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례의 발차기] 세 후보 얘기 외엔 깜깜한 대선보도

지역내일 2012-11-06

언론인·번역가

양당정치가 100년 이상 전통으로 굳어진 미국의 대선관련 보도는 미국내 모든 미디어 뿐 아니라 미국발 국제통신사의 기사를 통해서도 매일 수십 건씩 쏟아진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트 롬니 후보가 오늘 어디서 유세를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상세히 '사실적으로' 보도된다.

그 엄청난 뉴스량을 보고 있으면 한국의 뉴스 시간마다 등장하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명의 대선후보관련 보도 역시 많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아무래도 뭔가 갑갑하다. 특히 세명의 예비 후보가 내용과 지향은 다르지만 일제히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거나 '단일화'란 단일 메뉴가 몇주 동안 연속 신문지면을 채울 때, 대선 때마다 갑자기 국민을 외치며 내놓는 단골 메뉴들이 지겹도록 쏟아질 때 그런 느낌은 더하다.

그러다 드디어 이번 주말 그 답답함의 정체를 알았다. TV뉴스에서 일요일 하루 내내 박근혜 후보가 이번 주말에는 '국민통합 민생행보'를 멈추고 쇄신정책에 대한 구상을 하며 보낸다는 소식이 반복되는 것을 듣고서였다.

외신같으면 "아무 행사에도 나가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면 그만일 주말휴식을 뭔 구상을 하거나 국정현안을 생각하며 보냈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 클리셰(상투어)이다.

심하게 비약하면 파시즘 국가의 히틀러식 보도의 전형이다. 알게 모르게 군사정권시대의 보도방식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꺼림칙했던 것이다.

모든 후보들이 움직였겠지만 유력후보 3명에만 집중된 뉴스, 특히 쉬면서 '구상'을 했다는 1번 후보의 뉴스가 가장 먼저,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도 철통같은 관행 때문이다.

'당선 가능성 없는 후보' 는 보도 안하나

특히 2000년대 이후 심화된 언론계의 경쟁 탓에 타 언론에 기사가 나왔는데 우리만 안 내보낼 수 없다며 빠짐 없이 챙겨넣다보니 지면이나 뉴스 배열이 고만고만하게 비슷해져 버린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유력후보인 박근혜는 오늘 쉬었다고 쓰거나 아예 기사에서 빼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건국 60여년이 되도록 뉴스 첫머리는 여당, 두 번째는 제1야당, 세 번째는 '기타 유력후보'순서이고 기타 잔챙이(?) 후보들은 아예 죽거나 없는 사람처럼 '싹 무시하는' 관행은 정말 무섭다.

선거출마 기사 이후 군소 후보들의 동정이 더러 보도된 사례는 옛날 기독교당을 꾸려 출마했던 진복기 목사같이 특이한 콧수염을 가진 분이거나 황당한 우주관과 초능력을 주장한 몇 년 전 모 후보에 관한 지나친 흥미 위주 보도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물었다.

2012년 지금도 여전하다. 18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사진이 게시된 사람만도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진보정의당 심상정, 통합진보당 이정희, 무소속의 박광수 박종선 강지원 안철수 이건개등 9명이나 된다.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었던 김소연(42)씨가 막판에 전국노동자대회를 거쳐 출마할 모양이니 결국 투표일까지는 10명이 유세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신문 방송기사에서 이들을 보기는 여전히 어려울 테고 하물며 TV토론의 기회는 더 힘들 것이다.

막강 여당후보는 쉬어도 기사 첫머리에 나오는데 출마뉴스 찍고는 소식 감감한 기타 후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예비후보 심상정을 찾아보니 일요일에 트위터로 "노동자들은 대선후보들이 비정규직 문제, 경제문제화 등 외치지만 말고 현안 해결에 힘을 실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요"라고 올리고 있었다. 주류 매체 대신 소셜미디어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 반대는 유권자 '차별'

나라가 민주화 된 지 언제인데 아직도 국민의 참정권은 피선거권자나 유권자나 모두 불평등과 차별의 굴레를 벗지 못한 모양새다.

1후보 모두를 똑같이 대우할 순 없더라도, 민주헌법에 보장된 피선거권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이따금 한줄씩은 군소 후보의 소식도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은 시간이 없어서 정해진 투표시간 내에 투표를 못하는 노동자와 서민들을 위해 34개 주에서 조기 투표까지 실시하고 있다.

미국처럼은 못하더라도 '유력후보 1번'과 여당이 악착같이 투표시간 연장조차 막고 있어서야 어디 여기를 민주국가라고 말할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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