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원주대 평생교육원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본관 건물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과정과는 달리 더블오카리나연주회는 그곳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오카리나 소리가 다른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다른 건물로 쫒겨났습니다”라며 원주대 더블오카리나연주회 정상린 회장은 너털웃음을 웃는다. 안내해준 건물로 찾아 가는 도중 어린 새들이 먹이를 잡아온 어미를 반기는 듯한 소리에 절로 이끌리듯 연습 장소에 도착했다.
●큰 감동, 작은 시작
정 회장은 “권오필 교수님이 지도하시는 원주시 평생정보관 연주 동아리 ‘새 울림’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감동을 받아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며 더블오카리나는 음폭이 넓어서 다양한 곡과 화음이 가능하다고 일반 오카리나와의 차이를 강조했다.
동아리 회원들이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평생교육 과정 시간이 끝난 후에 연습을 하고, 방학 중에는 따로 만나 연습을 하는데 연습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제일 어려운 점이라고 했다.
동아리를 결성한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코레일과 함께하는 문화 이벤트에서 한 시간 남짓 공연을 했다. 역의 특성상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듣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기차를 기다리거나 마중 나온 사람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실력이 쌓이면 정기 연주회도 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퇴직 이후를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고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었는데 오카리나를 배우면서 뭔가 배울 수 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음악이라면 콩나물 대가리처럼 생긴 음표 하나 제대로 볼 줄 몰랐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 앞에서 연주도 하게 되다니 참 놀라운 일”이라며 일하는 틈틈이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성실한 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퇴직하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시작하게 된 오카리나를 만나 든든한 친구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 가족과 함께한 작은 음악회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해왔지만 다룰 줄 아는 악기 하나 없다는 게 안타까워 더블오카리나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회원 정현진(45) 씨는 매일 산에 오를 때면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생각하며 걷기 때문에 혼자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고 했다.
“산에 올라 갈 때 목걸이처럼 작은 오카리나를 가지고 가서 연주를 했더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신기하게 처다 보던 경험이 있다”며 산에서 나는 모든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음악이어서 자칫 오카리나 소리가 자연의 조화를 깨는 것 같아 더 이상 산에서 오카리나를 불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번 아버님 생신에 더블오카리나 연주와 더불어 조카는 플롯을, 생신을 맞으신 아버님은 하모니카를 불어 순식간에 작은 음악회를 열었더니 아버님도 너무 기뻐하셨고 가족들도 매우 의미있게 생각했다”며 이렇게 행복한 시간은 오카리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소감을 말했다.
●내 이름을 찾게 해준 오카리나
주부 오명자(52)씨는 남편이 “가끔은 집에도 들어오고 그래~”라며 농담을 할 정도로 다양하게 친목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었다. 원주대에서 오카리나를 배우고 부족하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연도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3학기 째 더블오카리나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는 오씨는 “평소에는 집에서 연습해야지 하다가도 바쁜 일상과 게으름으로 연습이 부족해 번번히 후회하곤 했었는데, 코레일 공연 일정이 잡힌 후 열심히 연습했더니 실력이 부쩍 늘었다. 오카리나를 배운 후부터 폐활량도 좋아지고 며느리, 엄마, 아내가 아닌 진자 내 이름을 찾게 됐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하며 나이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는 음악활동.
원주 더블오카리나 연주회 회원은 원주대 평생교육원 더블 오카리나 연주자 과정 초급반을 수강한 후 중급, 고급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수강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회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평생교육원의 더블오카리나 연주자 초급과정을 거쳐야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문의 : 010-5372-7050
최선미 리포터 ysb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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