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내년 경제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경제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이렇게 얘기한다. 세계경제가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 경제도 지난 5년간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지만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로 인해 일단 내수경제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는 물론 내수경제까지 어려우니 새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투자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고환율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면 수출기업의 이윤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수출증가율로 지탱하던 한국경제 성장률은 정부가 추정하는 4%는커녕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건설·철강·조선·해운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에 지난 1년간 미뤄오던 연쇄 도산의 칼바람이 휘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빚 많고 적자가 심한 중소기업 역시 부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와 국회가 먼저 허리띠 졸라매는 솔선수범을
YS정부 말기 IMF 외환위기는 건설·철강을 주력으로 하는 한보그룹과 빚이 많던 기아자동차에서부터 시작됐다. 새로운 경제위기는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버텨주던 몇몇 기업에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이게도 외환위기 때문에 DJ정부로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국민통합을 통해 역사상 가장 빠르게 극복했다. 경제 체질도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제조업 부채비율이 400%에서 110%대로 줄었다. 물론 후유증과 고통이 뒤따랐지만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되었다.
다음 정부도 인수위원회 때부터 우리 경제의 솔직한 현황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게 해야 한다. 대선 후유증으로 국론이 분열되면 경제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아 마이너스(-)성장으로 갈 수도 있다.
경기활성화는 내수진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고, 이자율을 낮춰 가계 및 중소기업의 부채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재정확대의 출발점은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다. 소득세 및 법인세의 누진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러면 국민적 동의를 얻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 물론 여기에 앞서 정부와 국회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세금인상에 찬성하겠는가.
지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푸는 데 여념이 없다. 당연히 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환율하락(원화가치 절상)을 막으려면 이자율을 떨어뜨리는 방법밖에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0~0.25%, 일본은 0~0.1%로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다. 유로존도 0.75%에 불과하다. 여기에 반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75%나 된다. 우리 거시경제가 아직 튼튼하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일본·유럽에서 돈이 몰려들게 돼 있다. 금리와 환율에서 차익을 볼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2만2000달러에 불과한 서울의 아파트 값이 5만달러 소득의 뉴욕 아파트 값과 비슷한 상황이라 이자율이 떨어져도 부동산 투기는 일어나기 어렵다. 하우스푸어 56만가구, 깡통전세 44만가구에 이르는 부동산 장기 대불황이다. 이자율까지 높으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돌려막기' 때문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생활인들이 주체가 되는 사회
과거의 경제논리는 고성장시대의 논리였다. 지금은 '장기불황'이라는 새로운 상황이다. 한국경제도 자칫하면 일본처럼 20년 장기불황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이번 장기불황은 최소한 5년 이상 더 간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남유럽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일본은 4만달러 선진국이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도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많은 나라들이다. 경제위기가 오면 이들보다 우리가 더 힘들어진다.
빚을 줄이면서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면 모두가 즐겁고 열심히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이 왕도이다.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생활인들이 주인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새 정부의 과제이다.
장명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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