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많은 국민들은 일찍 귀가해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혹한 탓인지 저녁 8시 이후 전국의 거리는 한산했다. 물론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 국민이 이날 토론을 지켜보고 결심하겠다며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이날 경제 민생 복지 등을 놓고 격돌했다. 그러나 평소 소신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분위기여서 제대로 된 승부는 나지 않았다. 대선판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박 후보는 '공정경제'를 강조했고, 문 후보는 '재벌개혁'을 주장했다. 부동표를 잡기 위해서다.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부동표는 15~20%에 이르렀으나 지난주 안철수 전 후보의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이후 이번 주초에는 5~7%수준으로 줄었다. 이 5~7% 부동표를 잡기 위해 두 후보는 온 힘을 다했다.
보수층 단합에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박 후보는 자신이 공정경제를 실현해 중산층을 확대할 인물이라며 중도 부동층 흡수에 안간힘을 썼다.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가짜라며 민주개혁정부 10년을 이어받아 양극화를 해소하고 재벌을 개혁해 중산층 이하 국민도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중도·진보세력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 대통합
오늘이 D-8.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1주일 전부터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되는 만큼 내일이면 '대선 성적표'를 미리 받아볼 수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역대대선에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늘 당선자를 적중시켰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후보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유지하며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어제와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역시 박 후보가 우세하다. 일부 조사는 문 후보의 우세를 점치기도 하지만 절대다수 여론조사 결과는 박 후보 우세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문재인 후보 지지활동 이후 박 후보와 문 후보간 격차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 4% 안팎 차이로 박 후보가 우세하다. 2차 TV토론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고 문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최종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는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박 후보 당선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아직 변수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번의 TV토론에서 존재감을 확실히한 이정희 진보통합당 후보의 완주 여부가 관심인 데다 마지막 TV토론이 16일로 예정돼 있다. 그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결정적인 변수는 투표율이다. 안철수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20·30대의 투표율이 크게 높아져 전체투표율이 70%를 넘을 경우 문재인 후보의 역전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예견한다. 이와 관련해 몇몇 전문가들은 "현재 판세를 바둑으로 보면 2~3집 승부"라며 "끝내기를 잘하는 사람이 이길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 후보 한명씩 두명이 벌이는 진검승부라고 하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보수대연합'과 '합리적 민주세력연합'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박 후보는 한때 개혁적 보수로의 변신을 시도했으나 최근 '보수 회귀'로 전략을 수정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처음부터 진보의 아이콘이 아니었다. 더욱이 안철수 전 후보와 연대를 거론하면서부터는 진보를 강조할 수도 없게 됐다. 중간층을 잡기 위해서도 진보를 강조할 수 없었다.
젊은층 대거 투표장 가도록 해야 정권교체 가능
결국 승부처는 수도권 40대 중도 중간층이다.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려면 진정성있게 대통합과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의지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구세력을 집결시키는 것은 대통합이 아니다. 보수세력에 합리적 중도세력, 그리고 진보세력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대통합이다. 부동층에 진정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박 후보는 다 이겼던 게임에서 질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역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친노당이 아니고 문재인 후보 또한 친노 후보가 아님을 보여줘야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 후보는 후보직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리고 친노세력도 기득권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20·30대 등 부동층이 문재인 지지로 돌아서야 '9회말 역전'이 가능하다. 젊은층이 대거 투표장에 가도록 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세용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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