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주고 약주고 탈내는 주택정책
김영호 시사평론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지역에서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엉뚱하게도 고교평준화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분당-일산 수도권 신도시 고교들이 올해부터 평준화로 전환된다. 그러자 명문 고교, 유명 학원이 몰린 강남지역에 이사수요가 늘어 아파트 값이 뛴다는 것이 경제부처 일각의 시각인 모양이다. 마침 진 념 경제부총리가 지역별로 명문고교가 있던 일제시대 교육정책이 더 좋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사철도 잊고 뛰는 강남지역 아파트 값은 교육환경에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8학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이곳의 집값이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재건축 수요가 왕성한데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옳다. 강남지역은 신개발 지역이라 지은 지 20년쯤 되는 낡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자 노후단지를 시발로 투기현상이 일어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4년동안 22차례 주택경기활성화 대책 발표
수도권으로 번진 주택시장의 이상과열은 근본적으로 그 원인이 무정견한 정책에 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이후 모두 22차례에 걸쳐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1970년 후반이후 역대 정권이 망국병인 부동산투기를 잡는다며 겹겹이 채웠던 자물쇠를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몽땅 풀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다 저금리정책을 견지하니 오갈 데 없는 돈이 아파트로 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투기의 재연은 시간의 문제였던 것이다.
1998년 1월 소형평형 의무건설비율을 폐지했다. 주택건설업자들은 소형 아파트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건설을 회피한다. 그런데 그것을 불필요한 규제라며 없애 버렸다. 소형아파트 공급이 막히자 전세 구득난이 심해졌다. 거기에다 저금리로 이자소득이 IMF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자 보증금을 올리거나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졌다. 이사수요가 늘어나고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면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마련하는 바람에 아파트 값 뜀박질이 더 빨라졌다.
1998년 12월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하자 건설업체들이 족쇄 풀린 분양가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여기에다 내장고급화 경쟁이 불붙어 강남지역의 경우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자 가격상승을 예상한 가수요까지 겹쳐 신규시장은 물론이고 중고시장의 가격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분양권 전매제한을 폐지하자 전매이득을 노린 투기현상이 일어나 아파트 분양현장마다 투기인파가 넘쳐난다.
여기에다 주택청약예금 배수제와 재당첨금지를 폐지해 버렸다. 그러자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가수요가 몰려 1순위 예금가입자가 200만 명에 이른다. 이에 더하여 주택경기를 진작한다며 취득세-양도세 감면을 포함하여 갖가지 세제혜택을 내놓았다. 한편 자금시장에서는 저금리에 충격을 받아 갈 곳을 못 찾던 뭉칫돈이 방황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투기억제장치를 모두 해제했으니 돈을 아파트 시장으로 몰았고, 결과적으로 투기를 조장한 거나 다름없다. 그래도 정책실패를 반성하기는커녕 교육현실만 개탄하는 자세는 무책임하다.
철학도 지식도 없는 사람을 중용
한겨울에 투기열풍이 날로 세차지자 정부도 당황했는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맞불을 놓아서라도 불을 끄려는지 공급물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수도권 일대의 그린벨트를 3754만평이나 해제하고 그곳에 5개 신도시 면적보다 넓은 택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부고속철도 천안역사 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해서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들을 흡수하겠다고 한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환경파괴와 교통지옥을 걱정하는 소리가 드높다. 서울 동북부지역에서 도심으로 잇는 도로는 평균시속이 5~10km에 불과하다. 그러니 의정부와 남양주지역에 주거단지를 건설하면 도로가 마비되어 불통사태가 난다는 것이다. 복장이 터지는지 그곳의 4개 구청장들이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개발제한구역은 그 목적이 도시의 외연확장 방지와 녹지보존에 있다. 그런데 그린벨트를 마구 해제하여 도시의 광역화를 촉진해도 좋은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는 전체인구의 46.3%나 밀집해 있다. 수도권은 어딜 가나 시멘트 덩어리 아파트의 행렬이다. 이런데도 도시의 마지막 남은 허파를 멋대로 잘라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인구의 과밀화-과소화를 촉진하는 정책은 지역간의 발전불균형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주택문제에 관해 철학도 지식도 없는 비전문가들을 정책책임자로 중용 하여 시장논리를 내세운 결과이다. 주택투기는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뺏어 부자에게 이전하는 부도덕한 행위다. 그런데 국가정책이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조장하다시피 했다. 쏟은 물이지만 되담는 도리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투기억제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김영호 시사평론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지역에서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엉뚱하게도 고교평준화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분당-일산 수도권 신도시 고교들이 올해부터 평준화로 전환된다. 그러자 명문 고교, 유명 학원이 몰린 강남지역에 이사수요가 늘어 아파트 값이 뛴다는 것이 경제부처 일각의 시각인 모양이다. 마침 진 념 경제부총리가 지역별로 명문고교가 있던 일제시대 교육정책이 더 좋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사철도 잊고 뛰는 강남지역 아파트 값은 교육환경에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8학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이곳의 집값이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재건축 수요가 왕성한데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옳다. 강남지역은 신개발 지역이라 지은 지 20년쯤 되는 낡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자 노후단지를 시발로 투기현상이 일어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4년동안 22차례 주택경기활성화 대책 발표
수도권으로 번진 주택시장의 이상과열은 근본적으로 그 원인이 무정견한 정책에 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이후 모두 22차례에 걸쳐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1970년 후반이후 역대 정권이 망국병인 부동산투기를 잡는다며 겹겹이 채웠던 자물쇠를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몽땅 풀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다 저금리정책을 견지하니 오갈 데 없는 돈이 아파트로 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투기의 재연은 시간의 문제였던 것이다.
1998년 1월 소형평형 의무건설비율을 폐지했다. 주택건설업자들은 소형 아파트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건설을 회피한다. 그런데 그것을 불필요한 규제라며 없애 버렸다. 소형아파트 공급이 막히자 전세 구득난이 심해졌다. 거기에다 저금리로 이자소득이 IMF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자 보증금을 올리거나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졌다. 이사수요가 늘어나고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면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마련하는 바람에 아파트 값 뜀박질이 더 빨라졌다.
1998년 12월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하자 건설업체들이 족쇄 풀린 분양가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여기에다 내장고급화 경쟁이 불붙어 강남지역의 경우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자 가격상승을 예상한 가수요까지 겹쳐 신규시장은 물론이고 중고시장의 가격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분양권 전매제한을 폐지하자 전매이득을 노린 투기현상이 일어나 아파트 분양현장마다 투기인파가 넘쳐난다.
여기에다 주택청약예금 배수제와 재당첨금지를 폐지해 버렸다. 그러자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가수요가 몰려 1순위 예금가입자가 200만 명에 이른다. 이에 더하여 주택경기를 진작한다며 취득세-양도세 감면을 포함하여 갖가지 세제혜택을 내놓았다. 한편 자금시장에서는 저금리에 충격을 받아 갈 곳을 못 찾던 뭉칫돈이 방황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투기억제장치를 모두 해제했으니 돈을 아파트 시장으로 몰았고, 결과적으로 투기를 조장한 거나 다름없다. 그래도 정책실패를 반성하기는커녕 교육현실만 개탄하는 자세는 무책임하다.
철학도 지식도 없는 사람을 중용
한겨울에 투기열풍이 날로 세차지자 정부도 당황했는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맞불을 놓아서라도 불을 끄려는지 공급물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수도권 일대의 그린벨트를 3754만평이나 해제하고 그곳에 5개 신도시 면적보다 넓은 택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부고속철도 천안역사 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해서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들을 흡수하겠다고 한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환경파괴와 교통지옥을 걱정하는 소리가 드높다. 서울 동북부지역에서 도심으로 잇는 도로는 평균시속이 5~10km에 불과하다. 그러니 의정부와 남양주지역에 주거단지를 건설하면 도로가 마비되어 불통사태가 난다는 것이다. 복장이 터지는지 그곳의 4개 구청장들이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개발제한구역은 그 목적이 도시의 외연확장 방지와 녹지보존에 있다. 그런데 그린벨트를 마구 해제하여 도시의 광역화를 촉진해도 좋은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는 전체인구의 46.3%나 밀집해 있다. 수도권은 어딜 가나 시멘트 덩어리 아파트의 행렬이다. 이런데도 도시의 마지막 남은 허파를 멋대로 잘라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인구의 과밀화-과소화를 촉진하는 정책은 지역간의 발전불균형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주택문제에 관해 철학도 지식도 없는 비전문가들을 정책책임자로 중용 하여 시장논리를 내세운 결과이다. 주택투기는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뺏어 부자에게 이전하는 부도덕한 행위다. 그런데 국가정책이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조장하다시피 했다. 쏟은 물이지만 되담는 도리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투기억제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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