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코앞인데 … 돈줄 말라버린 여의도

지역내일 2012-11-16
흥청망청 술·밥 선거운동 사라져
대선자금 수사 뒤 선거 문화 변화
총대 맬 실세 없고 박빙판세 탓도

2007년 대선 한달전. 당시 유력후보 캠프인사들의 지갑은 두둑했다. 100만원 짜리 수표가 가득찬 장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실세로 꼽히는 캠프어른들이 수시로 거액을 쥐어준 덕분이었다.

당시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어른이 1∼2주일에 한번씩 불러서 1000만∼2000만원을 주더라"고 전했다. 이들은 두둑한 지갑을 들고 표를 구하러 다녔다. 밤마다 밥자리와 술자리가 잇따랐다.

이들이 주로 모이는 여의도나 광화문, 강남 유흥가가 대선특수를 누린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대선이 다가오니 어딘가에서 돈이 유입됐고 이 돈이 캠프 위부터 아래로 흘러 대선특수를 만든 것이다.

5년 뒤 2012년 대선 한달전. 여의도의 밤거리는 썰렁하다. 식당과 술집도 과거 연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대선특수라고 할만한 장면은 찾기 어렵다. 캠프에도 돈줄이 말라버린지 오래다.

중앙당 사무처에서 자금을 거의 내려보내지 않는다. 캠프인사들 사이에선 비공식적인 '용돈'은 커녕 공식활동비도 거의 없다고 한다.

박근혜 선대위에서 일하는 한 팀장은 "정치권 입문한 지 20년 넘도록 네번의 대선을 치렀지만 이렇게 돈이 안 도는 대선은 처음"이라며 "윗선에서 용돈하라고 10만원 짜리 수표 한장 주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다른 팀장은 "과거 대선 때는 중앙당이 지구당으로 '자금'을 내려보내고, 실세들이 실무진에게 '실탄'을 지급했는데 요즘은 그런 얘기가 없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2003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로 선거문화가 개선된 것으로 해석한다. 대선이 다가오면 후보 최측근들이 대기업에게 은밀하게 돈을 걷고 이 돈이 대선 때 조직을 동원하고 사람들에게 술과 밥을 사는데 쓰이던 문화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선대위 팀장은 "여야 후보들이 과거와 달리 '깨끗한 선거'에 대한 신념이 강하고, 선거자금도 펀드를 통해 모을만큼 투명하게 조성하기 때문에 옛날식 선거문화는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여야 유력후보 3명 모두 펀드를 통해 대선자금을 모은다. 선거자금의 유입과 사용이 한층 투명해진 것이다. 명지대 신 율(정치외교학) 교수는 "검은 돈을 억누르는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다른 해석도 내놓는다. 실세들의 달라진 행태와 혼전 판세가 '돈줄이 마른 선거판'을 만들었다는 추측이다. 5년전 이명박캠프에서 뛰었던 한 인사는 "5년전만 해도 실세들이 앞장서 자금을 만들고 뿌렸다"며 "요즘은 실세들이 '내가 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짓을 하냐'며 위험한 일에 끼어들 생각을 안하니 돈이 돌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세들 입장에선 후보가 알아주지도 않는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판세로 인해 돈줄인 기업이 '투자'를 유보하거나 몰아주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다. 당초 여당에게만 줄대려했던 국내굴지의 재벌이 야권에도 보험 들려한다는 소문이 나온 것도 이같은 관측과 맞물린다.

새누리당 수도권 중진의원은 "혼전 판세가 되면서 조직동원의 유혹을 느끼는 정치권과 경제민주화 공세에 쫓기는 대기업이 아무런 뒷거래없이 대선를 치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막판이 되면 어딘가에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이미 유력후보 최측근에게 대기업들이 줄 댔다는 소문이 들린다"고 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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