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판석(사진) 남부지방산림청장은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각종 청소년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한창 예민한 시기에 분노를 통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할 탈출구가 없다는 게 학교폭력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김 청장은 숲의 자정·치유기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숲이 국토의 64%를 차지해 접근성이 좋다"며 "숲은 깨끗한 공기와 식량자원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자연치유라는 새로운 영역의 공익기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청은 학교폭력예방 교육 프로그램인 '헤아림'과 '어울림'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숲 교육이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학교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아이들을 숲으로 오게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여론이나 학부모들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김 청장은 지역교육청과 경찰청을 설득했다. 유관기관과 시민들도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찰청과 협력해 학교폭력 고위험군 학생들을 대상으로 '헤아림'을 진행했다. 교육청과는 '어울림'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숲해설가 8명이 혼신을 다해 뛰었다. 그 결과 올 7월부터 26개 학교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 청장은 "학교나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했는지 숫자가 중요한게 아니다"라며 "프로그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예방과 치유 대상을 명확하게 정하고, 강의보다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스스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한 아이들은 스스로 규정을 정하고 행동하는 훌륭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1박 2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의 변화에 놀란다"며 "큰 나무를 감고 있는 덩굴식물을 보면서 공생의 의미를 깨닫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 숲을 보며 친구들과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미소지었다.
이러한 정성과 노력으로 남부청은 지난달 전국 숲해설 경연대회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김 청장은 "학생들을 숲으로 부르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며 "이제 숲에서 마음을 열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정규 프로그램과 성과분석, 피드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역 학계에도 도움을 손길을 내밀고 있다.
구미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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