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활임금 ‘빵과 장미’를 생각하다

지역내일 2013-01-08

수능시험이 끝나면 자유를 누리겠노라 큰소리를 치던 아들이 지금은 대입전형 정보 하나가 당락을 가르는, 또다른 경쟁이 펼쳐지자 매우 우울해하고 있습니다. 소위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죽어라 경쟁했던 아이는 이제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무한경쟁을 해야 합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억대연봉을 받는 이도 있지만 기본적인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는 저임금노동자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으로 월급여로 계산했을 때 101만원 수준밖에 안됩니다.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답게 살기에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수준입니다.

인간답게 살기에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에 자녀 교육과 최소한의 문화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상승시킨 임금을 말합니다. 켄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를 인용하자면 최저임금은 생존을 의미하는 빵, 생활임금은 인간 존엄을 의미하는 장미입니다.

지난해 11월 성북구와 노원구는 생활임금제도의 시행을 알렸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 삶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공공부분이 나서자는 취지입니다. 우선 시설관리공단 소속 노동자가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지만 우려 섞인 말씀도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데 그런 여유가 있느냐는 거였습니다. 성북구는 행사성 경비와 소모적 경비를 전면 재검토해 불요불급한 경상비를 감액하는 등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 1억198만8740원을 마련했습니다.

청소·경비·주차관리 노동자 83명이 적용대상이 됐지만 월급이 대폭 상승한 것도, 월등히 많은 것도 아닙니다. 평균 7만8115원 인상된 135만7000원은 5인 이상 사업장 월 정액임금 평균인 234만원의 58% 수준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힘겨운 상황에 공감하고 이 문제 해결에 동참했다는 것입니다.

생활임금 발표 다음 날 복도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다가오시더니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시더군요. 그 눈빛은 지금도 제 마음을 뜨겁게 만듭니다. 직원들도 청소하는 분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전해주었습니다. '여럿이 함께'는 거창하지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활임금제의 취지입니다.

성북구는 올해부터 이 제도를 시행합니다. 이후 위탁 하청 등의 계약을 통한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조례 제정과 관련 규정 정비로 생활임금을 도입한 발주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생활임금이 민간으로 확대되도록 유도하려고 합니다.

열심히 살면 미래 불안하지 않아야

갈 길은 멉니다. 그러나 '나눔과 연대의 공동지성'이 힘을 발휘하리라 믿습니다. 민관협치기구인 생활임금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노원구·참여연대와 합동으로 확대 적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실질임금이 회복되도록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면 생존과 미래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은 우리에게 더 많은 장미를 안겨줄 겁니다. 공공기관이 기본적 안전망을 제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면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재도전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될 겁니다.

도전은 더 큰 성공이 되어 보다 많은 이들이 장미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장미향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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