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정현채,정진홍지음/1만5000원
내세 또는 사후 세계는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서건 혹은 자연적인 법칙에 의해서건 계속해 살아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세관들은 주로 종교 · 신비주의 · 밀교 · 형이상학에서 유래한다.
인간은 현세에서건 내세에서건 영원한 삶을 꿈꾼다. 육체의 죽음과 영원한 삶은 무엇인가.
이러한 주제를 놓고 깊이 있고 풍부한 담론을 펼친 책이 발간됐다.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의학자와 철학자, 종교가들이다.
서울대 의대 정현채 교수는 심장이 멎고 호흡이 멈춰 사망 선고를 받은 뒤 심폐소생술로 회생한 사람들이 겪는 '근사체험'의 다양한 사례를 들었다.
정 교수는 "근사 체험을 겪은 이들이 인생의 목적을 더 잘 이해하게 됐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내세에 대한 믿음과 일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커졌다"고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죽음은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으로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명예교수, 울산대 석좌교수이자 학술원 회원인 정진홍은 우리사회의 죽음문화가 △어떻게 해서든 죽지 않는 것만이 참된 가치라고 여기는 반자연주의적인 욕망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주검 △망자를 아예 배제해 버린 살아 있는 자만의 생활세계 등으로 점철돼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죽음과 삶이 두 개의 다른 사물이나 사태, 현실이 아니"라며 "결국 죽음은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고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동국대 정각원장 법 타는 "'죽음은 곧 삶이고 열반'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에 도달할 때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며 "불교의 죽음관은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로서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동시에 '죽음을 인식하지 않는 초월적인 인식의 깨임'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강남대 신학과 김흡영 교수는 다석 유영모 선생의 한국적 그리스도교 신학을 소개한다.
김 교수는 죽음은 참나, 참생명, 참삶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 단계가 된다고 말한다.
성균관대 유학대학 이기동 교수는 '유교란 죽음을 논하지 않는 생활철학, 삶 속에서의 윤리학'이라는 세간의 오해를 반박했다.
그는 "유교는 배움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배움이 고통을 극복하는 것이고 고통 중에 가장 큰 것이 죽음이기 때문에, 결국 유교는 죽음의 고통을 극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립암센터 연구원 유병철과 서울대 의대 교수 박재갑, 구자록이 공동집필한 '생명의 기원과 흐름'에서는 △우주의 시작과 지구의 탄생 △생명체의 정의 △생명체의 진화 등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설명을 풀어 놓는다.
저자들은 "우리의 생명은 이미 아주 먼 조상으로부터 시작돼 아주 먼 훗날의 자손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의 일부"라고 말한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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