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국에는 세 번의 혁명이 있었다. 1911년 쑨원(孫文)이 주도한 신해혁명이 첫 번째 혁명이었다. 중국에 공화정을 수립해 중화민국을 세운 역사적 혁명이다. 두 번째는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주의 혁명이다. 마오혁명은 중국의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사상혁명이었다. 세 번째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시작한 사회주의 시장경제혁명이다.
덩의 혁명은 혁명의 격에 있어서는 앞의 두 혁명에 미치지 못해 보이지만 평자에 따라서는 더 중요한 혁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것은 잠들어있던 중국을 깊은 잠에서 깨워 일으킨 혁명이고 무엇보다 사회주의 틀을 유지하면서 혁명적인 개혁, 개방을 통해 오늘의 중국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천안문사태(1989년)이후 중국 지도부는 덩의 정책에 회의를 갖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쩌민(江澤民)등 지도부는 모두 덩이 직접 지명해 만들어 놓은 후계체제였음에도 그랬다. 천안문사태의 충격이 너무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덩샤오핑 정책 고수'가 시진핑의 메시지
덩은 1992년 초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남순강화에 나선다. 한달여 남부의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지를 순방하며 베이징에 대고 계속해서 경고를 보냈다.
"개혁 개방의 담력을 키워라, 개혁 개방의 방침을 바꾸려하는 어떠한 시도도 마땅히 타도돼야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베이징은 덩의 남순강화 이후 마음을 다잡고 그의 개방정책에 매진하게 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취임후 첫 순방지로 덩의 남순강화 루트를 택했다. 그는 지난 8일 선전에 도착해 "당 중앙의 개혁, 개방정책은 정확한 것이었고 앞으로도 이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메시지는 시진핑의 중국도 변함없이 덩의 개방정책을 견지할 것임을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그의 이번 행보는 시진핑의 중국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일본 등 이웃나라들은 물론 미국 등 강대국들 에게 일단 안심을 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외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빈부격차의 심화로 새로히 힘을 얻고 있는 좌파세력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개인적 비리로 추락하고만 보시라이(薄 熙來)파동도 따지고 보면 중국내 좌파세력의 부상과 관련이 있다.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그에 따른 계층갈등이 확대되면서 중국에는 좌파세력이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보시라이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덩의 남순강화가 흔들리는 지도부에 개혁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 개방정책을 일관되게 끌고 가도록 주마가편의 효과를 노렸다면 시진핑의 남순강화는 국내문제로 혼란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좌파의 뿌리를 자르고 대외적으로도 중국이 개방정책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 일종의 선언인 셈이다.
이데올로기의 차원이 아니라도 중국의 국내문제는 지금 위험수위에 올라 있다. 이번 순방에서도 드러났듯이 서민들의 불만은 결코 안심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시 총서기가 선전을 방문한 8일 시 외각에서 3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총서기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던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다 경찰과 마찰을 빚어 수십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방문 하루 전인 7일에는 광둥성과 구이저우성에서 각각 수만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그중 상당수는 폭력화한 것으로 돼 있다.
시진핑체제, 부패와 양극화 큰짐 떠안고 출발
한 대학의 연구소가 9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중국의 지니계수는 무려 0.61이다. 0.6은 계기만 되면 언제든 폭발할 개연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독점적으로 권력을 행사해온 공산당의 관료주의, 그에 따른 관료의 부패, 빈부격차 확대에 팽배한 서민의 불만 등 국내문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시진핑 체제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시진핑체제는 후진타오나 장쩌민 두 전임자들과 비교해 훨씬 더 어려운 과제를 떠안고 출발했다. 시진핑은 덩샤오핑 체제가 남긴 부작용을 제대로 수술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임춘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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