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박근혜의 서재’ ‘문재인의 서재’] 불타는 대선전 … 그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지역내일 2012-10-05

윤재석/프레시안 기획위원

18대 대통령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대선 후보 세 명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낱낱이 중계된다. 공약이라는 포장으로 자신의 비전을 역설하기도 하고, 후보 검증이라는 포장으로 상대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기도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진면목이 알고 싶다. 진면목에 다가서기 쉬운 방법으론 그의 독서 편력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는 접근이다. 그는 어떤 책을 즐겨 읽으며, 어떤 감흥을 받고, 어떻게 삶에 적응했는가. 오늘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서재를 살펴본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독서편력을 살핀 '안철수의 서재'는 작년 12월 30일자 '주말을 여는 책'에 소개했다.

#1 '박근혜의 서재'

푸른영토/박지영 지음/1만 3800원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박근혜의 지적 인식능력에 독설을 날린 적이 있다. 그는 "(박근혜의) 서재에는 책이 별로 없었고 증정 받은 책들도 있어 통일성을 찾기 어려웠다"며 이같이 폄훼했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런 평가가 경솔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박근혜가 지난한 삶의 궤적을 그려오면서도 오랜 시간 독서를 통해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해 왔다고 단언한다. 그것은 곡예사가 막대기 위의 접시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계속 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세상을 향한 소통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것.

책은 '마음의 터', '행동의 터', '미래의 터' 등 세 장으로 구분된다. 1장 '마음의 터'에 첫 번째로 소개된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다. 저자는 박근혜가 이 책을 비롯,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 탈무드 등 명작을 원서로 읽었다고 주장한다. 박근혜가 지금까지도 영어에 매우 능통한 것도 이 같은 독서법과 영자신문 구독, AFKN 청취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10·26사태를 겪은 후, 박근혜는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청천벽력의 사건으로 몸도 마음도 황폐해진 그에게 찾아든 연속적인 배신. 그는 '인간 석가'를 읽으며 마음을 추스른다. 모든 게 내 탓이다, 미움이 미움을 낳는다 등의 금언을 통해 배신에 분노하기보다 국민을 생각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다. 그런 변화는 그로 하여금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을 손에 들게 한다. 요절은 '국민의 인격이 국력'이라는 것.

이제 '행동의 터'. 박근혜는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동기와 성격'을 읽고 한숨 놓는다. '콤플렉스 안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매슬로의 주장에선 희망을 얻고, '건강한 사람의 행동은 불안·두려움·불안정·죄책감·수치심에 덜 좌우되며 진실·논리·정의·현실· 공정함·아름다움·올바름·적합성 등의 요소에 더 많이 결정된다'는 대목에선 따사로움과 함께 용기를 갖는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생각은 갈대처럼, 행동은 바위처럼 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얻고, 인디언 출신 조지 마셜 3세의 '그래도 계속 가라'에선 어떤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마지막 장 '미래의 터'. 이제 대권주자로서의 독서 면모가 드러난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국가경영',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 린다 그래튼의 '일의 미래' 등이 그것. 그 중에서도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대처의 국가경영은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우리와 밀접한 국가에 대한 대처의 평가가 들어 있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

전자공학도로서 서강대 졸업 시 이공계 수석을 한 그가 과학기술과 관련된 책을 읽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2 '문재인의 서재'

푸른영토/태기수 지음/1만 3800원

문재인은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피난민 자녀인 그가 남루한 삶속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책읽기의 즐거움은 그로 하여금 입시마저 팽개치게 할 만큼 마력적이어서 그에게 재수라는 업을 선사하기도 했다.

문재인의 대선 캐치프레이즈 '사람이 먼저인 세상'처럼 그가 읽는 책 또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것도 힘없는 사람들의 냄새가. 역시 3장으로 이뤄진 책에서 저자는 문재인이 책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읽고', '시대를 읽고 미래를 꿈꾸며', '역사 속에서 민중의 희망을 읽는다'고 설파한다.

1장의 첫 번째 책은 아마미야 가린이 쓴 '프레카리아트'. 일본의 대표적 우익활동가에서 반빈곤운동가로 탈바꿈한 저자는 '불안정하다'와 '프롤레타리아트'를 합친 신조어를 제목으로 한 책에서 일본의 불안한 노동시장을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다. 그건 그대로 오늘 대한민국의 노동시장 현황의 거울이리라.

'여기 사람이 있다-대한민국 개발 잔혹사, 철거민의 삶' 역시 그렇다.

2009년 1월19일 새벽에 발생한 용산참사에 관한 보고서인 이 책에선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대책없이 내몰리던 철거민들이 결국 망루로 올라가 농성하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숨진 사건을 복기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엿보게 한다. 그래서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인, 그것도 힘없는 사람까지를 포함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2장에서 눈길을 끄는 책은 '오래된 미래'. 1996년 7월 국내에서 초판이 나온 이 책을 보고, 문재인은 이듬해 이 책의 무대인 인도 라다크로 3개월간의 트레킹을 떠난다. 검소와 협동의 공동체, 가난하지만 행복한 공동체. 호지는 신자유주의 체제, 제국주의적 식민주의 사고로 세계를 망가트리는 세력을 증오한다.

문재인 또한 파괴를 수반하는 개발, 상생이 없는 발전을 경계한다.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화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그이기에 앞으로도 그러한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3장에서도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다' 철학은 일관되게 나타난다. '조선풍속사'는 역사학자가 되기를 꿈꿨던 그로 하여금, 역사서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풍속화를 통해 조선의 평민과 하층민들의 존재를 재조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조선사회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안목을 제공했다. 그리고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제국 시절 수다한 지도자들이 보여준 소통의 리더십과 균형감각의 중요성을 문재인에게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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