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국방부도 '영토선' 대신 "실질적 해상경계선" 표현
참여정부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핵심 … 박근혜도 인정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새누리당 주장대로 '영토선'일까. 헌법에 비춰보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토선이 아니다'고 주장했던 것은 이런 맥락이다. 국가기록원에 있는 '청와대 웹 기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11일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NLL)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 이걸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기본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지난 2009년에 국방부가 내놓은 3쪽짜리 서해NLL 설명자료에도 '영토선'이라는 표현은 없다. '영토' 단어도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NLL은 우리 군이 수십년 동아 지켜온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고 정의돼 있다.
설정배경 항목에는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해당 군사분계선에 대한 명시적 합의 부재"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 준수 차원에서 우리 해군 및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하여 북방한계선을 설정"이라고 나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설명이 좀 더 거칠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영토선' 주장은 '100% 대한민국'과도 대비 = 서해 NLL과 관련해 남북이 '합의'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당시였던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가 유일하다. 당시 남북은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해 11조에 내용을 담았다. 말하자면 서해NLL을 '불가침 경계선'으로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의 새누리당은 역사적, 법률적 사실과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까지 나서 '영토주권' '영토포기' '휴전선' '생명선' 등 자극적 표현을 동원하고 있다. '영토선'이라는 사람은 강력한 NLL 사수의지를 가진 것으로,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사람은 북한에게 영토를 내줄 소지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하는 프레임 전략이다. 북한에 대한 감성을 자극해 국민을 둘로 가르는 전형적인 '색깔론'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100% 대한민국'과 대비된다.
◆"박근혜 책임 묻지말라" 옹색한 반론 =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향한 새누리당의 압박도 아귀가 맞지 않다. 서해NLL 문제가 나라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하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 대변인, 최고위원 등이 연일 공세를 펴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정작 박근혜 후보에게는 공세의 책임을 묻지 말라고 한다. 문 후보 측이 "박 후보가 책임을 지겠다면 공개에 동의하겠다"고 역제안 한 데 대한 방어다. 이철우 원내대표인은 17일 "박 후보가 그 당시 정상회담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박 후보가 무슨 책임을 지라는 것인가"고 비켜나갔지만 박 후보도 지난 12일 "관련된 사람들이 사안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공세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17일 대화록 폐기논란은 '우로보로스(자기 꼬리를 무는 뱀)' 같은 모양다. '여권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특정언론에서 보도가 나오고, 새누리당이 "보도가 나왔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펴는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호평했던 '서해평화협력지대' = 이런 정치공세의 와중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은 묻히고 있다. 구상에는 △NLL을 기점으로 등거리 혹은 등면적의 공동어로구역 설정 △남북 모두의 군사력이 배제되는 해상평화공원 지정 △ 북한지역 해안 군사력을 북쪽으로 밀어올리는 효과를 낳는 해주공단 개발 △개성·해주공단-해주항-인천항를 묶는 물류망 구축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 담겼다. 참여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시기에 합의된 데다 강경한 이명박정부 대북정책으로 빛을 보지 못했을 뿐 당시 전문가들도 호평을 보냈던 합의였다. 박근혜 후보도 "조정할 부분이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동의했던 내용이었다. 정치공방만 오가면서 서해NLL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킬 '민생대안'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NLL 공세는 보수층을 결집시킬지는 몰라도 중도층으로부터는 외면을 받을 소재"라면서도 "역풍이 불 것이라는 내부 주장도 있지만 이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 아니냐"이라고 토로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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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핵심 … 박근혜도 인정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새누리당 주장대로 '영토선'일까. 헌법에 비춰보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토선이 아니다'고 주장했던 것은 이런 맥락이다. 국가기록원에 있는 '청와대 웹 기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11일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NLL)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 이걸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기본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지난 2009년에 국방부가 내놓은 3쪽짜리 서해NLL 설명자료에도 '영토선'이라는 표현은 없다. '영토' 단어도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NLL은 우리 군이 수십년 동아 지켜온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고 정의돼 있다.
설정배경 항목에는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해당 군사분계선에 대한 명시적 합의 부재"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 준수 차원에서 우리 해군 및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하여 북방한계선을 설정"이라고 나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설명이 좀 더 거칠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영토선' 주장은 '100% 대한민국'과도 대비 = 서해 NLL과 관련해 남북이 '합의'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당시였던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가 유일하다. 당시 남북은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해 11조에 내용을 담았다. 말하자면 서해NLL을 '불가침 경계선'으로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의 새누리당은 역사적, 법률적 사실과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까지 나서 '영토주권' '영토포기' '휴전선' '생명선' 등 자극적 표현을 동원하고 있다. '영토선'이라는 사람은 강력한 NLL 사수의지를 가진 것으로,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사람은 북한에게 영토를 내줄 소지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하는 프레임 전략이다. 북한에 대한 감성을 자극해 국민을 둘로 가르는 전형적인 '색깔론'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100% 대한민국'과 대비된다.
◆"박근혜 책임 묻지말라" 옹색한 반론 =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향한 새누리당의 압박도 아귀가 맞지 않다. 서해NLL 문제가 나라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하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 대변인, 최고위원 등이 연일 공세를 펴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정작 박근혜 후보에게는 공세의 책임을 묻지 말라고 한다. 문 후보 측이 "박 후보가 책임을 지겠다면 공개에 동의하겠다"고 역제안 한 데 대한 방어다. 이철우 원내대표인은 17일 "박 후보가 그 당시 정상회담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박 후보가 무슨 책임을 지라는 것인가"고 비켜나갔지만 박 후보도 지난 12일 "관련된 사람들이 사안에 대해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공세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17일 대화록 폐기논란은 '우로보로스(자기 꼬리를 무는 뱀)' 같은 모양다. '여권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특정언론에서 보도가 나오고, 새누리당이 "보도가 나왔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펴는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호평했던 '서해평화협력지대' = 이런 정치공세의 와중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은 묻히고 있다. 구상에는 △NLL을 기점으로 등거리 혹은 등면적의 공동어로구역 설정 △남북 모두의 군사력이 배제되는 해상평화공원 지정 △ 북한지역 해안 군사력을 북쪽으로 밀어올리는 효과를 낳는 해주공단 개발 △개성·해주공단-해주항-인천항를 묶는 물류망 구축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 담겼다. 참여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시기에 합의된 데다 강경한 이명박정부 대북정책으로 빛을 보지 못했을 뿐 당시 전문가들도 호평을 보냈던 합의였다. 박근혜 후보도 "조정할 부분이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동의했던 내용이었다. 정치공방만 오가면서 서해NLL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킬 '민생대안'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NLL 공세는 보수층을 결집시킬지는 몰라도 중도층으로부터는 외면을 받을 소재"라면서도 "역풍이 불 것이라는 내부 주장도 있지만 이제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 아니냐"이라고 토로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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