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감상법

특별기고

지역내일 2000-11-03
오해가 많다.
한 핏줄, 한 언어, 한 모습이지만, 반 백년 이상을 갈라져 다른 사상 정치 경제 문화체제 속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갈등도 크다.
한민족끼리 총부리를 맞대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했었고 아직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호시탐탐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며 으르렁거려왔기 때문이다.
불신의 늪은 더욱 깊다.
하늘을 나는 새와 바다 속의 물고기, DMZ 위의 들짐승을 빼놓고는 아무도 왕래하지 못했고 소식도 듣지 못하고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살아온 55년. 한 동포, 한 형제라면서도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여유마저 허락 받지 못했던 세월이기 때문이다.

오해 갈등 불신 녹여낼 수 있다 000
오해도, 갈등도, 불신도 오고 가는 정 속에 묻어 나고 녹아 나고, 주는 정에 받는 정이 생기는 법, 교류(交流)와 협력만이 그 해법이다. 그 중에도 경제교류와 협력이 앞장서야 풀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며 적대관계(敵對關係) 해소의 보편적 진리이다. 현단계 남북관계에서 신뢰성 회복만큼 중요한 과제가 또 있을 수 없다. 그 신뢰성 회복에 있어 교류·확대, 특히 경제교류 및 협력의 확대야말로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경제 문제는 이념도 국경도 초월할 수 있는 상호간의 이익에 관련된다. 오해와 갈등 그리고 불신을 관통하고 녹여 낼 수 있다. 더우기 남북한은 경제발전 수준이 다른 만큼 서로를 필요로 하는 보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의 경협 만이 아니라, 통상적인 경협 역시 남북한 서로 간에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나눠 가질 경우 장기적으로 더 큰 도약이 기대된다. 이 가운데 민초들의 삶의 질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제 총론적인 필요론이나 당위론만으로는 안 된다. 좀 더 미시적이고 섬세한, 그리고 실용적인 단계적 접근방법이 모색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방법론에 대한 접근방식이 너무 정치적이어서도 안 된다. 남북한 관계를 여느 국가간, 정부간 관계가 아닌 "특수한 관계"로 설정한 이상 그에 준하는 태도와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교류와 협력이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전제로 하더라도, 사사건건 법리론적 자구에 얽매여 지나치게 등가성과 동시성만을 강조하는 태도야말로 반대를 위한 말 잔치에 불과하다.

세계의 모든 사회주의권이 변했고 그 종주국이었던 구 소련과 중국마저 상전벽해로 변했다. 영원히 동토의 나라로 머물 것 같던 북한 역시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대세를 거부할 수 없다. 초이념, 초국경의 국제 조류에 휩쓸려 망하지 않기 위해서도 경제체제를 개혁 개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바탕을 둔 긴 안목의 협력이 그래서 필요하다.

시장경제 초심자의 고충 이해해야 000
문제는 한번도 걸어가 보지 않은 캄캄한 산길과 같은 시장경제 체제를 초롱불에 의지하여 무질러 가야하는 초심자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는 자세와 인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상호주의라는 법이론을 앞세워 초롱불마저 불어 꺼버리려는 조급한 당위론을 경계해야 한다. 도리어 오해를 부추기고 갈등을 심화시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왜 당장 그 좋은 시장경제를 도입하지 않는가. 그러나 해보기 전에는, 아니 겪어 보기 전에는 의심만 앞섰던 게 지난날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험이 말해준다. 중국도, 베트남도, 동유럽도 그러하다. 오히려 러시아만이 너무 앞질러 정치와 경제를 한꺼번에 개방하는 바람에 지금도 혼란을 겪고 있다.

남북한의 관계개선에 있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어진 제한적인 조건 아래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교류와 협력의 공간을 넓혀 가는 미시적인 방법론이 더 실용적이다.
정치적, 군사적 협상의제는 잠시 뒤로 미루는 참을성이 필요하다. 오해와 갈등 그리고 불신의 장벽을 무너뜨린 다음의 과제를 경제·문화·스포츠 문제와 함께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과욕은 금물이다.
30여 년이 넘게 꾸준히 추진해 온 서독의 "동방정책"은 교류와 협력만이 도그마로 가득찬 거대한 빙산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일기 시작한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 분위기는 비단 정상들만의 위대한 결단이라기보다는 국내외 정세와 세계사적인 조류를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세계사적 변화의 조류를 가로막아 보려는 도구로 상호주의가 남용되어서는 곤란하다. 비록 어느 순간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을지라도 도도한 역사의 흐름은 이들을 단숨에 삼켜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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