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
올해 여름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대자연은 우리에게 가뭄과 홍수, 녹조현상(cyanobacterial blooming)을 선물해주었다. 이 3종 선물세트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의해서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전에 충분한 대비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전국의 4대강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던 녹조현상은 4대강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녹색연합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심지어 정부기관과 정부 산하 연구기관 자료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여러 가지 대비를 주문했던 사안이다.
4대강사업이 시작될 때 녹색연합은 보로 인한 하천생태계의 파괴와 수질오염, 녹조현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오히려 녹색연합의 주장과 걱정을 폄훼하기 바빴다.
2010년에 이미 "4대강사업으로 조류 발생 우려"
그런 정부가 사실 녹조에 대한 걱정을 예전부터 했다는 것이 밝혀져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최근 대구경북녹색연합은 두가지 문건을 공개했다.
첫 번째 문건은 2010년에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낙동강 조류발생 특성분석 및 관리정책 방안"이라는 정책보고서를 통해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조류가 발생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현재의 제도나 관리정책이 한계가 있으므로 조류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2년이 지난 2012년에도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전국에서 조류로 인한 녹조 문제가 발생하자 임기응변식 대응만 하고 있다. 녹조의 원인은 높은 기온과 가뭄이며 비가 오면 없어진다는 거짓 홍보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도 두번째 문건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환경부는 올해 3월, 동절기에 발생한 팔당상수원에 남조류 대량 발생으로 수도권 전 지역에 수돗물 맛과 냄새(지오즈민, 최대 300ng/L)로 인한 민원이 제기되고, 기후변화에 따른 조류 대량 발생으로 정수장에서 수처리 장애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며, 그 대책으로 "정수장 조류 대응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 "정수장 조류 대응 가이드라인"을 보면 정부의 녹조 홍보가 거짓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환경부는 가이드라인에서 "국내 주요 수계에는 다수의 댐과 보가 건설되어 상수원의 체류시간이 증가되었고, 체류시간 등 하천의 수리·수문환경 변화와 온난화로 조류의 대량증식 발생 가능성 증대"라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환경부는 조류의 발생에 중요요인인 체류시간 증대를 확인했다. 체류시간 증대는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다. 환경부는 또 "국내에는 낙동강수계 이외에는 고도처리공정 도입 정수장 비율이 낮아 조류 대량증식이 장기간 지속될 시 효과적 대응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비온 뒤에도 녹조현상 되풀이될 것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비가 오는 상황에 맞추어 정부는 비가 오면 하천에 유량이 많아져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녹조현상이 없어진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강우로 인해 유량의 증대되어 조류의 농도가 감소할 수는 있으나, 강우 이후 유입된 영양물질과 일사량의 증가로 다시 남조류의 대량증식이 급속히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정부는 녹조현상이 4대강사업의 추진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문제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시작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녹조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지속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는 하천관리와 전반적인 유역관리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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