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지난달 29일 유엔총회는 팔레스타인을 비회원국 업저버로 가입을 승인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세계 언론의 평가다. 193개 회원국 대표가 모인 유엔 총회는 찬성 138, 반대 9, 기권 41이라는 압도적 다수로 팔레스타인 비회원국 가입을 승인했다. 미국의 반대와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동조한 국가는 이스라엘 캐나다 말고는 마샬군도와 나우루 같은 미니국가 등 아홉 나라 뿐이었다.
이날은 유태 민족이 2000년 만에 다시 국가를 건설할 수 있도록 유엔이 65년 전인 1948년, 영국 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을 양분(兩分)하기로 결정한 바로 그날이었다. 이스라엘과 함께 아랍국가(팔레스타인)를 세우기 위한 양분 결정이다. 팔레스타인 당국(과도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비회원국 가입을 요구하는 연설을 마치고 투표 결과가 전자스크린에 나타나자 팔레스타인 대표단은 승리의 상징으로 길이 수 미터에 달하는 대형국기를 휘둘렀다. 팔레스타인 거리는 유엔 결정을 환영하는 인파로 넘쳤다. 아바스 대통령은 유엔총회가 팔레스타인 국가 탄생이 현실화됐음을 증명했다고 선포했다.
비회원국 업저버의 지위는 정식 회원국과 다르다. 토론에 참가하거나 결의안에 투표할 권리가 없다. 유엔총회의 국가 승인은 국가 간의 승인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이스라엘과 협상하는 데 있어서 팔레스타인의 위상을 높여줄 것이 틀림없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투표 직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게 "평화과정을 다시 활성화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런 상황변화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본다.
비회원국은 정식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네스코 같은 유엔 전문기구에 가입할 수 있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시민의 인권을 침해했을 경우 ICC에 제소할 수 있다. 이스라엘을 견제할 수 있는 편리한 법적 무기다.
미국 캐나다 등 9개 나라만 반대
팔레스타인은 65년 전 유엔 결의에 의해 이스라엘과 똑 같은 조건에서 출범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아랍권이 패하면서 팔레스타인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됐다. 잘 조직되고 무장된 유태인들은 수백 개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고 팔레스타인 아랍인을 학살하고 추방했다.
많은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유태인들의 테러를 피해 도피했다. 이들의 재산은 부재자 재산으로 이스라엘 당국이 몰수해 새로 이민 온 유태인들에게 배분했다. 유태인들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날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변국에서 흩어져 살고 있다. 요르단에 200만, 레바논에 42만, 시리아에 47만, 요르단강 서안에 78만, 가자지역 1010만 등.
1967년 '6일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점령당했다. 유엔 결의 242호는 이스라엘은 '6일 전쟁' 이전의 국경선으로 철수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유엔 결의를 준수하지 않는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유엔 결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불법이다. 이스라엘 군대·경찰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의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93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간에 협상이 있었다. 여기서 팔레스타인 임시정부격인 팔레스타인 당국(PA)과 국회격인 국민의회의 창설에 양측이 합의했다. 오슬로 제1차 합의다. 5년이 지나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를 수립하는 항구적인 제2차 합의를 추구하기로 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이스라엘 제소 가능
그러나 협상은 진전이 없고 2년 전부터는 아예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는 사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 유태인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고 있다. 이는 제네바 협정 위반이다. 이스라엘이 계속 유태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건 팔레스타인을 실질적으로 병합할 의도를 의심케 한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가져간 것도 국제적인 압력을 통해 이스라엘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장기 작전으로 보인다. 당장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반대로 협상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더 이상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선의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독립국가 건설로 매진하려는 팔레스타인의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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