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의 세상탐사] 반값등록금, 역풍은 없을까

지역내일 2012-12-07

언론인,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말았다. 열흘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선두를 다투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반값 등록금 공약에 적극적이다. 영유아기 아동의 보육비와 노인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문제와 함께 복지공약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 확보 방안이다. 지난해 국내 대학들이 등록금으로 받아들인 규모가 모두 14조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연간 7조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다급한 대로 다른 예산에서 끌어다 쓴다면 처음 한두해 정도는 시행이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적인 시행은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미 정부는 내년부터 저소득 계층의 대학생들에 대해 장학금 지원폭을 크게 늘리고 학자금 대출이자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역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가뜩이나 무분별한 예산집행으로 재정수지가 자꾸 악화되는 마당이다. 이러한 지원 방안 자체가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세에 떠밀려 추진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설령 예산상의 애로점이 해결된다고 해도 뒤따르는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정부가 부실대학으로 한계를 설정해 놓은 경우에 대해서는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첫 번째다. 부실대학에 대해서도 반값 등록금 명목으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면 당초 의도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재 돌아가는 양상은 반값 등록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인해 부실대학에 대한 우려는 거의 묻혀버린 듯하다. 교육 수준은 형편없이 떨어지는데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겨우 연명해가는 대학에 대해서는 마땅한 선별 조치가 필요하다.

고졸 채용시장에 악영향 미칠 수도

올해도 수능시험이 끝나면서 요란하게 학생모집 광고를 내는 대학 가운데서도 부실대학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

대학 진학자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게 된다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떤 혜택을 줄 것이냐 하는 점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대학생들에게 혜택을 준다면 대학에 가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다른 방식으로나마 혜택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럴 경우 필요한 재원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한편으로는 대학 진학률이 급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가 등록금을 지원해 준다는데야 웬만하면 진학을 망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일반 기업체에서 고졸자들에 대한 고용을 늘리고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자리가 서서히 잡혀가는 고졸자 채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우리 사회가 대학 졸업장을 존중하는 학력 위주의 분위기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렇지 않아도 고교 졸업생 가운데 80% 안팎의 진학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진학률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대학생이 늘어나고 대학이 과밀화된다면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그야말로 대학 지상주의에 빠져 졸업장이나 수여하는 역할에 그칠 뿐이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적자원을 양성해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이들이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고 대학을 졸업했을 때 수용할 만한 일자리는 갖춰져 있는가 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여건이 되지 못한다면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게 됨으로써 사회적 불만 요인만 쌓여갈지도 모른다. 지금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지 못해 청년실업 대열에 포함된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우리 대학등록금 선진국보다 비싸

그렇다고 반값 등록금 공약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국내 대학의 등록금이 OECD 국가들에 비해서도 비싸다는 점에서 등록금 지원 방안은 반길 만하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고도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다가 끝내 졸업을 포기하는 경우를 가까운 주변에서 적잖이 목격하고 있다.

대학 진학에 있어서도 소득수준의 차이가 반영되고 결과적으로 대학교육에 의해 빈부 격차가 대물림된다는 점에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학자금 지원 정책은 절실하다. 하지만 앞뒤를 가리지 않고 눈앞의 대책에만 치중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심각한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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