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레 /김정남 지음/
2만원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피 흘리고 죽고 모진 고난을 당했다. 그 끝 모를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혀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사람들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박종철 군이 경찰의 포악한 고문으로 숨진 뒤 열린 명동성당 인권회복미사에서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네 아들, 네 제자 네 젊은이, 네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현 정권은 '탕' 하고 책상을 치자 '억' 하고 쓰러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그것은 고문 경찰 두 사람이 한 일이니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라고 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국민인 우리에게 이런 정권을 따라야 하는지 않는지에 대한 중대한 양심의 문제를 던지고 있습니다"라는 강론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박종철 군의 죽음을 민주제단에 바친다'는 제목의 이 강론은 당시 전두환 정권에 숨죽이고 있던 국민들에게 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줬다.
저자는 "말이 있어야 할 때 추기경의 말이 있었으며 누군가가 말해야 할 때 추기경이 나섰다"며 "추기경의 말은 암흑 속의 불빛이었으며 탁류 속의 맑은 물이었고 국민의 복음이었다"고 회고 했다.
독립군 출신 장준하는 "일본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에게 인간적으로 뒤질 수 없다"며 매일 아침 냉수마찰을 하고 자신을 가다듬는 수기와 명상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장준하는 박정희 앞에서 "일제가 그냥 계속됐다면 당신은 만주군 장교로서 독립투사들에 대한 살육을 계속했을 것 아닌가"라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그는 박정희가 유신 쿠테타를 단행하자 이듬해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며 석방된 뒤 1975년 포천의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이 책은 김수환 추기경이나 장준하 처럼 민주화운동 30년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주요한 인물들과 더불어 민주화운동의 숨은 조력자였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박형규 목사, 법정 스님, 김승훈 신부 같은 정신적 지도자들, 리영희 같이 수난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며 진실을 밝힌 지식인, 이소선과 전태일, 박종철 같이 온몸을 불살라 악한 시대를 고발한 사람들, 이돈명, 조준희, 홍성우, 조영래 변호사 같이 인권변론에 생애를 바친 사람들의 삶을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들려 준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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