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법을 어기는 대통령’ 안 되어 다행(문창재)

지역내일 2012-10-05

문창재 논설고문

민주통합당의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문제 특별검사 추천에 청와대가 이의를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넘어온 법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수용한 서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절차를 문제 삼은 재 추천 요구가 온당한 일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는데 막판에 현명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특검 추천이 명문화된 법안을 수용할 때 '입맛에 맞는 사람'을 기대하지 않았을 터인데, 왜 그러는지 속내가 궁금했다.

민주당의 특검추천권 행사를 규정한 법안에 합의했던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같은 말로 재 추천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그렇다.

민주당이 특검을 추천하게 돼 있는 조문이 있는데, 추천 때 '협의'를 하기로 한 구두약속을 빌미로 "협의가 없었으니 절차위반"이라니, 법조문과 구두약속의 무게를 이렇게 혼동할 수도 있나 싶다. '합의'와 '협의'의 말뜻에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추천된 인사 면면을 보고 몽니 부렸던 것 아닌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재 추천 요구 논리는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특검 후보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계속 협의가 있었으며, 양당이 공감하는 후보가 있었으나 막판에 본인이 고사해 민주당 추천인사 2명이 추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대표도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십 명의 후보를 민주당 측에 제시했으나 거부되었다"고 말했다. 특검 추천에 여야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협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특검후보 인선에 관한 여야 접촉사실을 실토하지 않았는가.

청와대는 "(재 추천 요구가) 사람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으로 추천된 인사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는 이야기지만, 누구도 그 말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특검후보로 추천된 두 변호사가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라는 게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

후보로 추천된 두 사람 모두 청와대가 거북해 할 사람이라는 것은 맞다. 한 사람은 대표적인 재야 변호사단체 출신이고, 법복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또 한 사람은 진보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된 사람이다.

그렇다고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잘못이 없는 일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검 법안을 수용할 때는 의연한 자세더니, 추천된 인사의 면면을 보고 몽니를 부리는 것 같은 모습은 그와 정 반대 이미지를 풍긴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한 특검이 대통령선거 철을 맞아 다시 시비의 대상이 된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은 착잡하다. 법으로 제정한 사안까지 표와 연결시켜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19대 국회 개원협상 때 새누리당은 야당을 '달래려고' 특검법 처리와 야당의 특검 추천권에 동의했다. 이제 목적을 이루었다고 절차를 문제 삼아 이슈로 삼는 것은 정치신의 문제로 보인다.

내곡동 특검법은 검찰불신의 소산이다.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용으로 사들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788평) 매입자금은 국가예산 낭비 시비를 일으켰다. 아들이름으로 땅을 산 부동산 차명취득 및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는 전원 불기소 처분이었다. 아들을 한 번 불러 조사해 보지도 않고 내린 이 결론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웠다. 논현동 사저를 젖혀놓고 내곡동에 호화로운 사저를 마련하려던 탈법 행위는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의무의 정점에 선 사람

그래서 여야 간에 특검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법으로 제정된 사안이므로 싫어도 감내해야 한다. 그것이 법의 평등 정신이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의무의 정점에 선 사람이다. 국헌준수를 국민 앞에 선서한 사람이 특검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재 추천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이 앞장서 법을 위반한 사례로 기록될 뻔했다.

한 때 집권당 대표를 지낸 한 원외인사조차 라디오 대담에서 협의와 합의는 다르다면서 " 형식적으로 한두 번 협의하고 추천해 버렸다고 잘못된 게 없다. 그걸 이유로 임명을 못 하겠다고 하면 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적인 일로 또다시 법을 어기는 초유의 대통령을 갖기는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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