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상 명예훼손 폐지는 국제적 추세 … 박영선 의원 형법개정안 발의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 뤼는 2010년 5월 한국을 다녀간 뒤 이듬해 3월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에 대한 특별보고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프랭크 보고관은 "다수의 명예훼손 형사소송이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표현에 대해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명예훼손이 민법에서 금지되고 있음에 비춰,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적 동향에 맞춰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형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명예훼손제도에 대한 고찰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가 출범했고 국회에는 이미 명예훼손 관련 형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다른나라 0.04명 처벌 받을 때 우리나라는 2.4명 처벌 =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에 따르면 한 인권단체의 조사대상국 중 158개국(한국 불포함)이 형사상 명예훼손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수는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58개국에서 2005년 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20개월 동안 명예훼손죄로 투옥된 사람은 146명에 불과했지만 2005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55개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명예훼손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36명으로 집계됐다.
국가수로 나눠보면 세계적으로 한 국가에서 월평균 0.04명이 투옥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월평균 2.4명이 처벌을 받은 셈이다.

형사상 명예훼손 폐지는 국제적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2년 뉴질랜드가 이 제도를 폐지했고 2001년에는 아프리카 가나가, 2002년에는 스리랑카가 형사상 명예훼손 제도를 없앴다. 멕시코도 2007년 명예훼손 제도를 폐지했다.
유럽에서도 2004년 이후 보스니아-헤르케고비나, 에스토니아, 그루지아, 우크라이나가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를 없앴고 프랑스,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자유형을 폐지했다.
미국도 2004년 현재 15여개 주가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는 1년에 2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이들 국가에서 명예훼손의 비형사화 논의가 진행되는 이유는 명예훼손 제도가 국가가 체제유지를 위해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PD수첩 사건과 같은 남용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명예훼손의 형사처벌 폐지는 국제적인 흐름"이라면서 "명예훼손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리폭로자 보호 장치 마련 = 지난 6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에 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명예훼손죄 완전 폐지보다는 일부 수정으로 실현가능한 안을 냈다.
박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형사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부패를 방지하고 사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도 최소한 진실과 허위의 진실을 구분하지 않고 명예훼손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형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기존 형법의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 처벌 규정을 없앴다.
대신 허위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에는 진술자가 허위의 사실임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는 '안기부 X파일 검사가 떡값을 받았다'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 등의 폭로·보도내용이 '허위'인지는 수사당국이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비리폭로자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도록 마련한 보호 장치인 셈이다.
개정안에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공인의 공적활동에 관련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으며 검찰이 자의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없도록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친고죄'로 고쳤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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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 뤼는 2010년 5월 한국을 다녀간 뒤 이듬해 3월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에 대한 특별보고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프랭크 보고관은 "다수의 명예훼손 형사소송이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표현에 대해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명예훼손이 민법에서 금지되고 있음에 비춰,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적 동향에 맞춰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형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명예훼손제도에 대한 고찰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가 출범했고 국회에는 이미 명예훼손 관련 형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다른나라 0.04명 처벌 받을 때 우리나라는 2.4명 처벌 =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에 따르면 한 인권단체의 조사대상국 중 158개국(한국 불포함)이 형사상 명예훼손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수는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58개국에서 2005년 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20개월 동안 명예훼손죄로 투옥된 사람은 146명에 불과했지만 2005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55개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명예훼손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36명으로 집계됐다.
국가수로 나눠보면 세계적으로 한 국가에서 월평균 0.04명이 투옥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월평균 2.4명이 처벌을 받은 셈이다.

형사상 명예훼손 폐지는 국제적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2년 뉴질랜드가 이 제도를 폐지했고 2001년에는 아프리카 가나가, 2002년에는 스리랑카가 형사상 명예훼손 제도를 없앴다. 멕시코도 2007년 명예훼손 제도를 폐지했다.
유럽에서도 2004년 이후 보스니아-헤르케고비나, 에스토니아, 그루지아, 우크라이나가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를 없앴고 프랑스,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자유형을 폐지했다.
미국도 2004년 현재 15여개 주가 명예훼손 형사처벌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는 1년에 2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이들 국가에서 명예훼손의 비형사화 논의가 진행되는 이유는 명예훼손 제도가 국가가 체제유지를 위해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PD수첩 사건과 같은 남용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명예훼손의 형사처벌 폐지는 국제적인 흐름"이라면서 "명예훼손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리폭로자 보호 장치 마련 = 지난 6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에 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명예훼손죄 완전 폐지보다는 일부 수정으로 실현가능한 안을 냈다.
박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형사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부패를 방지하고 사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도 최소한 진실과 허위의 진실을 구분하지 않고 명예훼손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형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기존 형법의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 처벌 규정을 없앴다.
대신 허위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에는 진술자가 허위의 사실임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는 '안기부 X파일 검사가 떡값을 받았다'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 등의 폭로·보도내용이 '허위'인지는 수사당국이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비리폭로자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도록 마련한 보호 장치인 셈이다.
개정안에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공인의 공적활동에 관련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으며 검찰이 자의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없도록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친고죄'로 고쳤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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