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악화된 민심

지역내일 2000-11-06 (수정 2000-11-06 오후 5:43:32)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일전에 지방에 출장을 갔다가 만난 언론계 선배 한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곳의 민심은 정해진 시각을 향해 재깍재깍 소리를 내며 다가서는 시한폭탄
의 초침과 같다네” 오랜만에 만나 대포 한잔하면서 못할 말이 없겠다 싶었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 진
지했다.
남북문제나 노벨상도 큰 일이지만 먹고사는 생존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면 민심이 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찌든 서민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경련도 수출을 포함한
기업의 체감경기가 98년 10월 이후 2년3개월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게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경제가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상태라고 진단한다. IMF 때와는 또 다른 형태의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남미형 경제로 추락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고 유가, 고 환율,
고 물가의 3고 현상은 국내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외국의 핫머니는 국내 주식시장을 불안
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12월 만기 도래하는 국내외 회사채 규모는 20조원에 이른다. 금융
구조조정과 금융지주회사법 시행을 앞둔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으면 당장 부도로 내몰릴 기업이 적지 않으
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업자만해도 5만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치논리에 원칙이 밀린 기업퇴출
당초 청와대와 경제팀은 경제위기론을 경계했다. 오히려 위기를 부추겨 민심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속내
를 털어놓기도 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11.3 구조
조정의 성패는 국내경제의 회생여부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11.3 퇴출기업의 판정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흔적이 여
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대마불사’를 재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라
고 꼬집기도 한다. 퇴출기업 가운데 규모가 있는 기업은 동아건설 등 10여개 뿐이다. 투명성의 잣대로 기대
했던 현대건설은 어정쩡한 상태로 살아남아 화근의 불씨를 그대로 둔 셈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동건설처
럼 멀쩡한 기업이 포함돼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양영제지와 같이 이미 회사가 거덜나
대표이사까지 바뀐 기업이 포함돼 ‘숫자놀음’이라는 비판을 받고있다. 이런 무원칙과 무책임성이 통용되
는 이유는 아직도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영수회담을 통해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상생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바
로 한달 전의 일이다.
어려운 경제가 숨통을 조여오는데도 민생을 외면한 정치는 이전투구로 날을 새고 있다. 돈문제나 이권에 관
련된 사건이 터지면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인물은 단연 정치인들이다. 이번 동방사건에서는 ‘3K1P’가 집
중화살을 맞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상생정치는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백성 받들면 무서울 것 없다’
‘3K1P’로 지목된 민주당의 권노갑 최고위원, 김옥두 총장, 김홍일 의원, 박준영 청와대공보수석은 “근
거 없는 정치적 공세”라며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펄쩍 뛴다. ‘정현준 펀드’에서 이들의 실명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검찰총장의 공식발표에도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국
민적 의혹해소와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정현준 펀드 관련자를 꼭 밝혀내야 한다. 의혹이 밝혀지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폭로정치도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동방사건을 주의 깊게 보는 이유는 권부의 핵심이나 정치권이 아직도
민심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흐트러진 원칙을 다시 추스리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 악화된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세상에서 지극히 하소연할 곳 없는 자도 백성이지만, 세상에서 무겁기가 높은 산과 같은 자도 백성이다...
백성을 떠받들면 세상에 못할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목민심서 ‘봉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위정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gnw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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