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동 칼럼] 위기의 상수화

지역내일 2012-10-25

본지 논설고문

"이제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 일상적인 관행이 됐다. 이는 새 패러다임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다녀와서 은행장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위기가 상수화됐다"고 했다.

이번 IMF총회의 분위기가 과거와는 달리 비교적 쳐진 모양이었던 같다. 과거엔 IMF참석자들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이번에는 이구동성으로 '위기가 온 지 5년이나 됐다'고 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전했다.

IMF가 진단한 세계경제는 역시 비관적이다. 지난 20년 간 세계화와 IT를 중심으로 한 기술발전을 추동력으로 고성장 가도를 질주하면서 '무한성장'의 기대감으로 활력이 넘쳐나던 세계경제 황금기의 막을 내리고 장기 저성장 또는 제로(0)성장의 공포가 짓누르고 있다.

올리비에 블량샤르 IMF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최소한 2018년까지 호전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확실성의 확대와 위기의 상시화는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위기와 더불어 사는 시대이고 불확실성이 늘 곁에 있어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얘기다. 위기가 상존하고 불확실성이 늘 곁에 있으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다.

월가의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경고처럼 '퍼펙트 스톰'(초강력 태풍) 가능성이 상존하는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경제인들 안녕할 리가 없다. 우리 경제는 이미 심한 몸살을 앓기 시작해서 병상으로 실려가야 할 위험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온 지 오래다. 장기 불황과 저성장 기조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올해 2%대 중반으로 추락했다. 내년에도 잘 되어야 3%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대표적인 간판기업들 휘청

미국 경제성장 정체, 유로존의 붕괴, 이란과의 군사갈등,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둔화 등 악재가 겹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말 그대로 초강력 태풍으로 몰아칠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 안에 잠재된 뇌관이 널려 있다. 재정적자와 가계부채의 급증, 신용카드 남발과 자영업의 붕괴, 양극화의 심화 등은 이미 불이 붙은 뇌관이다. 한국경제의 바닥까지 날려버릴만한 위력의 뇌관이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는 경제활력을 떨어뜨려 경제의 노화를 가속시키게 된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둔화되었다. 잠재성장률은 3%대로 떨어졌다. 성장이 정체되면 투자와 소비가 둔화되는 악순환에 빠져 경제는 더욱 늙어갈 수밖에 없다.

불황의 한파가 우리 산업 전반에 깊숙이 파고드는 양상이 역력하다.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 여파로 건설업은 벌써 된서리를 맞았다. 국내 100대 건설사 중 21곳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간판 기업들까지 흔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이라는 '눈물의 칼'을 빼들었다. 조선업계가 최악의 불황에 직면했다는 실증이다. 세계 철강업계 경쟁력 1위로 평가되어온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재벌급 대기업과 금융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처럼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모든 업종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상시 붕괴 위기 속에 놓인 자영업의 비명은 비명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병세를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경제야' 외치면 유력할텐데

위기의 상시화 시대에 극심한 불황 한파가 몰아치는 때에 공교롭게도 대선이 치러진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던 MB정부의 실패한 경제를 유산으로 넘겨받아야 한다. 다음 정부의 첫 과제는 누가 뭐라 해도 위기 극복이고 경제살리기를 국정의 맨 윗자리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엉뚱한데서 맴돌고 있다. 불황타개를 고민하고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내놓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창조' '공정' '혁신' 같은 두리뭉실한 거대 담론만 난무할 뿐이다. 국민이 공감하고 실현가능한 처방이나 비전이 감감하다. 답답하다.

실패한 '경제대통령'의 '747'에 데여서 인가, 위기 불감증 때문인가, 경제를 살릴 능력부족을 자인해서인가. 대통령을 만드는 구호로는 역시 "문제는 경제야"가 유력한데도….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