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휘문고 교사/전국학부모지원단 고문
새 정부의 교육정책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공교육정상화촉진 특별법'이다. 법을 제정하여 학교 시험이나 고교입시, 대학입시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문제를 출제하면 강력한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입시도 수시 모집에서는 학생부와 논술 중심으로 선발하고, 정시모집은 수능 중심으로 선발해서 복잡한 대학입시를 단순화하겠다고 한다.
그 동안 대입전형의 논구술문제가 지나치게 어렵고, 일부 문제는 대학과정에서 출제하여 수험생들이 학교 공부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다는 불만이 많이 표출되었다.
급기야 교과부는 논술 반영 비율을 축소하고 난이도를 낮추고,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라고 대학에 압력을 넣었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논술 출제와 검토과정에 고등학교 교사들을 참여시켜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되었는지 검증을 받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논술이 많이 쉬워지고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그렇다고 사교육 의존도가 줄어들었고,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었을까? 그렇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이유는 대학입시가 바로 경쟁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오래 경험해본 사람들은 대학입시가 목숨만 안 걸었지 전쟁터와 다를 게 없다고들 한다.
진학 상담교사들은 올해 수능 점수 총점이 543점이면 서울대 의대, 541점이면 고려대 의대, 536점이면 전남대 의대에 합격한다고 한다. 이렇게 수능 점수 1점 단위로 대학과 학과가 서열화 되어 있다. 실제로 서울대 의대와 고려대 의대, 전남대 의대는 명성이나 전통, 시설 면에서 서로 큰 차이가 있다. 1점을 높이면 더 좋은 대학, 한 문제만 더 맞추면 훨씬 더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구조이다.
줄어들지 않는 사교육비
이 판국에 사교육을 넘보지 않을 학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리고 이 바닥에서 수 십 년 동안 생존력과 자생력을 키워온 사교육이 이런 학부모와 수험생을 그냥 놔둘 리도 없다.
법으로 통제한다 해서 대입 경쟁이 완화되고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 역대 정부가 다양하게 추진해온 사교육 억제 정책 중 제대로 먹힌 것이 없다. 군사정권의 과외금지법으로 한 때 수그러든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10년을 버티지 못했다. 현재 사교육비는 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에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젊은 중산층이 형성되지 않는 것도,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도, 노후 설계와 대책이 늦어지는 것도 자녀 교육비와 무관하지 않다. 이 는 이미 교육문제를 떠나 경제 문제를 지나 사회문제가 되었다.
시험을 쉽게 출제하고 EBS를 동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사교육 유발 요소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각 요소마다 처방을 달리 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력이나 학벌 경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대통령 임기와 같이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대입 경쟁을 완화시키고 공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학부모가 자연스럽게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현 정부는 대입 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해 학교 현장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하여 진로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입학사정관전형을 확대 도입하여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과 잠재력 등도 전형 자료에 포함시켰으며, 고졸자 취업의 문을 넓히고 특성화고 출신 재직자 전형을 신설하였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점은행제를 통하여 대학에 다니지 않고도 전문 학사를 받을 수 있고, 편입을 할 수도 있으며,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정책은 시험을 쉽게 출제해서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는 방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 펄펄 끓고 있는 대입 경쟁의 열기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급하게 서둘렀다. 사파리에서 사납고 빠르게 몰아붙이는 치타는 먹잇감을 늘 놓친다.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게으른 사자가 결국 먹잇감을 차지한다. 사교육문제는 급하게 서두르기 보다는 조금씩 물꼬를 트면서 큰 강줄기를 만들 수 있는 지혜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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