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정책, 복구에서 예방으로 전환 … 예방지원본부 신설 등 조직 개편
인명피해 1명, 피해면적 492㏊. 올해 산사태 피해결과다. 피해면적은 지난 10년 평균(713㏊)의 69%, 지난해 824㏊의 60% 수준이었고 인명피해는 10년간 평균(12명)의 8%, 지난해(43명)의 2% 수준이다.
기후조건이 좋아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해마다 평균 3개의 태풍이 영향을 줬던 것에 비해 올해 우리나라에는 5개의 태풍이 연이어 올라왔다. 하루 강우량이 100㎜ 이상인 집중호우도 83회로 10년간 평균(54회)의 154%나 됐다.
2012년은 우리나라 산사태 방지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해다. 단순히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조직과 예산, 법령 등 산사태와 관련한 모든 게 바뀌었다.

산림청은 처음으로 올해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운영했다. 사진 산림청 제공
◆2011년 최악의 산사태가 계기 = 2011년 7월 27일 0시 8분쯤 감당할 수 없는 흙과 돌, 나무가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인근 4개의 펜션을 덮쳤다.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고 자원봉사를 나왔던 인하대 학생 등 모두 13명이 숨졌다.
춘천 산사태가 출근길에 알려지던 오전 8시 45분쯤 이번엔 서울 우면산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인근 아파트 3층까지 흙과 나무가 밀려들었고 EBS가 방송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우면산 주변에선 16명이 숨졌다.
서울 우면산과 춘천 산사태가 던진 파장은 컸다. 산사태 우려가 없던 도심지 민가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의 산사태 정책은 크게 바뀌었다. 산사태 발생 후 복구에 중점을 뒀던 정책은 예방 중심, 사람 중심으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산이 아닌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산림청은 올해 처음으로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운영했다. 산사태취약지역 4006개소를 지정했고 취약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예방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취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피체계가 만들어지고 대피매뉴얼 수립과 훈련도 이뤄졌다.
산림청 안엔 산사태방지과가 만들어졌다. 산림복원과 안에 한 팀 형태로 있던 산사태 관련 부서가 확대개편된 것이다. 정부내 협조 기관도 소방방재청에서 중앙재난대책본부 등으로 대폭 넓어졌다. 산사태 대비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워크숍을 사상 처음으로 진행했다.
2011년 산사태 당시 논란을 빚던 예측능력도 크게 높아졌다. 전달체계 개선은 물론 읍·면·동까지 예측정보가 제공됐다.
김민식 사방협회 연구개발실장은 "올해 남부지방은 비가 많이 왔지만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실제 사방댐 등 구조물이 많이 설치됐고 취약지역에 대한 관리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내년 대피 시나리오 보완, 현장예방단 시범 실시 = 산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은 올해 인명피해 1명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언제 어디에 어느 정도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산사태취약지역 4006개소 가운데 사방시설이 건설된 곳은 여전히 적다. 서울시를 제외하면 지자체 산사태 담당 공무원은 1명씩으로 그마저도 다른 업무와 병행하고 있다. 현장 대피훈련도 아직까지 초보 수준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이제 첫 걸음을 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청은 내년에도 사방댐 785개소을 만들고 계류보전 사업 570km를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내년 25개 지자체에 시범적으로 만들어지는 '산사태 현장예방단'이다. 담당 공무원 1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4명씩 민간인을 채용, 운영할 예정이다. 이들은 취약지역을 항시 점검하고 산사태 발생시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데 앞장서게 된다.
이명수 산림청 산사태방지과장은 "올해 처음으로 만든 대피 시나리오를 현장 여건에 맞게 좀 더 세부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산사태에 적절히 대비하기 위해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산사태 조기교육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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