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고죄’ 폐지와 앞으로의 과제

지역내일 2012-11-26

백미순/한국성폭력상담소장

11월 22일 국회에서, '형법'과 성폭력 관련 5개 법안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친고죄폐지를 비롯해 성폭력관련 법제가 대폭 개정되었다. 지난 9월 10일 새누리당 및 민주통합당 등이 성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지 두달 만이다.

이 개정안들은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던 친고죄 폐지를 비롯하여 진술조력인제도 도입과 법률조력제도의 확대와 같이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과 성교육·성폭력교육을 강화하여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담고 있다. 성폭력 근절을 향한 우리 사회의 새 이정표가 될 이 성과는 앞으로 19대 국회의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동안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대상 성폭력범죄는 대부분 친고죄가 폐지되었으나 비장애 성인 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는 거의 친고죄였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 규정은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겠다는 당초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성폭력이 공적인 범죄가 아닌 피해자의 부끄러운 사생활에 관한 문제라는 잘못된 통념을 확산시켜왔다. 가해자에게는 피해자가 고소하지 못할 것을 예상하여 범죄를 쉽게 저지르게 하거나 재범으로 이어지게 했다. 또한 친고죄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하면 형사절차가 종결되기 때문에, 가해자는 합의를 위하여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하고 고소를 제기한 피해자를 합의금을 목적으로 한 꽃뱀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인권단체들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가해자 처벌의 책임을 떠넘겨 피해자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는 친고죄 폐지를 계속 주장해온 것이다.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던 친고죄 폐지

이번에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의 친고죄 조항은 물론 반의사 불벌죄까지 모두 폐지됨으로써 이제 성폭력범죄는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가해행위가 적발되면 수사하여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폭력범죄의 신고율, 기소율과 처벌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친고죄 폐지 이후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강화되었다. 아동이나 장애인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성폭력피해자를 형사사법절차에서 돕게 될 진술조력인제도,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증인지원관제도, 모든 성폭력피해자에게 확대된 법률조력인제도가 그것이다.

수사과정에서 조서나 서류 작성 시 범죄 신고자의 인적사항을 무기명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명시한 것도 환영할 만하다.

이러한 성과는 성폭력문제에 대해 관심과 전문성을 가진 이미경 '국회 아동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양당 간사인 김희정, 남윤인순 의원 등 많은 의원들이 노력한 결과이다.

이들의 활약은 국회의원 구성에 있어 성평등의식을 가진 의원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보여주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개정 법안들은 전자발찌 착용대상을 강도죄까지 확대하고 신상정보 공개 대상과 화학적 거세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성폭력의 예방에 효과성이 의문시되는 한편 인권침해 논란이 많은 가해자 처벌과 형량 강화의 내용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합의에 급급하던 국회, 아쉬워

이로써 국회는 수십 개의 개정안을 두 달 만에 심의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고 합의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특히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큰 범죄라고 주장하는 법무부의 의견을 이유로 강도죄를 전자발찌 착용대상으로 확대한 것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두려움을 이용하여 인권침해적 규정을 도입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개정 법안의 시행 효과는 이제 현장에서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경찰, 검찰, 판사 등 형사사법절차의 담당자는 물론, 이러한 과정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보완을 요구하는 반성폭력운동계가 힘을 합해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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