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안철수가 움직인다. '안철수의 생각' 이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 언론의 노출을 마다한 그가 물밑에서 조용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각 분야의 전문가나 원로급 인사를 만나 조언을 듣고 있다고 한다.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그가 17분이라는 짧은 기자회견에서 50%의 지지율을 내려놓은 이후부터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그의 행보 하나 하나가 그때마다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사검색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전국종합일간신문에서 안철수를 언급한 기사는 8,000여건이나 된다. 그 기간 동안 그의 이름은 230여건이 넘는 사설에 등장한다. 안철수에 관한 주제로 칼럼을 쓴 경우도 250건이 넘는다. 지난 1년 동안 공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그의 이름이 어느 신문의 사설 아니면 칼럼에 등장한 셈이다.
그런 그가 이제 선택의 기로에, 결정의 시점에 서있다. 정치에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 아닌지. 기성정당에 합류할 것인지, 무소속으로 남을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정치적 결사체를 만들 것인지. 야당후보와 단일화를 할 것인지, 아니면 단일화 없이 독자적인 완주를 할 것인지. 단일화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고자 하는지.
안철수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여론의 향배는 복잡하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당 후보와의 1대 1 대결에서 오차범위 이내에서 선두자리를 다투고 있다. 반면 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서는 일단은 앞서있는 것으로 조사된 결과가 많다. 그럼에도 그가 출마를 하는 것이 좋다는 여론과 출마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여론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권교체 위해 정치 참여
언론의 보도도 제각각이다. 대선출마를 안 할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도 있었고 무소속 출마의 가능성을 크게 부각한 보도도 있었다. 상당수의 언론은 그가 어떤 형태로든지 조만간 출마여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안철수 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여당의 입장이 다르고 야당 내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의 차이가 감지된다. 엊그제 한 언론사가 주최한 심포지움은 오로지 이 한 주제만을 가지고 10여명의 전문가 패널이 하루 종일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언제 출사표를 던질 것인가 하는 질문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만일 그가 출사표를 던진다면 어떤 정치적 명분과 논리를 담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지를 어떤 표현으로, 어떤 논리로 하느냐에 따라 향후 행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정권교체의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이 입장을 간명하게 풀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여당은 안 된다. 야당은 역부족이다. 그래서 내가 나선다는 논리이다. 유력한 야당후보가 여당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가능한 논리일 수 있다. 이 논리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의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두 번째 가능성은 정치개혁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전개된다. 여당은 안 된다. 야당도 안 된다. 그래서 내가 나선다는 논리이다. 첫 번째 입장과 다른 점은 여당도 야당도 똑같이 기성정치권의 앙시앙레짐으로 보고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논리라는 점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야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불투명할 수도 있다.
정치개혁·사회혁신 위해 출마
세 번째 가능성은 사회혁신 논리이다. 이 경우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상정한다. 우리 사회는 문제가 많다. 이 문제들은 해법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내가 나선다는 논리이다. 세 번째 가능성은 대선출마라는 현실정치의 참여를 통하여 할 수도 있고, 대선출마가 아닌 다른 방식의 사회참여를 의미할 수도 있는 논리이다.
안철수 원장의 그 동안의 행보와 어록을 보면 이 세 가지의 논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모두 들어있다. 그가 최종적으로 이 세 가지의 선택지 중에서 어떠한 논리를 선택할 것인지는 이 시점에서 오직 그 자신에게 달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안철수의 시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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