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며칠 전 민주당의 쇄신에 대해 칼럼을 썼더니 그 당 내부의 이런 저런 말들이 귀에 들린다. 어떤 주장이든 비평은 당연하고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어떤 글이든 그에 대해 반향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니 민주당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 뭐라 할 생각이 없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듣기 싫은 소리일수록 곱씹어 보라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치영역에서는 말 속에 담긴 '의도'와 '배경'에 훨씬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어떤 의도인지 궁금해 하고, 숨겨진 배경이 무엇인지 찾아내려 한다. 이런 독해에는 장점도 있다. 말의 진의를 제대로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곡해되는 경우다. 그 말의 내용보다는 그 말을 한 사람의 이력이나 연고를 근거로 쉽게 재단해 버리는 것이다.
비평은 당연하고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카더라 통신'은 정치권의 구태 중 하나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그런 소리가 들리더라는 식으로 말을 옮겨 결국 마치 그럴싸한 얘기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다. 어떤 남녀가 둘이서 밥 먹은 걸 두고 둘이 사귄다고 소문내 급기야 스캔들로 비화되는 것이 전형적인 예다. '그거야 통신'도 있다. 누군가의 언행에 대해 자기 마음대로 재단해서 "그건 말이야. 사실 이런 의미야"라며 결론지어 풍문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 쇄신을 말하고, 정치적 담합에 의해 주조된 이해찬-박지원체제가 대선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누구를 당의 얼굴로 만들기 위한 음모가 된다. 지금 민주당의 '무지한 일부'는 당내외의 온갖 쇄신이나 혁신에 대한 논의를 이런 식으로 비하하고, 매도하고 있다. 한심한 작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대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 민주당이 얼마나 지질한 정당으로 평가받고 있는지 깨달으면 좋겠다.
손자병법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많이 알려진 경구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는 이 말, 정말 놀라운 혜지다. 이긴다고 하지 않고 위태롭지 않다고 했는데, 승부의 세계에서 피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말 뒤에 이어지는 말이 있다.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패"(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리할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으나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반드시 패배한다. 지피와 부지피, 지기와 부지기를 놓고 경우의 수를 따지면 4가지인데, 손자병법에는 한 가지를 아예 빼놓고 있다.
적을 알고(知彼), 나를 모르는(不知己) 경우다. 왜 빼놓았을까. 적을 몰라도 나를 알면 확률이 50%이나, 적을 알아도 나를 모르면 그 확률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10~20%나 되려나. 그만큼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행간에 이런 메시지를 숨겨 놓은 손자의 기지는 놀라울 따름이다.
스스로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민주당
민주당은 스스로에 대해 모르고 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래서는 이길 수 없다. 세상 등진 백이숙제 같다. 경선현장에서 지도부를 향한 고성과 비난이 쏟아지고, 모바일 투표의 허점이 드러나도 경선이 잘 되고 있다고 되뇐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빗대면 '민주당 스타일'이라 할 만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의 낙후성 때문에 얼마나 시달리고, 마침내 열린우리당을 창당해야 했는지 고뇌해야 한다. 신당 창당 방식이 실패한 지금, 해법은 민주당의 혁신뿐이다. 혁신으로 낡은 민주당을 새로운 정당(혁신적 통합정당)으로 개조해야 한다. 문재인을 비롯한 당의 후보도 살고, 민주당도 사는 길이 이것이라면 그 대의를 위해 당의 두 대표부터 솔선수범해 먼저 몸을 던지는 심청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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