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차례 독촉 불구, 정해진 날 잔금 못받아 제3자에 부동산 넘겼다면 적법한 계약해제?

지역내일 2013-01-11

[법원도서관과 함께하는 이경기 기자의 생활판례 (98) 부동산매매계약]

계약관계에서는 어느 한쪽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계약 이행을 너무 엄격하게 요구하거나 곧바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불성실한 상대방이 이를 반격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부동산매매계약에서도 매수자가 잔금의 지급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에는 상대방에 맞춰서 적절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 일방적인 계약해제가 아니라 여러 차례 기회를 주고 일정한 기한까지 대금 지급이 안되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A사는 2009년 8월 B사 소유의 부동산을 130억원에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으로 13억원을 지급했으며 잔금 117억원은 2009년 10월 3일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A사가 그날 잔금지급을 못하자 B사는 같은 달 6일 잔금지급을 요청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통지했다. A사는 지급기일 연장을 요청했지만 B사는 거절하면서 계약해제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재차 통지했다. 11월과 12월에도 매매계약 해제를 두차례 통지했다.

2010년 4월 A사가 잔금을 지급하기 위해 대출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5월말까지 잔금지급기일을 연장해 달라고 했다. B사는 "5월말까지 잔금지급과 함께 소유권이전 등기와 부동산을 인도받고 만약 지급의무를 게을리 해서 지급일시를 경과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고 통지했다.

하지만 결국 A사가 정해진 날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B사는 그 다음날인 6월 1일 부동산을 제3자인 C사로 넘겼다.

A사는 반발했다. A사는 계약금 13억원을 돌려달라며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A사는 "계약해제 의사표시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B사가 먼저 지급기일에 소유권이전등기 등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매수인에게 알리는 등 이행의 제공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B사는 필요한 서류(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서)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고 유효한 이행의 제공도 하지 않은 채 이행촉구만 한 것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B사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는 계약해지 통보에도 불구하고 잔금을 전혀 지급하지 못한 채 최후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때로부터 4개월이 경과한 2010년 4월 B사에게 잔금지급기일을 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5월말까지는 반드시 계약 이행을 약속했고 연기한 날까지도 지급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는 것을 감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B사가 A사에게 13억원을 둘려줘야 한다며 원고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A사가 지급기일을 2010년 5월말까지 연장해달라는 것은 단순한 요청일뿐 이를 위반하면 매매계약을 해제해도 감수하겠다거나 B사가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지급기한 도과만으로 계약이 실효된다는 의사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해서 B사가 이를 준비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동시이행을 주장하는 A사의 항변이 공평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약의 이행 관련해 1심과 2심의 판단이 다른 가운데 대법원은 계약해제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A사는 지급기일로 최종 통보받은 2010년 5월말까지도 잔금지급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A사의 이러한 약정의무 불이행 정도에 비춰 보면 B사가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만을 발급받지 않고 있었더라도 이는 언제라도 발급받아 교부할 수 있는 것이므로 A사에게 이행의 책임을다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B사가 2010년 4월말 A사에게 통지한 조건부 해제의사표시에 기해 매매계약은 5월말까지 A사가 잔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말했다.

결국 A사는 13억원의 계약금을 날리게 됐다.

[이 사건 판결 전문은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공보' 코너 2013. 1. 1. 판례공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 대법원 2012다65867 자료제공= 법원도서관]

* 생활판례는 이경기 기자의 장기 출장으로 인해 3개월간 문진헌 기자가 연재합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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