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공연에도 밀린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지역내일 2012-10-08
정부 늑장대응이 피해 키워 … "정부·지자체 못 믿어" 주민들 스스로 대피

"서울이나 수도권 도시 중심가에서 이런 사고가 나도 정부가 이처럼 안일한 늑장대응으로 피해를 키웠을까? 노인들이 모여 사는 시골동네 주민들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다. 싸이 공연 소식보다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27일 불산 가스 누출사고로 초토화된 경북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주민들은 5일 마을을 찾은 중앙재난합동조사단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따져 물었다. 주민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늑장대응과 안일한 대책이 피해를 키웠다며 강한 불신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결국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떠나 대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임천리 주민 300여명은 6일 스스로 이주를 결정, 구미시에서 제공한 환경자원화시설 내 주민편익시설과 청소년수련원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마을 전체주민 1200명 가운데 25%가 정든 고향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피한 주민들="" 불산가스="" 누출사고="" 피해지역인=""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주민들이="" 7일="" 산동면="" 백현리의="" 환경자원화시설에="" 대피해="" 있다.="" 구미="" 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지난달 27일 사고발생 직후 주민들을 대피시킨 후 하루만인 28일 대피주민들을 조기 복귀시킨 구미시와 우왕좌왕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박명석 봉산리 이장은 "목이 따갑고 호흡이 곤란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하는데다 농작물과 식물들이 말라죽고 있는데도 불산가스가 검출되지 않는다거나 인체에 지장이 없는 미량이라며 생업에 복귀하라는 정부와 지자체를 더 이상 믿지 못해 자구책을 세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흡곤란, 냄새진동하는데 복귀하라고?" = 이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에 대한 주민불신감이 극도로 고조돼 폭발직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7일 발생한 구미 불산가스 사고는 당초 단순 폭발사고로 인식됐다. 경북소방본부와 경북도, 구미시는 불산이라는 화학물질이 누출돼 폭발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기체상태로 대기 중에 확산돼 엄청난 2차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단순히 소방차로 물을 쏟아 부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하는데 급급했다. 그 사이 불산은 소방차에서 뿌려진 물 등과 반응해 상상할 수 없는 재앙으로 번졌다.

사태가 커졌는데도 경북도와 구미시는 상황실에 앉아 회의만 거듭했을 뿐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못한 채 추석연휴를 넘겼다.

중앙정부도 지방 농촌마을의 폭발사고 정도로 인지한 듯 무관심했다.

정부는 사고발생 8일이 지나서야 첫 반응을 보였다. 지난 4일 중앙재난합동조사단을 파견하고 사고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선거에 몰두한 정치권 역시 비슷한 시기에 겨우 성명을 내는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

화생방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사고현장 일대의 피해는 이처럼 정부가 허둥대는 사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8일 현재 인명피해는 사망자 5명 외에 병원검진 3178명, 입원환자 7명으로 늘었다. 농작물 212㏊와 가축 3209두가 피해를 입었으며 차량 1000여대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77개 기업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177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전부 아니다 =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주민들의 관심과 딴판이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지난 4일 중앙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재난지역 지정 따윈 관심에도 없었다.

80대 중반의 한 마을 주민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안심하고 이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언제 죽을 지도 모를 고령의 대다수 주민들은 지금 여기 살아도 안전한지, 또 앞으로 계속 살 수 있는 것인지가 더 걱정되는데 정부가 딴소리만 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남유진 구미시장도 "정부는 안전하다고만 하지 말고 하루 빨리 공인된 기관의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민불안을 진정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현장인 휴브글로벌(주) 공장의 불산 농도가 오전 1시 5분 1~5ppm, 오전 9시 30분 1ppm 검출됐고, 사고현장에서 700여m 떨어진 산동면 봉산리 마을회관 주변에서는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고, 구미시는 이를 근거로 대피 주민들을 조기 복귀시켰다.

하지만 사태가 확산되자 국립환경과학원이 "사상 초유의 응급상황에서 거칠게 측정한 결과였지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국립환경과학원은 7일 기초조사에 이어 8일 뒤늦게 24시간 시간대별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한편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피해조사가 끝나는대로 1조원대 소송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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