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투표권 제약하는 후보·정당은 국가 이끌 자격 없다

지역내일 2012-11-05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투표시간 연장문제가 대선 막판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쪽과 자신의 당선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젊은 층의 투표율 상승을 반대하는 박근혜 후보 쪽이 타협 없는 말씨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제기된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하나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를 기대하는 야당 측에서 득표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가 이들이 투표하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투표장에 갈 수 없는 직업적 제약 때문인데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 억제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시정돼야 할 헌법 차원의 문제 제기다.

지난 4·11 총선 때도 정상 근무한 직장인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렀으며 84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64%가 투표시간 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투표시간 연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10월 9일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기본권 보장에 근거를 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데 1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내세워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돈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을 포기하라는 말인가? 민주국가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반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때 투표시간이 선거 이슈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32개 주에서 10일에서 20일의 투표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투표권을 행사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도 보름 전에 이미 투표를 마쳤다.

투표시간 제한은 참정권 침해다

그런가 하면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는 투표 기간을 축소하는 정치적 음모도 드러난다. 주로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는 주(州)에서 나타나는 현상 같다. 연방법원의 결정으로 축소된 투표 기간을 환원한 경우도 있다. 대선을 판가름할 스윙(swing) 스테이트(州)로 알려진 오하이오(Ohio)주 공화당 정부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주정부의 존 허스테드(Jon Husted) 국무장관(공화당)은 지난 7월, 선거일 전 3일간 시행하는 조기(早期)투표 대상자를 군인과 해외거주자로 제한하고 일반유권자는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선거본부와 민주당이 오하이오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한 참정권을 보장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소송 이유였다.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오바마 선거본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군인에게 조기 투표를 허용한다면 다른 유권자에게도 동등하게 조기 투표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오하이오주 공화당 정부가 투표에서 배제하려고 했던 조기투표 유권자들은 대부분 빈곤층·흑인·고령자들로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이러한 투표 배제 조치의 배후에는 항상 당파적인 음모가 숨어 있다.

민주당은 법원의 결정으로 조기투표를 할 수 있게 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운송할 버스편을 제공할 예정이다. 2008년 오바마가 오하이오에서 승리할 때 조기투표에 참가한 유권자 9만3000명 중 56%가 흑인이었다. 따라서 법원의 조기투표 복원 결정은 근소한 표 차이로 선거 승패가 좌우되는 스윙 스테이트(州) 오하이오에서 오바마가 승리하는 데 유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조기투표 부활, 오바마 재선에 유리할 듯

1944년 이후 한번을 제외하고는 오하이오에서 승리하지 않고 백악관 주인이 된 사람이 없었다. 허스테드 국무장관은 마지막으로 연방대법원에 상소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오하이오주는 2004년 많은 투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긴 줄을 서야 했고 무수한 사람이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건을 겪고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기 투표제를 도입했다.

조기투표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자 공화당 지도부가 장기 집권을 위해 이를 제한하는 무리한 꼼수를 쓰다 연방항소법원과 대법원의 제동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법원이 투표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참정권이라는 것을 선언하게 만드는 의외의 '공로'를 세우게 됐다. 투표시간 연장 반대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타산지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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