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문화사 /수전 프라인켈 지음/김승진 옮김/1만5000원
플라스틱이 세상에 없던 시대의 사람들은 옷, 금속, 광석 등을 재활용해 사용했다. 낡은 옷은 수선했고, 더 낡으면 해체해서 다른 옷으로 고쳐 입었다. 부서진 물건은 수리하거나. 부품을 떼어 보관해 두거나. 떠돌이 행상인에게 팔았다. 행상인은 수거한 고물을 분해해서 금속, 유리, 넝마, 가죽 등으로 나눠 다시 공장에 팔았다. 가난한 아이들은 동네를 뒤지면서 버려진 물건 중 쓸 만한 것들을 건져 내다 팔았다. 어떻게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태웠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쓰레기가 난방과 요리의 요긴한 연료였다. 하지만 플라스틱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에는 재활용보다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난무한다. 플라스틱 라이터는 버리는 문화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연료를 충전해서 다시 사용하는 라이터 대신 연료를 다 쓰면 버리면 그만인 일회용 라이터를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일회용 물건들이 넘쳐난다. 현대인은 하루 24시간 플라스틱과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플라스틱으로 만든 슬리퍼를 신고 욕실에서 플라스틱 변기, 플라스틱 칫솔과 대면한다. 아침식사를 위해 플라스틱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고,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회사에 출근해선 플라스틱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플라스틱 노트북에서 플라스틱 마우스와 플라스틱 자판으로 일을 한다.
일을 끝마치고 난 후 플라스틱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플라스틱 텔레비전 앞에서 휴식을 취한 후 플라스틱 가구 속에서 잠을 청한다.
이 책은 우리가 플라스틱과 맺어 온 관계의 궤적을 추적한다.
저자는 우리와 친숙한 빗, 의자, 프리스비 원반, 링거백, 플라스틱 라이터, 비닐봉지, 음료수 병 그리고 신용카드 등 여덟 가지 물건들을 통해 플라스틱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간다. 이 여덟 가지 물건들을 통해 저자는 플라스틱의 역사와 문화, 플라스틱 물건의 제조 과정, 플라스틱을 둘러싼 정치적 사안들, 인조 합성물질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제조하고 처분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는 플라스틱과 관련한 모든 이슈를 아우르면서 해양 쓰레기 문제나 바이오플라스틱 등 최근의 정보까지 꼼꼼하게 취재해 들려준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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