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미국의 악몽 차베스, 4선 도전 성공할까

지역내일 2012-10-08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남미의 베네주엘라에서 7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1998년 이후 14년째 집권하면서 4선을 노리는 우고 차베스와 야당 단일 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 후보 간의 대결이다. 그 동안 여론조사는 대부분 58세의 차베스가 40세의 엔리케 카프릴레스를 10여% 차로 누르고 당선되리라고 예고했다.

그런데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서 언론은 두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3일 밝혀진 '콘술토레스21'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카프릴레스가 차베스를 49.9대 45.7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해서 예측을 어렵게 한다. 만약 차베스가 패배해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베네주엘라 사회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역학 관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ABC뉴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이 7일의 베네주엘라 대선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다수 여론조사가 차베스 당선을 예상하고 있는데 야당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보여주는 '콘술토레스21' 조사가 관심을 끄는 이유가 무언가? 그것은 '콘술토레스21'이 WP나 WSJ가 '평판이 좋은' 여론조사기관으로 인정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차베스의 신화가 이제 국민들 사이에서 퇴조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로 보아 야당 후보의 당선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환경 때문이다.

차베스는 정권을 잡은 다음 남미를 스페인에서 독립시키고 서민의 복지를 중시하는 '볼리바르 혁명'을 주창하며 세계 5위의 석유수출에서 들어오는 재원으로 빈곤층을 줄이고 실업률을 낮췄다. 문맹률을 줄이고 교육혜택과 서민복지를 확대했다. 과거 어느 정권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차베스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된 이유다.

야당 후보 당선 가능성 배제 못한다

차베스 통치 기간 중 서민의 생활은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베네주엘라 국민은 정치적으로 비싼 대가를 치렀다.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되면서 제도적 감시기능이 사라졌다. 대통령은 언론을 정권유지의 도구로 이용했다. 언론이 합법적으로 당선된 차베스 대통령을 축출한 쿠데타를 공공연히 지지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차베스가 언론을 통제하고 정권의 도구로 이용한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대통령은 매주 일요일 아침 11시에 '알로 프레시덴테'(여보세요 대통령님)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방송했다. 시간제한도 없다. 대통령의 발언은 전(全)방송이 의무적으로 방송해야 한다. 선거운동 연설도 마찬가지다. 차베스가 이번 선거운동에 이용한 방송시간은 야당 후보의 8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차베스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야당후보 단일화를 위한 예비선거에서 1700만 유권자 중에서 30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정부가 참가자의 신원을 조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여했다. 그 중 180만명이 엔리케 카프릴레스에게 투표, 야당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당시 카프릴레스에 대한 차베스 쪽의 네거티브 공격이 심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는 카프릴레스의 상승세와 차베스의 하락세를 보여준다. 돈, 방송시간, 정부의 선심정책, 모든 면에서 선거전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골리앗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콘술토레스21'이 9월 7일과 18일 사이 표본 수 1만5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카프릴레스가 0.8% 차이로 차베스를 추월했다. 투표일을 닷새 앞두고 발표된 최근 조사는 49.9 대 45.7로 카프릴레스와 차베스의 지지도 차이가 더 벌어졌다.

차베스의 패권시대는 끝났다

차베스의 종말인가? 파리3대학의 라틴 아메리카연구소장 르네 프르고지(여) 교수의 전망을 들어보자.

"차베스는 '내가 당선 안되면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겁을 주고 있다. 이 엄포가 통하면 당선될 것이고 카프릴레스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될 경우 당선을 인정하지 않은 명분으로 이용될 수 있는 구호다. 카플릴레스가 당선될 경우 정권이 통제하기 어려운 극단주의 무장 세력들에 의한 심각한 소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대와 국가의 여러 핵심 요소에 배치된 쿠바 요원들의 존재가 질서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가 일단 승리하더라도 그것이 간신히 이긴 당선이라면 카프릴레스의 높은 득표율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진일보가 될 것이다. 이 선거운동 중에 단합된 중도좌파의 힘은 이제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건 차베스 패권의 종말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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