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한중수교 후 최대 위기 맞아
민족주의 성향 강한 중국네티즌 관리 필요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김정일 방중, 북중─한미 구도의 국제외교전, 미 항공모함 서해 진입 시도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거치면서 점차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수교 이후 10년 넘게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던 한중관계는 어느새 전방위적인 갈등 양상을 보였다. 탈북자 분쟁, 김영환씨 고문사건 등을 계기로 상층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이 반중감정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 분야 외에는 우호적, 협력적 한중관계를 이끌 동력을 찾기 어렵게 됐다.
건강한 한중관계를 위한 전문가들 제안을 정리했다.
◆원칙을 지키는 외교가 중요하다 = 외교에서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원칙을 지키며 배포 있게 밀어 붙이면 결국 쌍방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쁜 선례를 남겨 두고두고 우환이 될 수 있다.
지난 2010년 11월 27일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전격 방한은 원칙을 중시하는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미와 북한을 대립 축으로 한반도의 긴장수위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중국 대외관계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방한했다.
그의 방한은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중국측이 다이빙궈 방한을 주중 한국대사관에 통보해 온 시간은 방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둔 27일 정오쯤이다. 10여 명의 방한단은 이날 오후 6시쯤 전용기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방문단이 용건도 밝히지 않고 당일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중국측 제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절충안으로 당일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만찬회동을 갖고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주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방문단은 이튿날인 28일 오전 10시쯤 청와대를 예방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만약 청와대 안교안보수석이 당일 중국을 방문해 국가주석 면담을 요구하면 어떤 반응과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한중수교 이후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외교 안보에서 민감한 쟁점을 뒤로 미루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에 익숙해져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국익과 입장을 우선시해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중국 주장을 고정 불변의 것으로 간주하고 우리가 그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입장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만 항공모함처럼 서서히 항로를 바꾼다. 당장은 변화를 감지하기 힘들지만 조타실에 모여앉아 회의와 논쟁을 계속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중국은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서 원자바오는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 후 2010년 12차 5개년 계획의 주된 기조로 반영되었다.
중국 외교는 비교적 수동적이다. 국제질서를 나서서 주도하지도 않지만 순응하지도 않는다. 제시된 의제가 타당성이 있으면 논의를 거친 뒤 늦게라도 정책에 반영한다. 이런 특징을 고려해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 입장을 양자나 다자무대를 통해 분명하게 그리고 적극 개진해 나가야 한다. 중국에 우리 입장을 주장할 때도 대의명분과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중국 수뇌부의 정치적 판단을 끌어내라 = 지난 2006년 4월 미국을 방문해 수모를 당한 후진타오 주석은 1년 뒤인 2007년 4월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전격 경질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리자오싱은 2006년 4월 후진타오의 방미 문제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미움을 사 당시 맡고 있던 외교부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런 전례 때문에 중국 외교부와 관련기관은 국가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숙박, 경호, 홍보 등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십분 활용해 정상 방문을 계기로 산적한 외교 현안을 일괄타결하는 게 관행이었다. 탈북자 문제 해결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정부는 2012년 3월 후진타오 방한을 앞두고 외교적 총공세를 펼쳤다. 4월 2일 중국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3년 넘게 머물던 탈북자 4명이 비밀리에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한중 '탈북자 분쟁'은 일단락됐다.
중국 외교부 관료들을 아무리 공략해도 현안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관건은 중국 최고 지도부를 설득해 정치적 판단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제무대에서 양자 또는 다자회담이 활성화되면서 정상이 거의 매달 만나는 경우도 있다. 관료화되고 경직된 중국의 조직문화를 고려할 때 민감한 외교 사안을 정상차원에서 일괄타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남용은 곤란하다.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며, 사안별 성격과 타이밍 등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이 열리고 있다. 고흥길(왼쪽부터) 특임장관, 박병석 국회부의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 허창수 전경련 회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뉴시스 김기태 기자>
◆중국통 양성하고 인재풀 활용하라 = 중국은 관리들의 국가기밀 누설행위가 빈발하자 일벌백계 차원의 중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리빈(李濱) 전 주한 중국대사가 김정일 방중 등 기밀사항을 한국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2008년 7년형을 선고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관리들은 혹시나 불똥이 튈까 두려워 외국 공관원이나 기자 등을 만나는 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가안전부가 간첩죄로 처벌하면서 접촉을 기피하거나 심도 깊은 대화를 꺼리고 있다. 중국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중국전문가 또는 '중국통'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현지근무 경험이 있고 중국어에 능통하며 중국의 문화와 역사 등에 이해가 있는 중국통을 많이 양성해 개인적 친분인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 관료사회의 특징,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중국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한중수교 20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비하면 외교현장에서 수많은 중국통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스쿨'이나 미국 라인인 '워싱턴스쿨', 일본 '저팬스쿨'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차이나스쿨을 키우자는 말이 자칫 중국 연고를 가진 사람에게 좋은 보직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 게 현실이다. 워싱턴스쿨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중국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과거 워싱턴 경력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가 해오던 오용을 답습해 한을 풀려 한다면 이 또한 경계해야 한다.
누구든 외교에 대해 균형 있고 깊이 있는 견해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중 양강 시대에 중국통은 '미국을 잘 아는 중국전문가'여야 한다. 외교통상부도 이런 양날개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중국과 미국, 일본에 두루 정통한 '하이브리드(Hybrid) 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통 인재풀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동안 축적된 대중 외교 역량을 서로 공유하고 활용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중국은 공들여 키운 인재들을 요직에 등용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하게 하고, 퇴임 후에는 수십 년 익힌 지식과 경륜, 인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총력외교 체제를 갖추고 있다.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을 때부터 대중외교를 지원하는 반관반민의 한중 우호협회를 추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직의 위상, 재원조달 방법, 기능, 법적인 문제 등 검토가 이뤄졌으나 예산확보 등 어려움 때문에 구체화되지 못했다.
◆언론ㆍ인터넷ㆍ싱크탱크 대책 세워라 = 선거를 통해 민의를 파악할 수 없는 중국 지도부가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는 대략 세 가지 경로다. 첫째는 언론보도, 둘째는 인터넷, 셋째는 학자의 보고 등이다. 학자 보고는 대학교수나 싱크탱크 연구원이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우선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 싱크탱크와의 활발한 교류가 중요하다. 경제규모에서 2위로 올라선 중국은 싱크탱크 숫자에서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대국이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반관반민의 성격이 강한 중국의 싱크탱크는 이미 주요 정책결정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전문가들은 약 30여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국내 인맥을 활용해 관계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이들이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긴 호흡으로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중국내 여론이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과 인터넷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환구시보 등 한국에 대한 맞대응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외교통상부는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 편집장을 초청해 외교부 당국자, 정보기관 중국담당자, 학자, 탈북자, 시장에서 장사하는 일반 국민 등 다양한 취재를 주선한 바 있다. 그 후 한국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외교부는 이를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한중 간에 민감한 사안을 두고 맞서면 환구시보는 입장을 돌변, 거친 표현을 동원해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도부가 직접 말하기 곤란하지만 속마음을 표시해 외국에 압력을 넣고 싶을 때 인민일보 보다 부담이 적은 환구시보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언론자유가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시각에서 일탈한 보도를 할 수는 없다. 환구시보 등 언론의 강경 논조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의 4억5000만 네티즌을 움직여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형성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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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동맹'은 위험, 실리외교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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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한중관계를 위한 전문가들 제안을 정리했다.
◆원칙을 지키는 외교가 중요하다 = 외교에서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원칙을 지키며 배포 있게 밀어 붙이면 결국 쌍방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쁜 선례를 남겨 두고두고 우환이 될 수 있다.
지난 2010년 11월 27일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전격 방한은 원칙을 중시하는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미와 북한을 대립 축으로 한반도의 긴장수위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중국 대외관계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방한했다.
그의 방한은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중국측이 다이빙궈 방한을 주중 한국대사관에 통보해 온 시간은 방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둔 27일 정오쯤이다. 10여 명의 방한단은 이날 오후 6시쯤 전용기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방문단이 용건도 밝히지 않고 당일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중국측 제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절충안으로 당일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만찬회동을 갖고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주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방문단은 이튿날인 28일 오전 10시쯤 청와대를 예방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만약 청와대 안교안보수석이 당일 중국을 방문해 국가주석 면담을 요구하면 어떤 반응과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한중수교 이후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외교 안보에서 민감한 쟁점을 뒤로 미루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에 익숙해져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국익과 입장을 우선시해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중국 주장을 고정 불변의 것으로 간주하고 우리가 그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입장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만 항공모함처럼 서서히 항로를 바꾼다. 당장은 변화를 감지하기 힘들지만 조타실에 모여앉아 회의와 논쟁을 계속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중국은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서 원자바오는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 후 2010년 12차 5개년 계획의 주된 기조로 반영되었다.
중국 외교는 비교적 수동적이다. 국제질서를 나서서 주도하지도 않지만 순응하지도 않는다. 제시된 의제가 타당성이 있으면 논의를 거친 뒤 늦게라도 정책에 반영한다. 이런 특징을 고려해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 입장을 양자나 다자무대를 통해 분명하게 그리고 적극 개진해 나가야 한다. 중국에 우리 입장을 주장할 때도 대의명분과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중국 수뇌부의 정치적 판단을 끌어내라 = 지난 2006년 4월 미국을 방문해 수모를 당한 후진타오 주석은 1년 뒤인 2007년 4월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전격 경질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리자오싱은 2006년 4월 후진타오의 방미 문제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미움을 사 당시 맡고 있던 외교부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런 전례 때문에 중국 외교부와 관련기관은 국가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숙박, 경호, 홍보 등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십분 활용해 정상 방문을 계기로 산적한 외교 현안을 일괄타결하는 게 관행이었다. 탈북자 문제 해결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정부는 2012년 3월 후진타오 방한을 앞두고 외교적 총공세를 펼쳤다. 4월 2일 중국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3년 넘게 머물던 탈북자 4명이 비밀리에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한중 '탈북자 분쟁'은 일단락됐다.
중국 외교부 관료들을 아무리 공략해도 현안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관건은 중국 최고 지도부를 설득해 정치적 판단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제무대에서 양자 또는 다자회담이 활성화되면서 정상이 거의 매달 만나는 경우도 있다. 관료화되고 경직된 중국의 조직문화를 고려할 때 민감한 외교 사안을 정상차원에서 일괄타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남용은 곤란하다.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며, 사안별 성격과 타이밍 등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이 열리고 있다. 고흥길(왼쪽부터) 특임장관, 박병석 국회부의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 허창수 전경련 회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뉴시스 김기태 기자>
◆중국통 양성하고 인재풀 활용하라 = 중국은 관리들의 국가기밀 누설행위가 빈발하자 일벌백계 차원의 중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리빈(李濱) 전 주한 중국대사가 김정일 방중 등 기밀사항을 한국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2008년 7년형을 선고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관리들은 혹시나 불똥이 튈까 두려워 외국 공관원이나 기자 등을 만나는 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가안전부가 간첩죄로 처벌하면서 접촉을 기피하거나 심도 깊은 대화를 꺼리고 있다. 중국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중국전문가 또는 '중국통'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현지근무 경험이 있고 중국어에 능통하며 중국의 문화와 역사 등에 이해가 있는 중국통을 많이 양성해 개인적 친분인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 관료사회의 특징,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중국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한중수교 20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비하면 외교현장에서 수많은 중국통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스쿨'이나 미국 라인인 '워싱턴스쿨', 일본 '저팬스쿨'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차이나스쿨을 키우자는 말이 자칫 중국 연고를 가진 사람에게 좋은 보직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 게 현실이다. 워싱턴스쿨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중국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과거 워싱턴 경력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가 해오던 오용을 답습해 한을 풀려 한다면 이 또한 경계해야 한다.
누구든 외교에 대해 균형 있고 깊이 있는 견해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중 양강 시대에 중국통은 '미국을 잘 아는 중국전문가'여야 한다. 외교통상부도 이런 양날개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중국과 미국, 일본에 두루 정통한 '하이브리드(Hybrid) 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통 인재풀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동안 축적된 대중 외교 역량을 서로 공유하고 활용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중국은 공들여 키운 인재들을 요직에 등용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하게 하고, 퇴임 후에는 수십 년 익힌 지식과 경륜, 인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총력외교 체제를 갖추고 있다.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을 때부터 대중외교를 지원하는 반관반민의 한중 우호협회를 추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직의 위상, 재원조달 방법, 기능, 법적인 문제 등 검토가 이뤄졌으나 예산확보 등 어려움 때문에 구체화되지 못했다.
◆언론ㆍ인터넷ㆍ싱크탱크 대책 세워라 = 선거를 통해 민의를 파악할 수 없는 중국 지도부가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는 대략 세 가지 경로다. 첫째는 언론보도, 둘째는 인터넷, 셋째는 학자의 보고 등이다. 학자 보고는 대학교수나 싱크탱크 연구원이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우선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 싱크탱크와의 활발한 교류가 중요하다. 경제규모에서 2위로 올라선 중국은 싱크탱크 숫자에서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대국이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반관반민의 성격이 강한 중국의 싱크탱크는 이미 주요 정책결정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전문가들은 약 30여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국내 인맥을 활용해 관계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이들이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긴 호흡으로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중국내 여론이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과 인터넷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환구시보 등 한국에 대한 맞대응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외교통상부는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 편집장을 초청해 외교부 당국자, 정보기관 중국담당자, 학자, 탈북자, 시장에서 장사하는 일반 국민 등 다양한 취재를 주선한 바 있다. 그 후 한국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외교부는 이를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한중 간에 민감한 사안을 두고 맞서면 환구시보는 입장을 돌변, 거친 표현을 동원해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도부가 직접 말하기 곤란하지만 속마음을 표시해 외국에 압력을 넣고 싶을 때 인민일보 보다 부담이 적은 환구시보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언론자유가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시각에서 일탈한 보도를 할 수는 없다. 환구시보 등 언론의 강경 논조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의 4억5000만 네티즌을 움직여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형성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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