곤란 … '불통' 이미지도 벗어야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5·16은 쿠데타이다. 대통령은 헌법을 최종적으로 수호하는 인물이다. 헌정을 중단시킨 5·16에 대해 혁명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을 국민 다수는 대통령으로 뽑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자기중심적 역사관과 현실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릇된 역사관'을 가진 지도자가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는 아버지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박근혜부터 변해야 한다.
말로만 바꾼다고 해서는 안된다. 실제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 보수세력의 마음만을 얻어서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중도와 중간층, 2040의 마음을 얻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자신의,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추구할 때 대통령의 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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