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의 초록희망] ‘식량안보’를 걱정한다

지역내일 2012-10-23

언론인/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가을이다. 하지만 '추수의 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즘 우리는 올해 풍년이 들었는지, 흉년인지, 관심이 없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빌보드챠트의 1위에 올랐는지 아닌지 만큼도 관심이 없다.

농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흉년이 들더라도 먹고 사는 데 큰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 자동차 판 돈으로 모자라는 식량을 사다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왔다. 그런데 과연,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지난해 22.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0년 26.7%에서 4.1%p나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곡물자급율이 20%대를 유지하는 것은 쌀 자급율이 100%에 가깝기 때문이다.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은 옥수수 0.8%, 밀 2.2%, 콩 8.8% 등 5%를 밑돈다.

이렇게 낮은 식량자급률에도 우리가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은 세계무역협정, 자유무역협정에서 다른 걸 다 내주고 지킨 마지막 보루였다. 그래서 우리가 생산한 쌀에다 무역협정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한 물량까지 합쳐 한때 쌀이 남아돈다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최근 쌀마저 자급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2010년 자급률(2010년 소비량 대비 2009년 생산량) 104.6%에서 지난해 83%로 급락하더니 올해는 86.5%에 머물렀다.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불어닥친 태풍으로 냉해가 심해 지난해보다도 쌀 생산량이 더 떨어질 전망이라니, 내년 자급률은 더 낮아질 모양이다. 3년 내리 쌀 자급률이 80%대에 머문 것은 전에 없던 상황이다.

진짜 문제는 국내 곡물 생산이 줄고 자급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외국에서 사다 먹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곡물자급률 22.6%… 최저치 기록

우리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등에서 기아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세계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분배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라고 알아왔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고 있다. 2000년을 기점으로 전세계 식량의 총생산량이 총소비량에 못 미치는 '절대적 식량부족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2004/2005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 생산량이 필요량을 밑돌았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소비 증가, 곡물소비를 부추기는 육류 생산의 확대,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의 확산 등으로 소비량이 증가한 데다, 기후변화로 경지면적이 줄어 들고 기상이변으로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가 빈발해 식량생산량이 줄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의 주요 곡물가격은 2000년 이후 10년 사이에 대략 2배로 뛰어 올랐다.

올해는 특히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등 주요 곡창지대의 기상악화로 세계적인 흉작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국제 곡물 가격이 들썩이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지난 2007~8년 사태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식량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걱정할 것은 비단 올해 내년의 쌀값, 물가 걱정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식량위기,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돈 주고도 식량을 살 수 없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2014년 쌀 관세화조치가 끝나면 정부는 쌀마저도 완전 개방할 예정이다.

추진중인 한중자유무역협정은 우리 농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쌀 경작 면적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01년 108만ha이던 것이 올해는 89만ha로 11년 새 23만ha이 줄어들었다.

전세계 '절대적 식량부족의 시대'

이렇게 국내농사를 포기하고는, 해외농업개발이나 국제곡물조달시스템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자국민을 위한 식량이 빠듯한 시대,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를 대비하기엔 위험천만한 대책이다.

문재인 후보는 "2030년까지 식량자급율을 50% 대로 높이겠다" 하고, 안철수 후보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식량자급율이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다. 박근혜 후보는 "농민의 소득을 높이고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농업정책의 핵심축으로 삼겠다"고 했단다. 이런 약속들이 부디 농민 앞에서만 한 립서비스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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