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박 카리스마에 복지부동만
②슬림화라더니 결국 논공행상?
③보안제일주의에 알권리 실종
④폐쇄적 권력운용 변함없어
대선 전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제기됐던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어린 시선이 늘고 있다. 곳곳에서 정권성공과 배치되는 듯한 '불안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것만해도 복지부동, 폐쇄적 권력운용, 알권리실종 등이다.
박 당선인은 여성이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으로 꼽힌다. "왜 그러셨어요"라는 한마디와 함께 쳐다보기만 해도 측근들조차 오금이 저린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이를 '레이저'라고 표현한다.
2인자 없이 본인만이 결정권을 가지며, 한번 거리를 둔 측근은 원상복귀가 어려운 '박근혜 리더십'은 권위와 효율, 보안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복지부동 논란을 낳곤 했다. 박 당선인 본인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랫사람들이 눈치만 볼 뿐 앞장서 일을 벌이지 않는 것. 인수위에서도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수위의 한 실무진은 "괜히 나섰다가 레이저 맞을까봐 내 일만 할 뿐 다른 분과나 인수위 업무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부처들도 운신의 폭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인수위는 출범 전 '슬림화'와 '실무형'을 내세웠다. 역대 최소규모로 출발했고 대선공신들을 최대한 배제했다. 논공행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인수위는 지난 11일 전문·실무위원 35명을 추가 발표했다. 전체 156명이 됐다. 이명박인수위(183명)보다 '슬림화'됐지만 생색낼 정도는 아니다. 추가인선 35명 중 20명 이상이 박 당선인을 도왔던 인사들이다. "논공행상은 없다"던 선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의 특징 중 하나는 보안제일주의다. 자신이 한 말이 허락없이 외부로 나가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메시지가 명료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불통논란을 낳을 수 있다.
박근혜 인수위도 함구령(보안)을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인수위 주변에선 "혼란을 막자"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국민을 대신해 취재에 나선 언론조차 인수위가 발표하는 내용만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책의 사전검증과 여론의 비판적 접근이 원천봉쇄되기 때문이다.
후보 시절부터 박 당선인의 폐쇄적 권력운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리더가 '인의 장막'에 갇히면 객관적 판단을 하기 어렵거나, 다양하면서도 비판적인 얘기를 듣기가 불가능해진다는 우려였다. 박 후보를 도왔던 비대위원까지 나서 '보좌진 4인방' 문제를 거론할 정도였다. 다만 대선에서 이기면 달라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함께 일단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도 박 당선인의 권력운용 시스템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박 당선인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시스템'을 통해 권력을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초기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잣대인 인사에 보좌진만이 접근가능한 현실이 그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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