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최초 시범 운영 … 성과 분석해 전국 확대
무한경쟁의 삶이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OECD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아동청소년 행복도 조사에서 '꼴찌'라는 지표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스트레스와 자살 학교폭력 인터넷중독 아토피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힐링'이 생활속으로 들어왔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숲'이 치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이 다양한 '숲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질병 치유에 나섰다. 내일신문은 전국의 지방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각종 숲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소개한다.
"왕따? 학교폭력? 우리반은 그런 거 없어요."
10월 16일 오후 1시. 대전시 유성구 진잠초등학교 5학년 3반 아이들이 운동장 구석 느티나무 아래로 모여들었다. 딱딱한 분위기도 없고 남녀 모두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수업에 집중했다.

<"왕따·학교폭력 없는 5학년-3반" 대전 유성구 진잠초등학교 5학년3반 아이들이 학교폭력예방(시범학급)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은 "숲교육을 받은 후부터 왕따나 친구를 때리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전호성 기자>
5학년 3반은 한 달에 두 번 중부지방산림청에서 마련한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인 숲교육에 참여하는 시범반이다.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아니라 숲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과정을 지켜보자는 뜻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올해 실시할 교육 24번 중에 17번을 마친 상태다. 이미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과 서로를 존중하는 지혜를 배웠고, 마음속에는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함부로 꽃을 꺾지 않아요. 신기한 꽃을 만지거나 자세히 보면 다른반 아이들이 '미쳤냐'고 놀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반 아이들한테 물어봐요." 숲 교육에 참여한 유수민양은 "남학생 여학생 편가르거나 구분을 해서 놀았는데, 지금은 식사나 숙제도 함께하고 대화를 잘한다"고 말했다.
숲 교육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5학년 3반 담임인 임현미 교사는 "한 달에 두 번, 숲 교육 시간을 빼기가 쉽지는 않았다. 일부 학부모들이 '곧 시험이 닥치는데 공부 안시키고 논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며 "그러나 지금 아이들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다. 아이들 스스로 응어리를 풀기도 하며,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부지방산림청은 전국 최초로 학교폭력예방 숲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은 올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시범운영을 한 후 결과를 분석해 전국에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산림청이 개발한 예방 프로그램은 '틀림이 아닌 다름'과 서로를 인정하는 교육을 통해 상호간 존중하는 인성을 쌓아간다. 이를 통해 가치관의 차이로 나타나는 학교폭력과 왕따 문화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봉초교 학생들이 임은수 숲 해설가의 솔방울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대전 대성여중의 경우도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아이들한테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대성여중은 학교폭력 가피해자, 왕따, 우울증 등 부적응학생들이 24회 숲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처음에 적응하지 못했고,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은 숲교육이 좋은 이유를 '학교(교실)가 아니라서'를 우선으로 꼽았다.
우울증을 앓았던 이수진양은 "이렇게 많이 웃어본 건 처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학생들은 나무나 꽃과 함께 즉석사진 찍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죽간놀이도 학생들의 인기를 모았다. 문장 만들기를 통해 언어구사력을 향상시키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놀이다.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솔직하고 따뜻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중부지방산림청 부여관리소 숲 해설가 최계영 교사는 "처음에는 폭력적인 그림을 그렸다. 숲 교육을 통해 서서히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고, 자기표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잠재된 가치와 능력을 놀이와 체험을 통해 발견하고, 신뢰형성이나 자아확인, 사회성 발달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5학년 3반 아이들은 학교안에 커다란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었다. '친구들과 나무가 많은 숲에 들어가 뛰어놀고 싶다'며 작은 글씨로 꼼꼼하게 써내려갔다.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유민규군도 숲 교육에 푹 빠졌다.
"숲교육에서 배운 것들을 다른 반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면 좋아해요. 우리반은 왕따나 학교폭력 없어요. 다 좋은 친구인데 왜 때리나요?"
대전=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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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해설가 활동, 학교폭력 예방효과 거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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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학교폭력? 우리반은 그런 거 없어요."
10월 16일 오후 1시. 대전시 유성구 진잠초등학교 5학년 3반 아이들이 운동장 구석 느티나무 아래로 모여들었다. 딱딱한 분위기도 없고 남녀 모두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수업에 집중했다.

<"왕따·학교폭력 없는 5학년-3반" 대전 유성구 진잠초등학교 5학년3반 아이들이 학교폭력예방(시범학급)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은 "숲교육을 받은 후부터 왕따나 친구를 때리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전호성 기자>
5학년 3반은 한 달에 두 번 중부지방산림청에서 마련한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인 숲교육에 참여하는 시범반이다.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아니라 숲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과정을 지켜보자는 뜻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올해 실시할 교육 24번 중에 17번을 마친 상태다. 이미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과 서로를 존중하는 지혜를 배웠고, 마음속에는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함부로 꽃을 꺾지 않아요. 신기한 꽃을 만지거나 자세히 보면 다른반 아이들이 '미쳤냐'고 놀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반 아이들한테 물어봐요." 숲 교육에 참여한 유수민양은 "남학생 여학생 편가르거나 구분을 해서 놀았는데, 지금은 식사나 숙제도 함께하고 대화를 잘한다"고 말했다.
숲 교육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5학년 3반 담임인 임현미 교사는 "한 달에 두 번, 숲 교육 시간을 빼기가 쉽지는 않았다. 일부 학부모들이 '곧 시험이 닥치는데 공부 안시키고 논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며 "그러나 지금 아이들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다. 아이들 스스로 응어리를 풀기도 하며,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부지방산림청은 전국 최초로 학교폭력예방 숲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은 올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시범운영을 한 후 결과를 분석해 전국에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산림청이 개발한 예방 프로그램은 '틀림이 아닌 다름'과 서로를 인정하는 교육을 통해 상호간 존중하는 인성을 쌓아간다. 이를 통해 가치관의 차이로 나타나는 학교폭력과 왕따 문화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봉초교 학생들이 임은수 숲 해설가의 솔방울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대전 대성여중의 경우도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아이들한테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대성여중은 학교폭력 가피해자, 왕따, 우울증 등 부적응학생들이 24회 숲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처음에 적응하지 못했고,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은 숲교육이 좋은 이유를 '학교(교실)가 아니라서'를 우선으로 꼽았다.
우울증을 앓았던 이수진양은 "이렇게 많이 웃어본 건 처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학생들은 나무나 꽃과 함께 즉석사진 찍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죽간놀이도 학생들의 인기를 모았다. 문장 만들기를 통해 언어구사력을 향상시키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놀이다.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솔직하고 따뜻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중부지방산림청 부여관리소 숲 해설가 최계영 교사는 "처음에는 폭력적인 그림을 그렸다. 숲 교육을 통해 서서히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고, 자기표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잠재된 가치와 능력을 놀이와 체험을 통해 발견하고, 신뢰형성이나 자아확인, 사회성 발달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5학년 3반 아이들은 학교안에 커다란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었다. '친구들과 나무가 많은 숲에 들어가 뛰어놀고 싶다'며 작은 글씨로 꼼꼼하게 써내려갔다.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유민규군도 숲 교육에 푹 빠졌다.
"숲교육에서 배운 것들을 다른 반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면 좋아해요. 우리반은 왕따나 학교폭력 없어요. 다 좋은 친구인데 왜 때리나요?"
대전=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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