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휘문고 교사
2014 선택형 수능을 코앞에 두고 결국 논란이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입학처장들과 진학지도 교사들이 2014 수능 시행 유보를 촉구했다. 이들은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선택형 수능은 수험생, 교사, 대학 당국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에 대해 "이미 작년 5월 예비시행을 거쳤으며, 대학들도 2014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발표했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2014 수능 시행방안에 맞추어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수능 시행 방안을 갑작스럽게 변경할 경우 학교현장의 큰 혼란이 예상되며, 수능 3년 예고제 취지에도 위배되므로 실시 유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4 수능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영역에 대해 A형(현행 수능보다 쉽게 출제)과 B형(현행 수능 수준으로 출제)의 수준별 출제가 도입된다. 서울 수도권 거의 모든 대학과 지방 국립대 인문/사회계 모집 단위는 B-A-B, 자연계 모집단위는 A-B-B, 예체능계 모집단위는 A-A-A/B로 가닥을 잡고 2014 전형 계획안을 발표한 상태이다.
그러나 수도권 중하위권 대학이나 지방 사립대 등은 전형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국어 수학 영어 영역으로 6개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탐구 3개 영역을 합치면 18개의 조합으로 늘어난다. 같은 대학 같은 모집 단위에 다양한 조합의 수능점수를 가진 수험생들이 지원하게 되고, 이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놓은 방책이 특정과목이나 선택형에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예컨대 어려운 영어 B형에 응시한 수험생에게 일률적으로 득점의 10~30%를 얹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가산점이 과학적 근거도 없고 합리성과 공정성도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 대학마다 가산점이 다르기 때문에 정시모집까지 상당히 복잡해진다는 것도 논란이다.
16개 조합의 복잡한 수능
진학지도교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수능 체계가 달라지면서 기존의 합불 자료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현장에서는 전년도 합격 불합격 자료를 모아서 배치 참고자료를 만들어 진학지도에 이용했다. 그러나 수능이 개편되면 점수 체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점수로 어느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 예상하기가 어려워진다. 공교육이나 각 입시기관에서 발표하는 배치점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대대적인 혼란을 겪을 것이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수업이다. 수능시험만큼은 학교에서 지도를 하는데, 현실적으로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수준별로 과목별로 수능 준비를 시키기가 쉽지 않다. 자사고나 특목고와 달리 일반고는 실력 수준이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선택 조합도 다양하다. 수준별 이동 수업으로 끌고나갈 수도 있겠으나 이도 여건이 좋은 학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공교육에서 수능시험 준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또 다른 사교육 유발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논란의 핵심이 되는 것은 영어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인문계 자연계 예체능 계열 등 계열별로 학급을 편성하여 수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어와 수학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는 계열별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별로 선택한다. 수험생들은 어려운 B형을 일단 준비하다가 모의수능에서 나쁜 성적을 받으면 A형으로 선택을 바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단의 성격이 바뀌면서 수험생들은 시험을 볼 때마다 다른 결과를 받게 되고, 목표대학을 설정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석차 등급의 특성상 그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수능 영어가 가장 큰 논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학입시를 단순화하고, 대입전형계획을 변경할 때 3년 전에 반드시 예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인수위는 대통령 공약 때문에 대학 입학처장과 진학지도교사들의 의견을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명확하게 예견되는데 새 정권이 교과부 원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입시에서 수능 등급제를 점수제로 바꿨던 것처럼 명분만 있다면 이 문제의 해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고, 대학과 고교들의 의견을 수렴한 분명한 명분이 있다면 '대입 3년 예고제'는 걸림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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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선택형 수능을 코앞에 두고 결국 논란이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입학처장들과 진학지도 교사들이 2014 수능 시행 유보를 촉구했다. 이들은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선택형 수능은 수험생, 교사, 대학 당국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에 대해 "이미 작년 5월 예비시행을 거쳤으며, 대학들도 2014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발표했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2014 수능 시행방안에 맞추어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수능 시행 방안을 갑작스럽게 변경할 경우 학교현장의 큰 혼란이 예상되며, 수능 3년 예고제 취지에도 위배되므로 실시 유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4 수능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영역에 대해 A형(현행 수능보다 쉽게 출제)과 B형(현행 수능 수준으로 출제)의 수준별 출제가 도입된다. 서울 수도권 거의 모든 대학과 지방 국립대 인문/사회계 모집 단위는 B-A-B, 자연계 모집단위는 A-B-B, 예체능계 모집단위는 A-A-A/B로 가닥을 잡고 2014 전형 계획안을 발표한 상태이다.
그러나 수도권 중하위권 대학이나 지방 사립대 등은 전형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국어 수학 영어 영역으로 6개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탐구 3개 영역을 합치면 18개의 조합으로 늘어난다. 같은 대학 같은 모집 단위에 다양한 조합의 수능점수를 가진 수험생들이 지원하게 되고, 이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놓은 방책이 특정과목이나 선택형에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예컨대 어려운 영어 B형에 응시한 수험생에게 일률적으로 득점의 10~30%를 얹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가산점이 과학적 근거도 없고 합리성과 공정성도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 대학마다 가산점이 다르기 때문에 정시모집까지 상당히 복잡해진다는 것도 논란이다.
16개 조합의 복잡한 수능
진학지도교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수능 체계가 달라지면서 기존의 합불 자료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현장에서는 전년도 합격 불합격 자료를 모아서 배치 참고자료를 만들어 진학지도에 이용했다. 그러나 수능이 개편되면 점수 체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점수로 어느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 예상하기가 어려워진다. 공교육이나 각 입시기관에서 발표하는 배치점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대대적인 혼란을 겪을 것이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수업이다. 수능시험만큼은 학교에서 지도를 하는데, 현실적으로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수준별로 과목별로 수능 준비를 시키기가 쉽지 않다. 자사고나 특목고와 달리 일반고는 실력 수준이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선택 조합도 다양하다. 수준별 이동 수업으로 끌고나갈 수도 있겠으나 이도 여건이 좋은 학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공교육에서 수능시험 준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또 다른 사교육 유발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논란의 핵심이 되는 것은 영어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인문계 자연계 예체능 계열 등 계열별로 학급을 편성하여 수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어와 수학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는 계열별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별로 선택한다. 수험생들은 어려운 B형을 일단 준비하다가 모의수능에서 나쁜 성적을 받으면 A형으로 선택을 바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단의 성격이 바뀌면서 수험생들은 시험을 볼 때마다 다른 결과를 받게 되고, 목표대학을 설정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석차 등급의 특성상 그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수능 영어가 가장 큰 논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학입시를 단순화하고, 대입전형계획을 변경할 때 3년 전에 반드시 예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인수위는 대통령 공약 때문에 대학 입학처장과 진학지도교사들의 의견을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명확하게 예견되는데 새 정권이 교과부 원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입시에서 수능 등급제를 점수제로 바꿨던 것처럼 명분만 있다면 이 문제의 해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고, 대학과 고교들의 의견을 수렴한 분명한 명분이 있다면 '대입 3년 예고제'는 걸림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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