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웅 논설고문
우리 정부가 지난 3일 북한측에 수해지원 의사를 전달했고 북측이 10일 조건을 달기는 했으나 받아들일 뜻이 있음을 전달해왔다고 한다. 조건이란 지원해줄 물품의 품목과 수량을 미리 알려 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작년의 경험이 있으니 북측이 지원내용을 봐서 받겠다는 것이고 남측은 그 경험으로 봐서 설마하니 작년과 같은 식의 일을 되풀이 할리야 없을 것이므로 내용이나 규모야 어떻든 남북간에 오가는 통로가 다시 열리게 되리란 기대는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작년 수해지원 협의과정에서 북측은 식량과 시멘트, 복구장비 등을 '통크게'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남측은 달라는대로 주면 다른 데 전용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유아용 영양식, 과자류, 초코파이, 라면 등 50억원 어치를 주겠다고 해 지원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북측이 거절했기 망정이지 만일에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그것이라도 받겠다는 북한의 꼴은 무엇이며 남한의 체면은 또 어떻게 됐을까.
왜 북한과 일본이 다른가 생각해야
작년 4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에 대한 긴급식량지원 활동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WFP의 대북식량지원은 WFP가 북한 현지에서 실시한 식량실태 조사결과에 따른 것으로 연간 약 2억달러에 이르는 규모다. WFP의 대북지원 발표가 난 후 북한은 그 여름 또 수해를 입었다. 북한은 모든 산이 벌거숭이인 데다 다락밭 실패로 비만 오면 대규모 수해를 입게 돼 있는 땅이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이후 대북지원이 빈약했던 건 군사도발 때문이며 이는 북측이 자초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연평도사건 이후 이루어진 WFP의 대북지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연평도사건 이후 MB정부는 5·24조치를 통해 남북간 교류를 일체 차단해버렸다. 그런데 그 동안에도 미국은 대북수출을 대폭 늘렸다.
지난 1월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2011년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미정부가 승인한 대북 수출은 총 23건으로 3830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년의 310만달러보다 1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초코파이와 라면을 주겠다고 했던 작년 북한 수해지원 바로 전, 3월에 일어났던 일본 대지진 때 MB정부는 어떻게 했는가. 쓰나미가 발생한 11일 바로 그날 우리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다음날인 12일엔 대통령이 직접 일본총리에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14일 정부는 구조대원 107명을 현장에 급파했고 군용기와 민항기를 동원 긴급식량, 생수,식료품을 대량으로 수송했다.
정부차원 말고도 적십자사 기독교 단체등이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여 불과 보름여만인 4월말까지만도 908억원의 성금을 모았다.
일본의 쓰나미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재앙이었고 북한의 수해는 흔히 발생하는 재해일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북한은 우리와 전쟁을 했으며 지금도 대치하고 있는 사이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6·25 불과 5년 전까지 한반도를 식민지배했던 나라다.
그런데도 북한과 일본에 대한 MB정부의 대응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이러면서 어떻게 남북이 한 핏줄이고 통일은 반드시 온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염려되면 아예 보내지 말아야
이 정부는 남북간의 잘못된 문제는 모두 북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집권 초기인 2008년, 다음해 예산을 짜면서 그동안 해온 대북 식량지원에 필요한 예산을 모두 삭감해버렸다. 그러니까 이 정부는 처음부터 '압박하면 무너진다'는 허황된 가정 하에 대북압박에 나섰던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순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남북 간의 각종사업에는 협상도 해야 하고 따질 것은 따져가며 해야 하겠지만 자연재해 같은 인도적 지원에는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줄 수 있을만큼 진정성을 담아 보내야 한다. 일본에는. 아이티에는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으면서 왜 북한에만 조건을 다는가.
이번에도 정부 일각에서는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는 북의 '조건'을 두고 건방지다느니, 군수물자로 전용될 가능성을 각오하고 주어야 할것이라는 등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염려스러우면 아예 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인도적 지원을 한다면서 이런저런 꼬리를 다는 것은 지원의 대의명분에도 맞지 않으려니와 효과도 반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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