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선주자와의 집중토론 ② 민주당 김근태 고문

“3월경선파들 합당론 배후 밝혀라”

지역내일 2002-02-01 (수정 2002-02-02 오후 3:07:26)
31일 김근태 고문은 종로구 신문로 내일신문사를 찾았다. 앞뒤로 이어지는 강행군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민주화운동시절 오랜 지기인 최영희 내일신문 사장이 반갑게 김 고문을 맞으며 “TV토론에서 두리뭉실하게 얘기하던데 오늘은 그러지 말라”고 주문했다. 김 고문은 “나는 그래도 잘 하는 편”이라며 “이인제 고문은 주가 3000을 올리겠다고 해서, 방법이 뭐냐고 하니까 ‘내가 올리겠다’고 대답하더라”고 받아넘겼다.
김 고문은 이날 3당 합당론을 해당행위로 규정해 출당조치를 요구하는 초강경 성명을 냈다.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 문제부터 시작됐다.

해당행위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누구냐.
지난해 내내 민주당은 쇄신의 몸살을 앓았다. 가까스로 국민참여경선제, 정당의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합치하지 않는 구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데 대해 비판하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무회의에서 합당론을 공개 주장한 정균환 단장을 비롯해 언론에 실명이 드러난 합당론자들을 말하는가.
누군지 알 사람은 다 안다. 지방선거와 월드컵을 치른 후 폭넓은 세력이 함께 할 상황을 만들자고 지방선거 후 경선을 주장했는데, 그땐 3월경선을 그토록 주장하던 분들이 왜 지금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계개편을 하려면 4월 경선연기를 먼저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나.
그걸 전제하라는 게 아니다. 전에는 3, 4월을 얘기하다가 지금은 왜 경선일정을 흔드는지, 정치를 장난으로 하나.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는 건가.
없기를 바란다. 앞에 나서서 얘기를 하고 있는 몇몇 분들의 얘기인지 민주당 권력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계보들의 얘기인지 분명하지 않다.

합당론자들은 이를 김 대통령의 의지인냥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김 대통령이 정계개편의 전면에 나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국민에게 거짓말한 게 된다. 대통령이 실패하며, 정치 실패, 나라 실패의 중대상황이 올 것이다.

김 고문은 합당론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동교동계 비판으로 이어갔다. 권노갑 전고문을 찾는 당 지도부의 분별력있는 행동도 촉구했다. 권 전고문의 지지를 받아온 이인제 고문에 대한 비판도 강했다.

권노갑 전고문이 귀국 후 민주당의 한광옥 대표가 만나서 거의 혼자서 얘기했고, 권 전고문은 고개만 끄덕였다고 한다. 또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만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권노갑은 대원군 같은 상왕적 정치인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웃으며)대원군의 성은 이씨니 성씨가 달라서 대원군 같이는 못 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가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국민 앞에 자신들의 처신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돌아볼 용기가 있길 바란다.

동교동계의 지지를 받아 후보가 되려는 특정인에 대해 문제를 삼았는데 누군가.
동교동 계보 의원들이 지금 어느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보면 안다.

이인제 고문과 함께 한화갑 고문도 포함해서 문제를 삼는 것이냐.
동교동의 주류쪽을 문제 삼아왔다. (이인제 고문은) 세대교체를 내세우는데 나이만 젊다고 되는게 아니다. 구태정치를 극복해야 하는데 보스정치 패거리 정치에 물들고 있다.

노무현 고문은 이인제 고문에게 승복은 하되 돕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김 고문은 어떤가.
나는 표결에 불복한 적이 한번도 없다. 표결에 승복하지 않은 사람한테 먼저 물어보고 그 사람이 적절한 질문을 한 후에 나한테 물어보라.

답변이 납득되지 않으면 최소한 불복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김 고문 정치역정에 처음으로 불복할 수도 있다는 얘기냐.
경선에 불복한 사람에게 묻고오면, 내일신문과 다시 인터뷰 해 입장을 밝히겠다.

‘반부패대통령’을 선언한 김 고문은 부패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국민은 경제난에 시달리는데 누군가는 여전히 뒷호주머니를 차고 즐기고 있다는 데 분노하는 것’이라고 짚어냈다. 그는 정치권이 부패의 과거를 용기있게 공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부패척결의 첫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 기준으로 볼 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부패의 토양을 북돋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최고위원경선자금공개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국민들의 부패에 대한 저항감이 어느 정도라고 보나.
사는 재미가 없다고들 한다. 부패를 척결 못하면 국민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IMF 때문에 많이 어려워졌는데 누군가는 여전히 뒷호주머니를 차고 즐기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91개 국가 중 42번째로 부패한 나라가 한국이다. 대외의존도가 GNP의 70%인 나라에서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 출발은 정치자금 경선자금 선거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권이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빠져나가는데 기업과 국민들에게 법 지키라고 할 수가 없다. 부패야말로 ‘공공의 적’이고 반시장 범죄다.

최고위원 경선 정치자금 공개 문제를 유보했는데 먼저 투명하게 밝히라.
(웃으며)나도 이제 정치인이어서 효과만점일 때가 되면 공개할 것이다. 잘못하면 정치권에서 왕따가 되고 비주류로 몰린 적도 있으니까. 다시는 비주류로 몰리지 않도록 국민들의 엄호아래 거역할 수 없는 시점과 방식으로 하겠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통한 검찰의 독립, 특검의 상설화, 부패방지법의 제정 등 이미 부패척결을 위한 제도적 정비는 목전에 이르러 있는데, 이를 제1과제로 내세워 반부패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한가한 구상 아닌가. 검찰총장이 내세우는 제1과제라면 몰라도.
(강경한 목소리로)부패야말로 제도가 없어서 척결되지 않는게 아니다. 대통령의 결단과 솔선, 자기만 안 받겠다는 것으로는 안된다. 정치스타일과 운영을 바꿔 돈이 정치의 리더십을 만드는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야 돼.

국민들은 현정권을 비리집단으로 보는데 비리정권의 재창출에 표를 달라는 건 염치가 없지 않나.
민주당이 지향하고 있는 개혁과 한반도의 평화는 다음 어느 정파가 집권해도 이 길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아르헨티나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문제는 동교동계가 주체세력으로 상징됐는데 국민의 신뢰를 잃고 게이트가 발생했다. 하지만 국민과 하늘은 정직하면 용서해 준다. 철저하게 조사해서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면 국민들은 다시 해 보라고 기회를 줄 것이다.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부패척결의 지름길 아닌가.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는 국세청 간부를 동원해서 정치자금을 모았다. 국민 앞에서 한번도 용서를 빌지않고, 오히려 ‘집권했으면 됐지, 왜 정치보복하느냐’고 맞붙었고, 서상목 의원 체포도 끝까지 반대했다. 한국풍토에서 누구도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잘못이 드러났을 때 용기있게 인정하는 자가 지도자가 되어야 부패척결이 이뤄진다. 이 총재는 주류론을 내세워 특권층과 개발시대의 기득권층에게 모든 것을 되돌려 주고 정경유착과 관치경제로의 부패토양으로 회귀할 것 같아 걱정된다.

김 고문은 과거경력에서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고들 하는데 이는 오히려 검증해 볼만한 경험이 충분치 않다는 뜻도 된다.
그렇지 않고 흠잡을 데가 많다. 물론 정치를 오래 해서 신세를 많이 지면 신세를 갚아야 한다. 나는 갚을 게 별로 없다. 친구들에게는 우정만큼만 정치자금을 지원받았고, 그래서 굴절된 정책결정을 한 적이 없다. 70년대 초중반에 미국에서 워터게이트가 터졌을 때 워싱턴 중앙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미국민들에게 널리 퍼지자 중앙정치가 아닌 주변정치를 한 사람들이 지도자로 부상했던 시대적 환경과 지금 우리가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김 고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피곤해 했다. 공격적인 질문에 표정이 어두워지기도 했다. 추상적 답변이 길어지면서 부패척결에 대한 준비된 질문을 접고, 국민통합의 지도력에 대한 문제로 넘어갔다. 지역주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 그가 노무현 고문을 지역주의로 몬 배경부터 짚었다.

노무현 고문에 대해 지역주의가 있다고 비판했는데 어느 지역출신은 안된다는 것도 지역주의 아닌가.
영남후보론을 주장하기 때문에 지역주의라고 했지, 그가 어느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주의로 공격한 적은 없다.

권력을 독점하는 대통령제의 제도적 한계 때문에 지역주의가 해결되지 않는게 아닌가.
대통령제도는 ‘승자독식’의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제의 일관성 속에서 부차적인 쟁점을 개선하고 지역주의와 싸워야 한다.

87년 양김단일화에 대해 비판적 지지론으로 재야세력을 분열시킨 책임을 묻는 쪽도 있다.
나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배격한다. 지식인들은 현실문제에 대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며 주관식 해답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군사독재권력과 맞서 싸운 디제이를 단일후보로 내세우자고 민주화운동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주장했고, 다수결로 결정됐다. 표결에서 진 소수가 그 결정을 지키지 않았다. 지도자는 그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무한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인정한다.

민주당내 개혁세력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있는데 경선 마지막까지 계속뛸 것인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중간에 그만둬야 한다면 처음부터 경선은 왜 하나. 아예 될 사람 한명만 남기도 다 빠져야 하지 않겠나.

노무현 고문은 지지도가 높은 자기쪽으로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 국민 앞에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서 큰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내 길이 있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길이 있다.

TV토론이 생각보다 국민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경쟁력 있는 3~4명을 압축해서 집중토론을 하는 방안에 찬성하는가.
경마장에서 경마할 때 1등 하다가 꼴등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변화여지가 있는데 벌써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다수가 시청할 수 있도록 밤늦은 시간대로 바꾸고 주자전원의 합동토론회를 몇 차례 진행하여 자질검증이 진행된 뒤에라면 찬성할 수 있지만, 현재 여론조사만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방안이다.

지식인과 정치관심이 높은 층에서는 김 고문이 알려졌지만 전국민 인지도는 아직 낮다. 극복대책은.
(웃으면서)이럴 줄 알았으면 청문회도 하고, 장관자리 하려고 로비도 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97년 한보청문회 때 청문회 스타가 될 기회가 있었는데 부총재라고 양보하라 해서 빠졌더니…, 정치는 양보를 하면 손해볼 때가 많다.
하지만 내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보면 비교해 보니까 역시 김근태다. 알고보니 역시 김근태다 이런 얘기가 늘고 있다.

김 고문은 인터뷰를 마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배웅하는 기자에게 "돈 경선만 아니면 내가 후보된다"는 확신에 찬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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