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이한우 지음/1만5000원
대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역사 속 최고 권력자 왕의 자질과 성격, 세력과 조건 등 왕의 모든 것을 하루 안에 압축한 역사서가 출간됐다.
조선 500년의 역사에서 연산군과 광해군이 폐위되던 날과 소현세자와 정조가 죽던 날, 태종과 정도전이 전쟁을 벌이고 세조와 김종서가 격돌하던 날 등 운명적 하루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저자는 아침 기침에서 내밀한 밤의 사생활까지, 은밀한 독살에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쿠데타까지 문제적 왕들의 하루를 씨줄로 삼고 민주와 중국 지역을 아우르는 거대한 아시아사를 날줄로 삼아 역사의 깊은 이면을 단 하루로 환원해 엮어가고 있다.
조선 정치사의 핵심 줄기였던 왕권과 신권의 대립에 주목하며 왕들이 사림 세력과 어떻게 협력하고 갈등했는지, 어떻게 왕권을 암묵적으로 부정한 서인들이 국가 최고 세력이 될 수 있었는지. 역사를 두고 벌인 실록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였는지 추적해가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왕의 즉위식 성격, 경연석상에서 벌어지는 논쟁, 정치 행위의 결정체인 국혼과 묘호 제정, 그리고 효의 나라 조선에서 권력 앞에 선 왕과 아들들 사이에 일어난 비극을 따라가며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보여주고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예컨대 예종의 독살 의혹과 사도세자의 영조 암살시도, 조선 중후반기 방계승통으로 왕위가 이어지면서 빚어진 왕권과 신권간 불균등 등 주목할 만한 역사의 줄거리를 엮어 내놓는다.
TV 드라마 등의 단골 메뉴였던 연산군의 경우를 보자. 저자가 연산군을 바라보는 관점은 왕권강화주의자로서 연산이다. 흔히 연산군을 폭군, 나아가서 미친왕 취급을 하지만 그것은 집권 후반기의 일이고 전반기에는 아버지 성종이 약화시켜놓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권신들과 투쟁했다. 연산군의 롤 모델은 할아버지이자 조선사 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른 군주 중 한명으로 꼽히는 세조였다고 주장한다.
묘호 제정 문제도 재미가 있다. 특히 묘호제정 과정과 얽힌 왕권과 신권의 대립은 역사를 읽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다. 예종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왕의 묘호를 세조로 할 것을 밀어붙인다. 세조란 세상을 연 군주라는 뜻으로 세종을 넘어서는 의미이다. 역사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예종의 왕권 강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역사가 왕조사로만 읽혀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겠지만 조선시대 지배층의 내밀한 지배구조전개 양식을 해석하는 키워드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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