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자연유산 잘 보전한 곳에서 국제환경회의를

지역내일 2012-09-12

이인식/우포늪 따오기 복원 위원장

우포늪의 밤하늘과 풀숲의 반딧불이 그리고 풀 향기 가득한 늪을 매일 관찰합니다. 모니터링을 마치면 다양한 생물들의 움직임과 지역의 자연유산인 우포늪의 경관과 자연의 모습을 기록해 페이스북에 매일 사진과 글로 남깁니다. 그 기록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사계절 자연 늪에서 살아가는 야생동식물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벌써 우포늪에는 멀리 시베리아에서 여름을 난 청머리오리와 청둥오리 등 물오리들의 선발대들이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사계절을 우포늪에서 생활하고 삶과 죽음을 맞이하는 야생동식물의 자람과 이동길, 움직이는 시간을 세밀히 관찰해 다양한 생물종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일에 나섭니다.

제주에서 2012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환경 전문가와 리더들이 제주에 모여 자연보전 원칙과 미래 환경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통합관리 체계구축 방안과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을 비롯한 환경교육 시스템 구축, 마을 주도적 관광산업의 지속적 성장 등이 그것입니다.

제주지역의 자연유산인 곶자왈 같이 멸종위기 식물 36종과 팔색조의 서식지, 용암동굴계와 습지 등을 갖추고 북방·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에는 다양한 생물자원이 풍부합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경관과 생물자원 등이 풍부한 우포늪과 곶자왈 같은 곳은 마을 주도적으로 보전전략과 프로그램을 갖고 보전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총회 과정에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자연파괴 현장 보여준 WCC총회

각 나라에서 온 전문가 회원들이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과 활동가들로부터 해군기지 문제점과 환경파괴에 대한 의견을 들은 후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제주의 핵심생물권보전지역이 훼손되는 현장 근처에서 개최해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가지 국제행사들을 개최하면서 전시성 성과 위주로 진행해 2008년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르총회를 제외하고는 민관협력체계 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제주WCC총회는 현 정부의 4대강사업과 강정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아니라 자연파괴 현장을 보여주는 총회가 되었습니다.

우포늪가에 살면서 계절마다 지인들로부터 우포의 아름다운 경관을 잘 볼 수 있는 때에 관해 질문을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연은 365일, 매시간 그 모습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9월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과 가시연 잎 위에 앉아 물고기를 사냥하는 백로들의 모습, 밤하늘의 별 그리고 풀숲에서 빛을 내는 반딧불이를 추천합니다.

우포늪은 단순히 하루 일정을 잡아 둘레길 정도 걷고, 획 돌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이른 아침과 해질 무렵의 아름다운 경관까지도 마음에 담아가는 감동공간임을 알려줍니다.

이런 일은 오랫동안 훌륭한 자연유산을 보전하고 가꾸어온 민간단체와 지역주민들의 피와 땀의 결실입니다. 우리나라 곳곳의 자연유산을 들여다봅시다. 우포늪, 순천만, 곶자왈, 태안반도의 모래톱, 서천의 갯벌 등이 잘 보전된 까닭은 지자체의 개발사업에 맞서 오랫동안 싸워온 민간환경단체들의 힘겨운 싸움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사회'로 가기 위한 준비과정

이번 제주 WCC총회가 끝나면 한국정부는 또 인도에서 열리는 제11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총회에 참석해 2014년, 제12차 총회를 유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세계 3대 환경협약총회를 유치하려는 노력은 우리나라가 미래사회를 개발과 보전을 위한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여깁니다. 그렇다면 향후 환경관련 국제회의는 오랫동안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지키고 가꾸어온 곳을 찾아내어 개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번듯한 컨벤션과 숙박시설을 소유한 대도시 중심으로, 혹은 지역의 자연유산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곳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 세계적인 망신만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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