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장은 정치공세" … 여권서도 "도대체 선거 치르겠다는 거냐" 한숨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 정면승부를 택했다. 야당의 문제제기를 정치공세로 일축하고 "정수장학회는 어느 공익재단보다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박 후보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수장학회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전향적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당 안팎의 예측을 뒤집었다. 미리 예고까지 하고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법원 판결에 대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후보로선 더 이상 야권의 공세에 수세적 태도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회견 내내 정수장학회 정당성 강조 = 당내에선 이 문제를 털고 가자는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며 우려하고 있다. 22일 여권 고위관계자는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박 후보가 선거를 치르자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며 "선거기간 내내 정수장학회 문제에 발목 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후보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입장을 밝히겠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이어 "정치를 시작한 이래 원칙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으로 저의 소유물이라든가, 저를 위해 정치활동을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공익재단의 성격을 알면서도 이런 주장을 한다면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밝혔다.
부일장학회 설립자 김지태씨의 재산을 강탈해 정수장학회를 설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는) 김 씨가 헌납한 재산이 (재단의 기금에) 포함된 게 사실이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동포까지 많은 분의 성금으로 새롭게 만든 재단"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은 분이다. (5·16 이후) 부패 혐의로 징역 7년 형을 구형받기도 했다"며 재산 '헌납'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만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명칭 변경을 이사진에 제의했다. 최필립 이사장의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이사진이 국민 의혹이 없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는 게 지금의 입장"이라며 직접 언급을 피한 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장학회 지분 매각이나 사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원칙과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야당 공세에 떠밀리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준비한 기자회견서 또 말 실수 = 박 후보는 회견에서 정수장학회 강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원에서 강탈이 아니라고 원고 패소했다"는 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러나 회견 직후 급히 정정했다. 지난 달 '인혁당 두 번의 판결' 논란을 연상시키는 대목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수장학회는 이미 10년 이상 논란이 된 문제이고, 최근에도 3~4일째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면서 "박 후보가 측근들의 말만 믿다가 이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생 1기 출신인 현경대 의원 등 극소수와 대응방법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견 준비과정에 대해서는 대변인이나 공보특보, 선대위 고위간부들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박 후보는 최근 문제가 된 MBC 지분매각 논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그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만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어설픈 기자회견으로 논란만 더 키웠다"는 우려가 나왔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이런 회견을 예고까지 해가며 왜 했는지"라며 "후보 본인의 고집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극소수 측근 의견만 들은 것으로 알려져 '소통 부재'의 문제를 또 한번 드러냈다. 한 당직자는 "후보가 일부 측근 말만 듣고 전혀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박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저도 의외였다. 기대에 조금 어긋났다"고 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도대체 선거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걱정된다고 전화를 몇 통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층 유권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한 사람도 있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돌파구라기 보다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한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관련기사]
- 대통합한다던 박근혜, 연일 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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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 정면승부를 택했다. 야당의 문제제기를 정치공세로 일축하고 "정수장학회는 어느 공익재단보다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박 후보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수장학회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전향적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당 안팎의 예측을 뒤집었다. 미리 예고까지 하고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법원 판결에 대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후보로선 더 이상 야권의 공세에 수세적 태도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회견 내내 정수장학회 정당성 강조 = 당내에선 이 문제를 털고 가자는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며 우려하고 있다. 22일 여권 고위관계자는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박 후보가 선거를 치르자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며 "선거기간 내내 정수장학회 문제에 발목 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후보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입장을 밝히겠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이어 "정치를 시작한 이래 원칙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으로 저의 소유물이라든가, 저를 위해 정치활동을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공익재단의 성격을 알면서도 이런 주장을 한다면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밝혔다.
부일장학회 설립자 김지태씨의 재산을 강탈해 정수장학회를 설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는) 김 씨가 헌납한 재산이 (재단의 기금에) 포함된 게 사실이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동포까지 많은 분의 성금으로 새롭게 만든 재단"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은 분이다. (5·16 이후) 부패 혐의로 징역 7년 형을 구형받기도 했다"며 재산 '헌납'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만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명칭 변경을 이사진에 제의했다. 최필립 이사장의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이사진이 국민 의혹이 없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는 게 지금의 입장"이라며 직접 언급을 피한 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장학회 지분 매각이나 사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원칙과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야당 공세에 떠밀리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준비한 기자회견서 또 말 실수 = 박 후보는 회견에서 정수장학회 강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원에서 강탈이 아니라고 원고 패소했다"는 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러나 회견 직후 급히 정정했다. 지난 달 '인혁당 두 번의 판결' 논란을 연상시키는 대목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수장학회는 이미 10년 이상 논란이 된 문제이고, 최근에도 3~4일째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면서 "박 후보가 측근들의 말만 믿다가 이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생 1기 출신인 현경대 의원 등 극소수와 대응방법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견 준비과정에 대해서는 대변인이나 공보특보, 선대위 고위간부들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박 후보는 최근 문제가 된 MBC 지분매각 논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그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만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어설픈 기자회견으로 논란만 더 키웠다"는 우려가 나왔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이런 회견을 예고까지 해가며 왜 했는지"라며 "후보 본인의 고집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극소수 측근 의견만 들은 것으로 알려져 '소통 부재'의 문제를 또 한번 드러냈다. 한 당직자는 "후보가 일부 측근 말만 듣고 전혀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박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저도 의외였다. 기대에 조금 어긋났다"고 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도대체 선거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걱정된다고 전화를 몇 통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층 유권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한 사람도 있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돌파구라기 보다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한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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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합한다던 박근혜, 연일 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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