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 후, 늪이 꽁꽁 얼어붙은 채 열흘을 넘기고 있다. 예년에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오늘도 늪 주변에는 먹이 구하기가 힘든지 기러기들이 얼음 속의 풀줄기를 입에 물고 이리저리 당겨보지만 쉽지 않다.
3~4년 전만 해도 이렇게 겨울추위가 길어지면 대부분의 물오리들과 기러기 등은 우포늪과 이어진 낙동강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하거나 따뜻한 강변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했다. 새들도 몸을 씻을 흐르는 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은 멈춰 있다.
새들은 하늘을 따라 움직이는데 멈춰버린 강은 꽁꽁 얼어 호수가 됐다. 올해 재두루미 무리들은 얼어붙은 우포늪 빙판 위에서 밤을 보내고 일본 이즈미로 떠났다. 평소 같으면 강변 모래톱에서 밤을 지낸다. 얼어붙은 빙판에서 밤을 지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는 4대강에 보를 쌓아 강의 흐름이 막혀 호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아무리 혹한이 와도 강 가운데는 얼지 않았다. 고니 기러기와 다양한 물오리들이 한 낮이 되면 자맥질을 하며 물 속에서 먹이를 구할 수 있었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본래 낙동강변과 주변 습지, 그리고 농경지 등에서 겨울을 나던 새들이었다. 그런데 환경 변화로 고령, 대구 화원 등에서 1995년 겨울까지 보였던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일본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4대강 사업의 과도한 준설로 강변 모래톱이 사라지고 보 건설로 인해 강이 호수가 됐기 때문이다.
봄에는 녹조현상으로 사람들 식수에 비상이 걸리고 겨울이 되면 농경지와 모래톱, 그리고 흐르는 강물을 찾아 이동하며 먹이를 구하던 새들의 식사에 비상이 걸린다.
4대강사업 이후 강물 흐름 사라져
작년부터 굶주리는 독수리들을 위해 2~3일 간격으로 우포늪에 먹이를 살포한다.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것에는 찬반 논란이 있지만, 그것은 유럽의 환경선진국들도 고민거리다. 그들도 먹이를 제공하지 않아도 야생의 상태가 유지되는 곳은 먹이를 살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공이 가미되어 방문자를 위한 환경교육센터가 만들어진 대중공간에서는 어린이들과 탐방객들이 먹이를 구입해 야생조류들에게 나누어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환경단체들과 지자체 등에서 평소 자연보호지역과 환경교육센터가 있는 곳에서는 환경교육을 한다. 그렇지만 야생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체계적으로 먹이를 나누는 프로그램은 없는 편이다.
처음 환경운동을 할 때는 필자도 야생에 먹이를 제공하는 것에 반대했다. 혹한시기에 정말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먹이 살포만 인정했다. 특히 관광을 목적으로 지자체가 먹이를 의도적으로 살포하는 것은 더욱 비판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농촌들녘에는 볏짚과 낙곡 한톨 없다. 볏짚을 사료로 팔면 돈이 되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 들녘에는 하얀 비닐로 포장해 쌓아놓은 볏단뭉치만 있을 뿐이다.
다행히 일부지역에서 생물다양성계약을 도입해 들녘에 볏짚을 존치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돈을 지불하 지만, 그것만으로는 겨울철새들 먹이로 부족하다. 우포늪과 순천만 같은 세계적인 습지보호지역도 생태계의 피로감이 심각한 실정이다.
국립공원만 해도 안식년제나 출입통제 등 수시로 생태적 상황에 따라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관리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람사르습지 등에 대한 일상적인 생태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무너진 민관협력체계 시급히 복원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관한 국제기구 유치와 총회 개최에는 발벗고 나서면서 정작 국내의 자연생태계에 대한 민관협력조직과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4대강 문제로 민관협력체계가 무너지면서 다양한 생태계 보전과 복원에 관한 논의까지 미루어졌다.
새 정부는 2014년 유엔생물다양성총회 유치를 계기로 4대강으로 사라진 습지생물다양성 회복 등의 과제를 논의할 건강한 민관협력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국제간에 이동하는 겨울철새가 우리나라에서 먹이부족으로 죽어나가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인식
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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