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논설주간
스마트폰과 조선 등 일부제조업과 한류, 그리고 스포츠 등은 세계 최일류이다. 그러나 국민들 눈에 한국정치는 아직 3류이고 4류이다.
12월 19일. 한반도 미래와 우리 민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날 우리는 한반도의 일꾼인 18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그러나 신기한 일이다. 대선이 불과 5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주요 후보들의 공약 중에 국민 기억에 깊이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비롯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그리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은 대선 캠프를 꾸린 뒤 각종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의 공약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보수 중도 개혁 등 스펙트럼이 다른 것 같으나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큰 화두로 삼으면서 차별화된 공약을 별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거전 초반인 9월에도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논란으로 인해 국가 비전과 정책 등 미래를 내다보는 토론은 거의 없었다. 9월 중순 안철수 후보가 등장하면서 세 후보간의 박빙의 승부전은 진행됐다. 그러나 역시 앞으로 5년간 국가를 경영할 어젠다를 놓고 후보간 설전은 오가지 않았다. 정수장학회와 서해북방한계선(NLL) 등 '과거'와 관련된 이슈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을 뿐이다. 후보들은 간간히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를 기억하는 국민은 드물다. 9월과 10월 내내 과거타령 속에 세월은 흘러갔다.
향후 5년이 어떤 시기인가. 지난해 북한은 김정은으로 정권이양이 이뤄졌다. 러시아는 푸틴이 다시 권좌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번 11월에는 이웃 중국에서 시진핑 시대가 열린다. 미국에서도 대선이 실시돼 오바마와 롬니 중 누가 집권할 것인지 결정된다. 주변 4강의 변화 속에서 한반도 외교안보질서는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민생과 일자리가 중요
그 뿐 아니다. 향후 경제는 세계경제 장기침체 분위기에서 힘겹게 저성장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속에서 우리 사회는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고 빈익빈 부익부로 상징되는 양극화는 우리사회를 양분시키고 갈등을 심화시킨다. 시대적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5년인 것이다.
시대과제를 올바로 수행할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그의 과거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가 과거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했으며 과거 우리의 중요한 역사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알아보는 것은 긴요하다. 상당수 국민은 인혁당 논란과 정수장학회 파문을 지켜보면서 박근혜 후보의 면면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전이 과거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이제는 미래 정책과 비전을 놓고도 대논전을 벌여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놓고도 세 후보가 어떻게 다른지 토론해야 하고 한반도 안보를 튼튼히할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경륜을 다퉈야 한다. 비정규직과 사교육 그리고 자살 문제 등에 대한 해법도 비교검토해야 한다.
50일이라는 시간은 이 많은 문제를 설명하고 설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후보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문별 집권 구상을 빨리 제시하고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한다. 후보간 TV토론도 빨리 열려야 한다. 야권의 경우 단일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비전과 정책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공약의 하나는 민생과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세종리더십의 요체는 '밥은 백성의 하늘'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만큼 밥과 일자리는 중요하다. '밥일꿈'인 것이다. 이에 포퓰리즘에 빠져 현실성 없는 공약을 제시해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이 굶지 않고 일자리 하나만은 해결한다는 각오 아래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도시와 농촌,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도 빠져서는 곤란하다.
전쟁 막고 평화 지킬 공약 내놓아야
이외에 중요한 공약은 한반도 안보와 평화에 대한 후보의 공약이다. 지도자의 가장 큰 미덕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분단된 한반도, 4강의 다툼 속에서 평화의 지혜를 누가 가장 많이 가졌나 국민들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치쇄신이다. 스마트폰과 조선 등 일부제조업과 한류, 그리고 각종 스포츠 등은 이미 세계 최일류이다. 그러나 국민들 눈에 한국정치는 아직 3류이고 4류이다. 정치만 선진화되면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돈안쓰는 정치,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무소불위한 대통령 권한은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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