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버블붕괴 이후 10년 동안 세번이나 위기를 맞은 일본경제. 지난해부터는 물가하락과 실물경제의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매년 3월이면 금융시스템 붕괴라는 괴소문에 ‘일본경제의 침몰’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일본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삼은 것이 ‘엔화약세’를 통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이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자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것만이 디플레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겠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들은 엔화가치의 하락이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우리의 경우 경기가 내수위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수출과 투자의 성장이 뒤따라야 한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게 뻔하다. 그만큼 우리경제의 회복은 더딜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본은 과연 경제회생의 유일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엔저’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정확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디플레 속 복합불황에 위기반복=일본경제는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10여년 동안 만성적인 수요부진과 디플레이션으로 세차례나 경제위기를 반복, 장기불황에 빠져들었다.
92~94년에는 제로성장을 하다가 97~98년에는 심각한 복합불황에 직면했다. 99년 이후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지만 2000년 2분기부터 다시 둔회되기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물가하락과 경제활동 위축이 같이 반복되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재발, 명목 GDP가 10% 가량 감소하는 사상 최대의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90년 이후 끝없이 추락하는 주가 역시 일본경제 회복을 막고 있는 걸림돌 중 하나다.
최근 일본 닛케이평균 주가는 1만엔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버블경제 당시 최고치(89년말 3만8915엔)의 26%에 불과한 수치다.
주가하락은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가 커져 생산·설비투자 의욕 저하→매출감소→경여악화로 인한 인원감축과 급여삭감→개인소비의욕 저하→매출 추가 감소→주가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진다.
◇만성 수요부진에 시달려=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물론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가 90년 이후 10년 내내 이어졌다. 일본의 민간소비 위축은 개인자산의 순손실, 기업도산과 구조조정에 따른 소득감소 뿐만 아니라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 정부에 대한 불신감, 불충분한 사회보장제도 등 장기적인 측면으로서도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지난 10년간 가계저축률은 10년전과 비슷한 GDP의 10%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낮은 금리환경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축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설비투자 감소도 수요부진을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일본의 기업부문은 90년 이전에는 GDP의 10%에 달하는 자금 순수요자였지만 현재는 GDP의 2~3%(10~15조엔)의 자금 순공급자로 바뀌어 버렸다.
이렇듯 수요부진과 설비투자 감소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 10년간 10여차례 이상 재정팽창 정책을 추진, 131조엔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2000년말 일본정부의 재정부채는 GDP의 1.4배에 달했고 지난해 국채발행 금액 중 77%는 이자를 갚기 위한 차환채로 재정확대 라는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91년 하반기부터 10년에 걸쳐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98년 7월부터 99년 2월까지는 콜금리 목표를 0.15%까지 낮추고 제로수준까지 유도하는 제로금리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통화정책 운용목표를 금융기관의 대(대)일본은행 당좌계정으로 변경, 본원통화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에 들어갔다. 명목금리가 제로수준에 도달하면서 더 이상 금리를 낮출 수 없게되자 유동성의 양적완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였다.
◇자산가치 버블 붕괴로 결정적 타격=일본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굳이 따지자면 버블경제 붕괴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들은 버블경제기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차입, 투자를 늘렸다가 높은 부채와 과잉설비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아직까지 버블붕괴 이후 남아 있는 50조엔 정도의 과잉설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부터 일본의 기업 목표는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부채극소화로 바뀌었다. 과잉설비 문제와 부채극소화 경영은 기업의 투자중단을 야기했다.
지난 10년 동안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버블 붕괴 이후 부실채권 처리를 늦춘 결과였다. 그 동안 일본은 90조엔에 가까운 부실채권을 정리했지만 99년 이후 부실채권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국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00년 9월말 현재 32조엔으로 99년 3월말보다 2조4000억엔 증가했다. 또 96년 3월말에서 2000년 9월말까지 은행들은 17조5000억엔의 부실채권을 털어냈지만 새롭게 20조9000억엔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하지만 일본은 부실채권 처리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했다. 정치권이나 감독당국이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미봉책과 대증요법으로 일관한 점도 부실채권을 더욱 부풀린 이유 중 하나다.
일본 당국의 금융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은 98년 2월 재건계획 수립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진행돼 98년 2월에 30조엔, 98년 10월에 60조엔, 2000년 5월엔 70조엔이 투입됐다.
◇비효율적인 재정팽창 =일본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재정적자만 누적되고 투자·소비촉진에 실패했다.
앞으로도 디플레이션 기조 심화와 경기후퇴, 출생률 감소, 노령층 증가로 일본정부의 재정적자는 계속 누적될 전망이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기존 국채 상환과 이자부담 때문에 새로운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또 저금리를 통한 통화 확장정책을 펴 왔으나 시중에 들어간 화폐는 유통되지 않고 퇴장을 거듭, 금융정책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저금리에도 개인들이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짐에 따라 금융정책이 실물경제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하는 시장왜곡 현상에 봉착, 유동성 함정에 빠져 버렸다.
◇성장잠재력 상실=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노동력 증가세 둔화, 설비 부실화 등으로 9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이 2~3%대로 하락했다.
90년대 일본의 평균 성장률은 1.4%에 불과하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정보화 및 소프트화라는 페러다임 변화로 일본식 경영시스템이 경쟁력을 상실했는데도 일본은 구조조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이다.
일본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삼은 것이 ‘엔화약세’를 통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이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자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것만이 디플레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겠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들은 엔화가치의 하락이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우리의 경우 경기가 내수위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수출과 투자의 성장이 뒤따라야 한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게 뻔하다. 그만큼 우리경제의 회복은 더딜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본은 과연 경제회생의 유일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엔저’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정확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디플레 속 복합불황에 위기반복=일본경제는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10여년 동안 만성적인 수요부진과 디플레이션으로 세차례나 경제위기를 반복, 장기불황에 빠져들었다.
92~94년에는 제로성장을 하다가 97~98년에는 심각한 복합불황에 직면했다. 99년 이후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지만 2000년 2분기부터 다시 둔회되기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물가하락과 경제활동 위축이 같이 반복되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재발, 명목 GDP가 10% 가량 감소하는 사상 최대의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90년 이후 끝없이 추락하는 주가 역시 일본경제 회복을 막고 있는 걸림돌 중 하나다.
최근 일본 닛케이평균 주가는 1만엔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버블경제 당시 최고치(89년말 3만8915엔)의 26%에 불과한 수치다.
주가하락은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가 커져 생산·설비투자 의욕 저하→매출감소→경여악화로 인한 인원감축과 급여삭감→개인소비의욕 저하→매출 추가 감소→주가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진다.
◇만성 수요부진에 시달려=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물론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가 90년 이후 10년 내내 이어졌다. 일본의 민간소비 위축은 개인자산의 순손실, 기업도산과 구조조정에 따른 소득감소 뿐만 아니라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 정부에 대한 불신감, 불충분한 사회보장제도 등 장기적인 측면으로서도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지난 10년간 가계저축률은 10년전과 비슷한 GDP의 10%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낮은 금리환경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축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설비투자 감소도 수요부진을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일본의 기업부문은 90년 이전에는 GDP의 10%에 달하는 자금 순수요자였지만 현재는 GDP의 2~3%(10~15조엔)의 자금 순공급자로 바뀌어 버렸다.
이렇듯 수요부진과 설비투자 감소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 10년간 10여차례 이상 재정팽창 정책을 추진, 131조엔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2000년말 일본정부의 재정부채는 GDP의 1.4배에 달했고 지난해 국채발행 금액 중 77%는 이자를 갚기 위한 차환채로 재정확대 라는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91년 하반기부터 10년에 걸쳐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98년 7월부터 99년 2월까지는 콜금리 목표를 0.15%까지 낮추고 제로수준까지 유도하는 제로금리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통화정책 운용목표를 금융기관의 대(대)일본은행 당좌계정으로 변경, 본원통화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에 들어갔다. 명목금리가 제로수준에 도달하면서 더 이상 금리를 낮출 수 없게되자 유동성의 양적완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였다.
◇자산가치 버블 붕괴로 결정적 타격=일본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굳이 따지자면 버블경제 붕괴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들은 버블경제기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차입, 투자를 늘렸다가 높은 부채와 과잉설비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아직까지 버블붕괴 이후 남아 있는 50조엔 정도의 과잉설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부터 일본의 기업 목표는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부채극소화로 바뀌었다. 과잉설비 문제와 부채극소화 경영은 기업의 투자중단을 야기했다.
지난 10년 동안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버블 붕괴 이후 부실채권 처리를 늦춘 결과였다. 그 동안 일본은 90조엔에 가까운 부실채권을 정리했지만 99년 이후 부실채권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국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00년 9월말 현재 32조엔으로 99년 3월말보다 2조4000억엔 증가했다. 또 96년 3월말에서 2000년 9월말까지 은행들은 17조5000억엔의 부실채권을 털어냈지만 새롭게 20조9000억엔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하지만 일본은 부실채권 처리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했다. 정치권이나 감독당국이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미봉책과 대증요법으로 일관한 점도 부실채권을 더욱 부풀린 이유 중 하나다.
일본 당국의 금융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은 98년 2월 재건계획 수립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진행돼 98년 2월에 30조엔, 98년 10월에 60조엔, 2000년 5월엔 70조엔이 투입됐다.
◇비효율적인 재정팽창 =일본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재정적자만 누적되고 투자·소비촉진에 실패했다.
앞으로도 디플레이션 기조 심화와 경기후퇴, 출생률 감소, 노령층 증가로 일본정부의 재정적자는 계속 누적될 전망이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기존 국채 상환과 이자부담 때문에 새로운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또 저금리를 통한 통화 확장정책을 펴 왔으나 시중에 들어간 화폐는 유통되지 않고 퇴장을 거듭, 금융정책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저금리에도 개인들이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짐에 따라 금융정책이 실물경제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하는 시장왜곡 현상에 봉착, 유동성 함정에 빠져 버렸다.
◇성장잠재력 상실=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노동력 증가세 둔화, 설비 부실화 등으로 9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이 2~3%대로 하락했다.
90년대 일본의 평균 성장률은 1.4%에 불과하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정보화 및 소프트화라는 페러다임 변화로 일본식 경영시스템이 경쟁력을 상실했는데도 일본은 구조조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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