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9명 본인비용으로 치료 … 정부는 '자율점검'만 강조
충북 청원군 ㅅ초등학교에서 16년째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해온 민숙영(여·51)씨는 심각한 안구건조증과 결막염에 시달리고 있다. 눈이 늘 충혈돼 있고, 안약을 넣지 않고는 사물을 집중해서 볼 수 없을 정도다. 민씨에게 이같은 증상이 생긴 것은 3년전 학교 급식실에 대형 식기세척기를 들여놓으면서부터다.
병원에선 세척기와 조리기계를 청소하는 강력세척제 때문이라고 했다. 민씨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 8명중 6명이 눈병과 피부병 등 비슷한 증세를 겪고 있다. 학교측은 최근에야 환기구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증상만 다소 완화됐을 뿐이다.
문제는 민씨를 포함해 급식조리실 근무자들이 지금까지 산재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숙영씨는 "산재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며 "하지만 비정규직이라 산재치료를 요구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한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원인 이 모(여·48)는 지난 여름 컵 소독을 하느라 끓인 물에 얼굴을 데였다. 영양사실에서 받은 화상연고를 바른 게 치료의 전부였다. 아직도 그의 얼굴엔 화상자국이 남아 있다. 이씨는 "학교에 눈치가 보이고 급식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병원치료를 못받았다"며 "급식실에서 다치는 사람중에 산재치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학교비정규직 파업 이후 이들의 처우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학교 급식실 조리원들이 고용상 불안 때문에 산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환경연구소가 올초 전국 초·중·고교 급식조리원 6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51.7%가 '일하다가 다쳐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중 89.2%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했다'고 하고, 9%만 '산재처리를 했다'고 했다. 이들이 산재처리를 안한 것은 '고용불안 때문'(72.7%)이었다.
조리원들은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안고 있다. 제대로 쉴틈도 없다. 허리, 손목, 목 등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고 있는 이가 95.8%에 이른다. 휴가 사용 경험이 없다는 이는 67.7%다. 휴가를 쓰지 못하는 이유로는 '대체인력이 없고'(78%),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18%)이다.
1981년 학교급식법 제정 이후 30년간 교육기관 급식실이 확대돼 왔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조리원들의 근무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15만명중 급식실 근무자는 42%(6만3000명)에 이른다. 급식실 설비기준은 있으나 위생만을 고려한 것이고, 작업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작업대 높이 등 설비기준 없다.
고용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들어 학교급식소를 대상으로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구축중이다. 고용부가 위험성 평가도구를 제공하고, 교과부도 위생담당공무원이 지도감독토록 하고 있으나 자율활동을 지시하는 수준이어서 실효가 없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정부 자료를 보면 2009년 학교 급식소에서 1500명이 산재를 당했다는 통계가 있지만 실제 규모는 절반 이상"이라며 "불안한 고용신분 때문에 아파도 내색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 두라'는 말이 무섭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더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현재 관련법은 노동부 소관이고, 급식정책과 예산은 교과부 지자체에 있다"며 "급식조리원의 정책 참여와 함께 관련 부처가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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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ㅅ초등학교에서 16년째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해온 민숙영(여·51)씨는 심각한 안구건조증과 결막염에 시달리고 있다. 눈이 늘 충혈돼 있고, 안약을 넣지 않고는 사물을 집중해서 볼 수 없을 정도다. 민씨에게 이같은 증상이 생긴 것은 3년전 학교 급식실에 대형 식기세척기를 들여놓으면서부터다.
병원에선 세척기와 조리기계를 청소하는 강력세척제 때문이라고 했다. 민씨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 8명중 6명이 눈병과 피부병 등 비슷한 증세를 겪고 있다. 학교측은 최근에야 환기구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증상만 다소 완화됐을 뿐이다.
문제는 민씨를 포함해 급식조리실 근무자들이 지금까지 산재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숙영씨는 "산재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며 "하지만 비정규직이라 산재치료를 요구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한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원인 이 모(여·48)는 지난 여름 컵 소독을 하느라 끓인 물에 얼굴을 데였다. 영양사실에서 받은 화상연고를 바른 게 치료의 전부였다. 아직도 그의 얼굴엔 화상자국이 남아 있다. 이씨는 "학교에 눈치가 보이고 급식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병원치료를 못받았다"며 "급식실에서 다치는 사람중에 산재치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학교비정규직 파업 이후 이들의 처우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학교 급식실 조리원들이 고용상 불안 때문에 산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환경연구소가 올초 전국 초·중·고교 급식조리원 6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51.7%가 '일하다가 다쳐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중 89.2%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했다'고 하고, 9%만 '산재처리를 했다'고 했다. 이들이 산재처리를 안한 것은 '고용불안 때문'(72.7%)이었다.
조리원들은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안고 있다. 제대로 쉴틈도 없다. 허리, 손목, 목 등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고 있는 이가 95.8%에 이른다. 휴가 사용 경험이 없다는 이는 67.7%다. 휴가를 쓰지 못하는 이유로는 '대체인력이 없고'(78%),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18%)이다.
1981년 학교급식법 제정 이후 30년간 교육기관 급식실이 확대돼 왔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조리원들의 근무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15만명중 급식실 근무자는 42%(6만3000명)에 이른다. 급식실 설비기준은 있으나 위생만을 고려한 것이고, 작업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작업대 높이 등 설비기준 없다.
고용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들어 학교급식소를 대상으로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구축중이다. 고용부가 위험성 평가도구를 제공하고, 교과부도 위생담당공무원이 지도감독토록 하고 있으나 자율활동을 지시하는 수준이어서 실효가 없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정부 자료를 보면 2009년 학교 급식소에서 1500명이 산재를 당했다는 통계가 있지만 실제 규모는 절반 이상"이라며 "불안한 고용신분 때문에 아파도 내색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 두라'는 말이 무섭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더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현재 관련법은 노동부 소관이고, 급식정책과 예산은 교과부 지자체에 있다"며 "급식조리원의 정책 참여와 함께 관련 부처가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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